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 혹은 핵앤슬래시 게임을 말할 때 꼭 등장하는 ‘디아블로’ 시리즈. 지난 1996년 PC패키지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디아블로’는 당시 턴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RPG 시장에 실시간 액션을 기반으로 한 핵액슬래시 방식의 작품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디아블로’가 처음 출시된 당시 상황은 충격과 혼란 그 자체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시간으로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는 쾌감을 경험하도록 한 ‘디아블로’는 그렇게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했다.

첫 작품 이후 지난 2000년 6월 ‘디아블로2’가 출시됐으며 그로부터 1년 만에 ‘파괴의군주’라는 부제가 붙은 확장판이 선을 보였다. 이후 11년 만에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인 ‘디아블로3’가 지난 5월 공개됐다.

‘디아블로’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진화했다. 특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디아블로2’는 핵앤슬래시 액션 RPG의 표본이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갖추게 됐다.

‘디아블로’가 쿼터뷰 시점의 핵앤슬래시를 내세운 액션 RPG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단순히 이런 유의 게임을 시작했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핵앤슬래시의 액션 RPG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 스킬 트리, 스탯 포인트, 조작 및 유저 인터페이스(UI), 스토리, 배틀넷 등 새로운 콘텐츠가 조화를 이루며 ‘디아블로2’를 완성했다.

‘디아블로2’는 각각의 특징이 뚜렷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직업별 3가지 스킬 트리와 4가지 속성의 스탯 포인트를 자유롭게 구성해 자신만의 캐릭터 창조할 수 있도록 한 점. 다수의 적을 쉴 새 없이 치고 베는 특성 상 활용도가 높은 2~3개의 스킬만을 사용하는 간단한 조작법과 체력과 마나를 구 형태로 보여주는 등의 직관적인 UI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 여기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배틀넷을 통한 멀티플레이 지원으로 보다 몰입감 있는 플레이를 경험하도록 했다.

이에 ‘디아블로2’의 3가지로 분리되는 스킬 트리나 힘·민첩·지능·체력으로 나뉜 스탯 포인트, UI 등은 이후 등장한 액션 RPG의 모방의 대상이 됐다.

1.jpg

‘디아블로3’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됐다. 특히 이 작품은 ‘디아블로2’의 핵심 흥미요소인 스킬 트리와 자유도 있는 스킬 포인트 시스템을 버리고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을 다양한 기능을 가진 룬 시스템을 통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스킬 조합과 자동 스탯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론 두 가지 시스템이 ‘디아블로2’의 재미를 높인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과거 이를 즐긴 유저 사이에서 ‘디아블로3’의 새로운 스킬과 스탯 시스템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하지만 수백억 가지 스킬 조합이 가능한 룬 시스템은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혁신이라 불릴만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이다.

‘디아블로2’ 출시 이후 다수의 핵앤슬래시 액션 RPG가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의 명성을 뛰어넘는 작품은 등장하지 못했고 ‘디아블로’의 아류작 혹은 모방작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모방만 있을 뿐 혁신이 없었기에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는 마치 대형마트에서 진열대에 어떤 신상품을 내놓을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진열할지에 대한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 혁신을 넘기는 어렵지만 혁신에 성공하면 작품의 명예는 물론 제작사의 인지도(혹은 자산가치)까지 상승할 수 있다.  

최근 ‘토치라이트2’(루닉게임즈) 출시를 비롯해 ‘데빌리언’(한게임), ‘와일드버스터’(누리스타덕스), ‘스틸파이터’(그라비티) 등 ‘포스트 디아블로’를 노리는 작품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이를 받쳐줄 ‘혁신’이 없다면 결국 해당 게임 앞에는 ‘디아블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품이 되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