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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한국영화계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유입됐다. 1998년 영화 ‘쉬리’의 흥행 이후 그동안 불가능하다 느껴졌던 액션 영화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낸 후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가 개발됐다. 이후 한국영화계에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액션, 서스펜스,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선보여졌다.

이같은 다양성 확대로 인해 영화계에는 기존 영화인뿐만 아니라 작가군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기존 영화인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던 박찬욱, 강제규 감독과 같은 경우 외에도 소설가로 알려진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연출을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됐다. 이같은 시나리오풀의 확대는 2000년대 초 영화업계가 황금기를 누리게 된 밑거름이 됐다.
 
18일 열린 ‘NHN게임문학상’ 수상식에서 눈에 띈 것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10여년을 보내면서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시상식에서는 약 1500편의 게임시나리오가 응모돼 기존에 비해 3배 이상 많아진 작품들이 경합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문예창작학과 등 문학 관련 전공자들의 참여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번 공모전 수상자의 상당수는 관련 학과 전공자들이었으며 평소 여가생활로 즐기던 게임을 문학의 범주로 포함시켜 이번 공모전에 참가했다.
 
“이번 응모작들의 서사를 보면 게임과 스토리가 잘 조화된 캐릭터, 세계관 등을 느껴질 수 있었으며 사회적 이슈도 소재로 선정해 리얼리즘적인 내용들도 많았다”고 말한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의 심사평에서 보듯 저변 확대로 인한 장르 다양성의 여지마저 엿보였다.
 
아직까지 국내 게임은 해외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편이다.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게임 개발 인력풀은 상대적으로 스토리텔링이나 플롯의 전달보다는 기술적인 완성도에 집중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 온라인게임 기술이 데이터 전송이나 서버관리 등의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스토리텔링의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이 때문에 완성도 높은 그래픽 퀄리티의 비주얼을 확보한 게임들은 속속 등장하지만 아직까지 업계 안팎으로 신드롬을 형성할만한 콘텐츠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비춰볼 때 ‘NHN게임문학상’과 같은 게임시나리오 공모전이 지속적으로 치러진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같은 공모전은 게임 저변확대 속도를 보다 빠르게 진행시켜줄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에 필수요소인 인문학적 시각 확대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NHN게임문학상’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공모전 수상작들이 실제 게임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 3회째를 맞이한 공모전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상작들이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접할 수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시나리오공모전, 막동이시나리오공모전 등을 통해 ‘연애의 목적’ ‘그림자살인’과 같은 흥행 영화들이 다수 나왔던 점을 상기해봤을 때 공모전으로 입증된 시나리오는 흥행비즈니스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업계가 ‘상당수 시나리오들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가진 플롯과 주제의식을 게임에 반영해보자는 의지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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