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가 휘청거리면서 기업들은 보다 실속 있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여러 분야의 벤처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넥슨의 태동기 역시 이때였다. 넥슨 김정주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정 가운데에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등 폭풍을 맞받아치며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카이스트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넥슨을 이끌며 내놓은 세계 첫 MMORPG ‘바람의나라’가 IMF 위기 대안으로 DJ정권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힘입어 빅히트를 기록한 것이다.김정주 회장은 KAIST 재학 시절이던 1994년 동문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6천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넥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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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동료들 뭉치다

카이스트 재학시절 당시 함께 개발한 게임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으로 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 1년만인 1995년 ‘바람의나라’는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어 나성균(네오위즈대표), 정상원(띵소프트대표) 등 서울대-카이스트 출신의 우군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어둠의전설’ ‘크레이지아케이드’로 역량을 키워나갔다. 이들 게임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넥슨 자체개발 게임으로 현재의 넥슨이 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을까. 초반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송재경대표는 ‘리니지’를 들고 아이네트를 거쳐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겼고, 나성균대표는 네오위즈를 직접 창업하며 다른길을 택했다.

김 회장은 이후 정상원 대표 등과 함께 넥슨을 이끌며 재도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해서 2001년 10월 넥슨이 ‘캐주얼명가’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크레이지아케이드’ 시리즈1인 ‘비앤비’를 탄생시켰다.

그 이전까지만해도 2D MMORPG에 주력했던 김 회장은 ‘비앤비’ 출시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단순한 아케이드형 게임인 ‘비앤비’는 젊은 청소년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넥슨게임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김 회장은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 시리즈 2탄격인 ‘카트라이더’로 자타가 공인하는 캐주얼 왕국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마리오카트’의 복사판이라는 일각의 비아냥에도 불구, ‘카트’는 2004년 출시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다. ‘카트’의 인트로 뮤직은 지금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이다. PC방에서 6년이상 1위를 독주하던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낸 것도 다름 아닌 ‘카트라이더’였다.

-인수합병의 귀재 넥슨 을 정상 자리로

‘카트라이더’의 성공에 탄력을 받은 때문일까, ‘카트’보다 1년전에 내놓은 캐주얼 MMORPG ‘메이플스토리’가 남녀노소 불문, 인기를 독차지하며 빅히트를 기록했다. ‘카트’와 ‘메이플’의 대박 이후 넥슨은 승승장구했고, 김회장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함께 게임업계 양대산맥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넥슨은 마비노기, 카스온라인 등 숱한 히트작을 내며 국내 정상급 게임업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사실 김 회장이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한 것은 게임보다는 인수합병(M&A) 분야였다. 김 회장은 2004년 12월 개발사 위젯을 인수해 ‘메이플스토리’를 킬러 타이틀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2005년7월에는 현재 넥슨모바일인 ‘엔텔리전트’를 인수했다.

김 회장의 M&A 성공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 2008년 7월 인수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이다. 4천억원에 가까운 뭉칫돈을 투자하며 김 회장이 인수한 네오플은 현재까지도 넥슨게임중에서 효자중의 효자로 자리매김하며 넥슨이 업계 1위자리를 탈환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현재 사이퍼즈가 그 맹맥을 이어 받고 있는 상태. 이후 엔도어즈 등 굵직굵직한 대형 개발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M&A 시장에 큰 손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편 지난해에는 JCE 지분인수를 통해 스포츠 게임 채널을 극대화 시켰다. 특히 모바일게임 ‘룰더스카이’는 JCE와 넥슨의 공동 작품으로 부상하며 큰 인기를 구가해 모바일 게임의 명가로 발돋움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결정적으로 올해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인수한 김 회장은 MMORPG 게임 ‘마비노기 아레나’를 기존 마비노기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서는 이를 두고 넥슨의 MMORPG 결정판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김 회장은 특히 독특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자본시장에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즉, 한국넥슨을 일본넥슨이 지배하고, 이를 다시 지주회사격인 한국의 NXC가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게임 명가로 자리 잡아 앞으로는 더욱 큰 세상으로?

김 회장은 그가 뜻하는대로 도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이후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업계에선 일본 넥슨의 상장으로 김 회장 자산이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넥슨 자체에도 1조원 이상의 현금자산이 확보된 상태다.

현재 김 회장은 넥슨 경영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NXC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한 것도 이 같은 밑그림의 연속선상에 있다. 온라인 게임 하나로 창업 15년 만에 세계 500위권의 부호로 떠오른 김정주 NXC회장. 그는, 이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디즈니’를 향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게임사업 하나에 머물지 않고 게임을 원소스로 다양한 연관 콘텐츠를 확보, OSMU(원소스멀티유스)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는 디즈니와는 같은 듯 다른 비즈니스 방향으로 그만의 ‘넥슨왕국’ 건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넥슨’의 몸집 불리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업계가 많지만 넥슨의 양적, 질적 성장은 현 시점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의 텐센트, 샨다, 일본의 그리, 미국의 비벤디 등 규모로 따지면 국내 업체에서 이들 공룡 게임사와 경쟁했을 때 대적할 수 있는 업체는 넥슨이 유일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게임시장에서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로 든든한 보호막이 돼 주며, 한국 게임 산업에 발전적인 요소로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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