'퀴즈 퀴즈' 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로 이어지며 활성화

현재의 게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수익 모델은 부분유료화이며 이를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은 넥슨이다. 이달 초 출간된 넥슨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책 ‘플레이(민음사)’에선 게임 부분유료화의 탄생을 비교적 세세하게 다뤄 흥미를 끈다. 이 책을 통해 넥슨의 부분유료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자.
 
부분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접하게 하고, 유저 선택에 따라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유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해 높은 수익을 내도록 한다. 넥슨은 이런 부분유료화를 만들고 다듬으면서 큰 수익을 창출했으며, 이를 통해 부분유료화의 선구자이면서 돈슨이라는 양면의 별칭이 붙었다.
 
퀴즈퀴즈, 부분유료화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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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퀴즈

부분유료화 탄생을 알린 게임은 넥슨 초창기 시절 내놓은 캐주얼 게임 ‘퀴즈퀴즈’다. ‘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개발자 이승찬이 만든 이 게임은 1999년 10월 출시됐다. 퀴즈퀴즈는 서비스 2개월만에 10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플레이’에선 PC방에서의 퀴즈퀴즈 열풍이 리니지에 필적하는 기세라고까지 표현했다.
 
출시 초기 무료로 서비스되던 퀴즈퀴즈는 서비스 3개월 만인 2000년 1월 정액제로 상용화에 돌입한다. 하지만 유료화는 실패했다. 유료화 직후 70%의 유저가 등을 돌렸다. 당시 퀴즈퀴즈를 즐겼던 유저들은 게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게임에 돈을 쓸 준비도 안 돼 있던 일반 대중이었다. 준비 없이 서둘러 상용화를 가져간 것이 실패를 낳았다.  
 
넥슨은 게임 이용료를 대폭 낮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한번 떠난 유저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넥슨은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인 만큼 서비스하는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채팅 서비스로 유명했던 ‘세이클럽’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 퀴즈퀴즈는 아바타를 이용해 퀴즈를 푸는 방식이다. 퀴즈를 풀어 포인트를 쌓고 이를 이용해 코스튬 아이템을 구매, 아바타를 꾸미는 재미가 쏠쏠했다.
 
세이클럽 역시 아바타가 도입돼 있었고,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었던 것. 넥슨은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거다!’ 게임 부분유료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부분유료화로 서비스를 시작한 첫 게임
 
넥슨은 이후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접목한 신작 게임을 개발했다. ‘크레이지아케이드’였다. 크레이지아케이드는 당시 게임센터(오락실)에서 경험할 수 있을 법한 단순한 아케이드게임 여러 개를 하나의 클라이언트에 넣어 서비스하는 형태였다.
 
그 중에서도 물폭탄을 터트려 공격과 방어를 하는 캐주얼 대전 게임 ‘비엔비’가 출시 전 사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비엔비는 퀴즈퀴즈처럼 꾸미기 아이템만으로 부분유료화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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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비엔비는 유저 간 전투(PvP)를 기본으로 해 꾸미기보단 승부가 중요한 게임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료 아이템은 밸런스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밸런스를 깰 수 있는 기능성 유료 아이템을 넣어 2001년 10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막 부분유료화를 도입했던 단계로 뭘 팔야야 할지, 뭘 팔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었다. 실험정신을 발휘한 것이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특히 물폭탄이 갇혔을 때 탈출할 수 있는 ‘바늘’ 유료 아이템이 문제가 됐다. 물폭탄에 갇히면 죽게 되는데, 바늘을 사용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 생명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한 판에 100원씩 하던 아케이드게임처럼 바늘 하나에 10원 정도를 받고 생명 하나를 추가하는 것은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재미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 도입한 아이템이었다.
 
예측은 빗나갔다. 10원짜리 아이템이지만 바늘이 많은 유저가 우위에 서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유저들 사이에서 바늘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자체 규칙이 생기고, 바늘을 쓰면 강제 퇴장도 이뤄졌다. 바늘 구매력이 실력을 누르면서 재미를 떨어뜨렸다.
 
이렇게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의 부분유료화는 미완에 그쳤다. 반면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당시 휴대폰 벨소리 시장 규모가 꽤 컸던 시대로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게임 음악이 컬러링과 벨소리로 팔려나갔다.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역시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
 
넥슨은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를 통해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팔아야 게임의 재미도 유지하면서 매출도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개발 못지않게 운영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도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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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 부분유료화의 완성
 
‘플레이’에선 넥슨의 부분유료화를 완성한 게임으로 2004년 8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카트라이더’를 꼽았다. 카트라이더는 현재 노리온소프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영석이 만든 레이싱 게임이다. 기능성을 비롯해 기간제, 뽑기, 유료 카트 등 다양한 부분유료 아이템이 카트라이더를 통해 만들어졌고, 소위 대박을 쳤다.
 
넥슨의 부분유료화는 실패에서 성공의 답을 찾았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작은 실패를 여러 차례 딛고 올라설 때 비로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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