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시스3’는 주로 사용되는 그래픽엔진인 다이렉트X 11만을 지원, 이하의 버전을 쓰고 있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다. 반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환경만 마련된다면 이 작품은 최저 사양에서도 최근 출시된 신작의 최고 사양 수준의 그래픽 품질을 보여준다.

 

독일 게임사 크라이텍이 개발한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고품질의 그래픽으로 높은 사양의 컴퓨터 환경을 마련토록 하는데 악명이 높다. 이 시리즈는 그래픽 카드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점검용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1월 첫선을 보인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지난달 출시된 마지막 타이틀까지 그래픽 품질이 점점 향상돼 ‘크라이시스3’에 이르러서는 이 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 있는가라는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이에 그래픽 측면에서 볼 때 ‘크라이시스3’는 ‘시대를 뛰어넘기 위해 유저를 무시한 게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크라이시스3’는 뛰어난 그래픽 품질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대중성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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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시스’ 시리즈는 외계 생명체에 맞서는 한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인간 내면은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리즈를 통해 이런 일관된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지만 각 시리즈와의 연계성이 부족한 탓에 스토리로 인한 흡입력은 다소 부족하다. 이에 마지막 편에서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번 작품의 캠페인 플레이 타임은 10시간 안팎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짧다.

 

‘크라이시스3’는 높은 자유도의 오픈월드 방식이 구현된 1편과 제한된 자유도를 따르는 레일로드 방식의 2편이 조화된 게임 진행을 보여주며 몰입감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적의 컴퓨터를 해킹해 적의 지뢰나 자동화 무기 등을 자신의 것으로 이용하는 새롭게 도입된 해킹 시스템은 활용도가 낮아 계륵과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메인 포스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활’이 신규 무기로 등장한다. 활은 플레이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꼭 이용해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활은 저격총 이상의 공격력과 화살의 종류에 따라 폭발 등 강력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팅의 손맛 역시 좋은 편이다.

 

‘크라이시스3’는 특수 전투복인 ‘나노 슈트’의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부분이 전작과 차이를 보인다. 나노 슈트의 업그레이드가 전혀 없던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처치해 얻은 에너지로 방어력을 올리거나 은신 지속 시간 등을 늘리는 것 등이 가능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2편의 다양한 업그레이드 기능과 함께 해당 스킬을 활용해 특정 포인트를 달성하면 효과가 극대화하는 숙련도 개념이 더해졌다. 또한 나노 슈트의 업그레이드 포인트는 외계 생명체를 처치해 얻는 것이 아닌 맵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노 업그레이드 키트’로 가능하다. 이처럼 나노 슈트의 업그레이드 기능은 3편을 통해 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다.

 

‘크라이시스3’의 그래픽은 앞서 말했듯 현존하는 게임 중 가장 뛰어나다. 외계 생명체로 폐허가 된 미국 뉴욕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담았다. 특히 흔들리는 수풀과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 빛에 반사되는 그림자 효과 등이 현실과 가깝게 표현돼 있어 그래픽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크라이시스3’는 사운드 역시 높은 수준이다. 전작의 경우 OST가 발매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도 게임 특유의 신비스러움과 웅장함을 표현한 멜로디로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크라이시스3’의 총평을 하자면 연계성이 부족한 스토리 라인으로 몰입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플레이어에게 던지고자 한 메시지를 굳게 유지하고 있어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충분한 구실을 준다. 여기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품질의 그래픽은 크라이시스’라는 등식을 다시금 확인케 한 작품이 ‘크라이시스3’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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