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식스', '스페셜 포스'에 이어 PC방 장기집권한 '서든어택'
쉬운 입문과 간편한 만족감, 누구나 함께 와서 즐기는 문화 키워드로

[게임플] PC방이 탄생한 이래, 총을 들고 겨루는 슈팅 액션은 언제나 게이머들의 곁에 있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갈 때 가장 먼저 집어들게 되는 장르였다. 

슈팅게임이 항상 순위권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하는 친구를 데려와도 금세 적응시킬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게임이다. 마우스를 움직여 총구를 맞춰 좌클릭으로 쏜다. 빠르고 정확하게 쏴서 맞추면 이긴다. 이 직관적인 기본 규칙은 비디오 게임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단순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맵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 저격이나 잠복 스팟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등에 따라 많은 실력이 갈렸다. 기본적인 에임 능력이 중요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초보자가 숙련자를 잡아내기도 하는 의외성 역시 갖췄다.  

당시 기준에선 참 좋은 그래픽이었다
당시 기준에선 참 좋은 그래픽이었다

PC방 태동기에 가장 먼저 열풍이 불어온 FPS는 '레인보우 식스'였다. 물론 '스타크래프트'가 최고의 인기였지만, 차순위로 게임을 즐길 때 주저 없이 선택하곤 한 게임이다.

처음 게임을 할 때 신선했던 점은 '사람은 총에 맞으면 죽는다'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퀘이크'나 '둠' 같은 고전 FPS만 겪어본 당시 친구들에게는 3점사나 헤드샷 한 방에 적이 쓰러지는 일은 생소했다. 레인보우 시즈는 이후 해외에서도 밀리터리 택티컬 FPS가 대세로 떠오르는 토양이 됐다.

후속작이 계속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첫 타이틀만큼 대중적 인기는 없었고, 잠시 여러 온라인 FPS가 난립하는 시기를 겪었다. '카르마 온라인'을 강력 추천하는 친구도 있었고, '스페셜 포스'로 의견이 모이기도 했다. 글로벌은 이 시점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전설의 시작을 알렸지만, PC방 분쟁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스페셜포스 역시 대세 기간이 있었지만, 서든어택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스페셜포스 역시 대세 기간이 있었지만, 서든어택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 혼란을 정리하고 통일을 이뤄낸 게임이 바로 '서든어택'이었다. 초창기 서든어택의 강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할 단점이 없다'는 것.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많이 참조하기도 했지만 조작감과 사격감이 모두 준수했고, 게임 규칙이 아주 간단해 입문이 쉬웠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끼어 있어도 얼추 재미있게 어울린다는 점은 당시 PC방 인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서든어택의 점유율은 순식간에 올랐고, "PC방에 총이나 쏘러 가자"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것은 곧 '서든'하자는 말과 같았다. 다른 게임을 하러 가더라도 대기시간 동안 가볍게 몇 판 돌리기에 최적의 게임이었다.

그래픽은 평범했지만 더 큰 강점들이 있었다
그래픽은 평범했지만 더 큰 강점들이 있었다

여성 유저들이 슈팅게임에 많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성별 섞여 PC방에 놀러갔을 때 가장 부담 없이 할 만했고, 옆에서 게임을 배우다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빠져버리는 흐름은 종종 나왔다. 

어떤 방향으로든 업데이트가 잦아 매번 새롭게 해볼 거리가 있는 것도 이런 유저층에서는 큰 매력이었다. 게임은 꾸준히 수련하면서 실력을 늘리는 재미도 있지만,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한번씩 가볍게 즐기는 층도 많다. 서든어택은 그들에게 부담이 없었다. 업데이트가 많아도 게임을 새로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든어택은 슈팅 장르 점유율 1위 자리를 역대 가장 오래 유지한 게임으로 남아 있다. 놀라운 점은 2023년 현재도 1위라는 것. 여러 게임이 대세로 떠올랐다가 주춤하는 사이, 20년간 모두가 가장 편하게 즐기는 PC방 슈팅 게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서든어택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국내 게임이 개발됐다. '아바(A.V.A)' 같은 경우 출시 초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신작도 더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는 부족했다. 이보다 간편하게 만들기는 어려웠고, 복잡해지면 굳이 익숙한 게임을 버릴 이유가 없었다.

보통 한 장르 내에서 일반 대중까지 스며든 게임이 등장하면, 동일 장르에서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은 특히 그런 문화가 강했다. 서든어택은 밀리터리 FPS 분야에서, 2000년대 어린 세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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