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초창기 게임음악 전문 스튜디오가 여러곳 생겨나기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도 BGM(background music) 제작의 형태로 사내에 몇 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작업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색깔이 서로 다른 게임OST가 잇따라 출시해 눈길을 모은다. 엔씨소프트의 대작 ‘블레이드&소울’과 넥슨의 ‘마비노기영웅전 시즌2’ OST가 그렇다. 이들 두 OST는 BGM을 극대화시킨 예와 마케팅으로써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만듦새가 굳이 게임 유저가 아니더라도 음악마니아라면 소장할만한 수준이다.
 
총 21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블레이드&소울’ OST는 퓨전무협판타지라는 게임 장르에 걸맞게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게임 접속시 익숙하게 들을수 있는 메인테마에서부터 엔딩테마인 ‘석양의 그림자’까지 오케스트라와 동양전통 악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색채가 물씬 풍겨난다. 여기에 각 종족과 던전, 필드, 퀘스트로 구분된 여타 19개의 테마는 월드뮤직 장르를 즐기는 리스너(listener)라면 충분히 귀를 충족시킬 수 있을만 하다.
 
‘블소’의 OST는 일본의 뮤지션 이와시로 타로가 전담했다. 이와시로는 일본의 드라마·영화 OST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시리즈 등의 영화에서 OST를 담당한 바 있다. 이들 작품이 그러하듯 ‘블소’ OST 역시 키타로나 사카모토 류이치 등 주로 일본 뮤지션들이 추구한 동서양 혼합의 월드뮤직의 계보 안에서 개성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블소’OST 가 해외 유명 뮤지션이 전담한 BGM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마비노기 영웅전 시즌2’의 경우는 정반대의 경우에 속한다. ‘마영전 시즌2’ OST는 국내 유명 인디밴드들이 참가한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자기색깔을 드러낸다. 박완규를 비롯해 트랜스픽션, 몽니, 내귀에 도청장치 등 굵직한 락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마영전 시즌2’OST는 전형적인 게임 마케팅의 색깔이 강하다. 박완규가 부른 타이틀곡 ‘벨라’를 제외한 여타 12개의 트랙이 현재 KBS2TV에서 방영중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밴드2’에 참가한 뮤지션이다.(넥슨은 이 프로그램의 스폰서다) 
 
그런데 이 OST는 단순히 게임마케팅을 위한 음반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3개 트랙 전부가 귀에 쏙쏙 들어올만큼 탄탄한 멜로디를 갖췄을 뿐 아니라 각 참여 뮤지션들의 개성이 묻어날 만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영전 시즌2’OST는 게임과 방송, 인디음악씬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낸 음반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는 게임유저들뿐 아니라 방송, 음악 마니아들이라는 고유영역의 문화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교집합 지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들 OST는 최근 국내 게임음악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BGM이나 마케팅의 활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음악이 영역확대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외 뮤지션들을 적극활용해 음악 소비층도 끌어낼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게임이 타 문화콘텐츠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게임업계가 시장고착화와 규제 등의 악제로 침체분위기를 겪으면서 달라진 점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 인정받는 네트워크 기술은 게임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보다 탄탄해지고 있으며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중시한 작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로 들을 수 있는 게임음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게임업계가 타문화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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