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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피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거센 PC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는 그대로 이어져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 셧다운제 게임물의 범위를 규정한 고시안을 4일 행정 예고했다.


이 고시안에 따르면 심야시간(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의 범위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게임은 제외되지만 PC 온라인게임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고시안의 행정 예고로 모바일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국내 모바일게임사는 상당수가 중소 규모로 셧다운제 적용 시 이를 준수하기 위해 발생하는 관련 제반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게임 출시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게임은 올해 시장 규모가 약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게임업계의 돌파구이자 위안으로 여겨졌던 만큼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셧다운제 적용에서 벗어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고시안은 심야시간 인터넷 게임 서비스의 시간과 대상이 제한되는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 제2항에서 2년마다 평가해 개선 등의 조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행정 예고됐다. 이에 오는 5월 20일부터 2015년 5월 19일까지 이번 고시안이 적용되며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2년 유예됐다.


모바일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카톡게임의 높은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게임의 관심이 전 국민에 집중돼 있는 만큼 거센 여론의 반발에 여가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가 유예된 만큼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모바일게임이 제외됐지만 PC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포함된다. 또한 이번 고시안에서 콘솔기기가 적용 대상에서?예외 됐지만 유료로 서비스하는 경우 셧다운제 적용을 받아 X박스360 라이브,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는 현재처럼 셧다운제 대상이 된다.

셧다운제는 시행되기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심야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드물뿐더러 이용한다 해도 부모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사례가 많아 강제적으로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


결국 셧다운제는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는 도구로 전락하면서 게임 이용 시 강제로 2시간에 한 번씩 휴식 시간을 주는 쿨링오프제를 비롯해 셧다운제 심야시간의 확대 적용, 게임사 연매출의 최대 1%를 징수하는 치유부담금 등과 같은 해괴한 법안을 등장시켰다.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셧다운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졸속 처리 법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과몰입을 막고 수면권이 보장되길 진정 바랬다면 청소년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나 주변 지인에게 해당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권한을 주는 등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했다. 현재처럼 강제로 게임 접속 시간을 차단하는 것은 게임의 부정적 인식 확산에만 기여할 뿐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이와 관련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의 전병헌 의원은 지난해 여가부가 국정감사에 자체 연구용역한 ‘강제적 셧다운제 실태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해 심야시간 청소년 인터넷 게임 이용시간은 0.3% 감소한데 반해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위한 주민번호 도용은 40%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가부 스스로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제도라는 것을 증명한 만큼 부모에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4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모바일게임을 셧다운제 적용 범위에서 원천 제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문화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셧다운제 강화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게임 개발자가 꿈은 그는 당시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낮음을 지적하고 넓은 시야로 게임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 바 있다.


정부는 셧다운제가 한 고등학생도 알고 있는 숲은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고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김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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