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자국씩 걸어간 게임 인식 개선... 이제 국회 주최 게임대회까지

[게임플] 한국 국회의 주도로 e스포츠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아프리카 프릭스 스튜디오에서 '국회의장배 e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게임문화재단과 대한민국 국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했다. 종목은 '철권7'으로, 한국과 일본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 개인전과 국가대항전을 펼쳤다.

올해 초 국회가 e스포츠를 주최한다고 밝힐 때 많은 게이머가 위화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와 게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2015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처음으로 게임 전시회가 열렸고, 게임에 뜻이 맞는 의원들이 모인 대한민국게임포럼을 중심으로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국회에서 개최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 일정이 겹치면서 영상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철권 유명 캐릭터 폴의 동작을 선보이고 합성 화면까지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게임 진흥 메시지는 이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사상 최초 국회의장배 e스포츠라는 결과와 함께 하는 만큼 무게는 남달랐다.

현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을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고, 게임 법안 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이상헌 의원은 대회 준비와 함께 전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이 의원은 파키스탄에 철권7용 게임레버 50세트를 자비로 보내며 양국 게이머들의 우호를 다진 이력도 있다.

게임 소재로 국회의장이 망가지는(?) 모습은 조금 더 신선하다
게임 소재로 국회의장이 망가지는(?) 모습은 조금 더 신선하다

게임과 정계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한때 셧다운제가 통과되고 중독법이 논의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회에서 게임에 관심이 많거나 직접 게임을 즐기는 의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법안 발의도 게임 지원과 게이머 보호 장치에 집중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느낀 장면은 또 있었다. NATV(국회방송) 유튜브를 통해서도 대회를 이틀간 생중계로 관람할 수 있었다. 지금도 실시간 탭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기존 채널 시청자들이 처음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국회 기록 한 가운데에 대회 영상이 남게 됐다.

이번 대회 종목이 '철권7'로 정해진 것도 의미가 깊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철권은 세대를 관통하는 게임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시리즈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철권3'가 처음 나왔을 때 오락실을 찾던 대학생들이 어느덧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수억 대 연봉을 당연하게 올리는 시대다. 금전적 가치를 제치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행위 자체가 세대를 불문하고 자연스럽게 수용되기 시작했다. 유튜브와 실시간 스트리밍이 더 이상 새로운 미디어가 아니라 일상이 된 것처럼, 게임 역시 같은 순간에 모든 세대의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국회방송 유튜브 가운데에서 철권을 외치다
국회방송 유튜브 가운데에서 철권을 외치다

게임을 향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어 왔다. 빠르진 않았지만, 그 결과물은 어느새 익숙해졌다.

급기야 지난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게임 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게이머 세대를 위한 맞춤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는 단순히 게임을 향한 고평가를 넘어, 게임과 e스포츠를 자연스럽게 교류 수단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의장배 e스포츠 대회는 동시시청자 3만 명을 기록했다. 결과는 또다시 DRX의 '무릎'이었다. '무릎' 배재민 선수는 1일차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일차 한일전에서도 잠시 부진한 듯했으나 결국 에이스 결정전에서 일본의 '노비'에게 승리하며 한국 승리를 확정지었다.

'무릎' 역시 프로게이머 환경이 열악할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최강을 유지하며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철권, 그리고 무릎이 걸어온 길이 국회 주최의 e스포츠가 열린 지금의 길과도 겹쳐 보인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다. 김진표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가 만든 게임으로도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언젠가 모든 유저들이 한 자리에서 겨루며 뭉칠 수 있는 게임이 이곳에서 탄생하게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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