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탄탄한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이달 출시된 MMORPG ‘아키에이지’ ‘열혈강호2’ ‘뇌천기’는 물론 최근 서비스가 시작된 상당수의 작품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하나의 주무기로 내세우며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게임의 이야기를 이끄는 시나리오는 PC패키지나 콘솔 게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요소지만 온라인게임은 그 특성상 커뮤니티나 육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시나리오가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온라인게임은 굳이 시나리오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유저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수백 개의 신작 온라인게임이 쏟아지면서 커뮤니티와 육성 등의 요소만으로는 유저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새롭게 떠오른 것이 탄탄한 시나리오다. 특히 게임 시나리오는 세계관 설정이라는 사전 작업을 통해 뼈대를 만들게 된다. 뛰어난 세계관 설정은 게임의 몰입도를 극적으로 올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시나리오 작업에 있어 중요하다.

과학이나 기술로 설명하기 힘든 판타지는 온라인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관이다. 소설에서는 그 특성에 따라 근대적, 중세형, 검과 마법, 하이, 영웅, 다크 판타지 등으로 나뉘는데 온라인게임에서는 이들 특성이 혼합된 경우가 많다.

중세 판타지 게임으로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아키에이지’, 올해 첫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블레스’ 등이 있다. 검과 마법 판타지는 ‘에이지오브코난’이 대표적이며 다크 판타지 게임은 지난달 첫 테스트가 실시된 바 있는 ‘티르온라인’이 해당한다.

판타지 세계관의 경우 검을 이용하는 기사와 원소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 등의 캐릭터가 거대한 힘을 지닌 몬스터 등에 대항하는 것으로 틀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인간과 엘프, 드워프, 오크, 트롤 등의 종족 간 협동이나 경쟁 요소도 판타지 세계관의 단골 메뉴다.

SF 세계관은 온라인게임에서 성공 사례가 드물지만 PC패키지나 콘솔 게임에서는 명작이 다수 존재한다. SF 세계관도 판타지처럼 여러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특별한 이유로 폐허가 된 지구나 외계 생명체에 대항하는 설정 등이 주를 이룬다.

미국과 중국의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배경이 되는 ‘폴아웃3’, 소행성 충돌로 폐허가 된 지구를 무대로 하는 ‘레이지’가 있다. 지스타2011에서 선을 보인 MMORPG ‘레드블러드’도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

‘폴아웃3’와 ‘레이지’는 각각 핵전쟁과 소행성 충돌로 폐허가 지구의 모습을 황무지로 표현했다. 여기에 각종 현대 무기와 미래의 첨단 무기,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등장시키며 세계관을 완성했다. 특히 ‘폴아웃3’는 방사능 오염이라는 요소로, ‘레이지’는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달리는 차량이라는 요소를 통해 세계관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데드스페이스3’도 우주 기지와 우주선, 드넓은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외계 생명체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수트와 각종 무기 등을 통해 SF 세계관을 정립했다.

세계관에 있어 무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출시된 ‘열혈강호2’와 ‘뇌천기’를 비롯해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천룡기’, 국내 무협 게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이 무협을 세계관으로 한다.

무협 세계관은 무술인 무공과 이동기술인 경공 등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무림의 고수가 되기 위해 혹은 복수를 위해 여정을 펼치는 무협의 세계관에서 무공과 경공은 필수다. 호쾌한 연계기로 상대를 제압하고 공중을 나비처럼 이동하는 경공은 무협 세계관을 지탱하는 요소로 향후 등장하는 게임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된 모습이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선과 악의 대립에 초점이 맞춰진 세계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에서는 천사와 악마의 등장이 이를 대변한다. 대천사 티리엘과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와의 대립을 다룬 ‘디아블로3’가 좋은 예가 된다.

또한 ‘던전키퍼’ ‘블랙앤화이트’로 유명한 피터 몰리뉴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갓어스’도 선과 악의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며 플레이어 간의 경쟁을 통해 최고의 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특한 요소를 지녔다. 또한 선과 악을 선택해 양쪽의 어떤 인물로도 성장 가능한 ‘페이블’ 시리즈가 있다.

게임의 세계관은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신화, 고전, 현대 밀리터리 등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세계관을 잘 설정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지만 명작 게임은 하나 같이 잘 짜인 세계관이 구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