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지만, '러브 딜리버리'에서 다시 한 걸음 발전
적재적소 패러디와 스트리밍 모드 마케팅 등 영리한 장치 돋보여

[게임플] 크리스마스는 언젠가부터 커플의 전유물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뜻깊게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보낼 수도, 연인과 보낼 수도 있다. 미약하지만 대안책도 있다. 게임 속 연인과 함께 보내는 방법이다.

'러브 인 로그인'은 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두고 등장했다. 올해 초 '러브 딜리버리'를 출시한 온파이어게임즈의 신작이다. '진짜 찐따'의 성장과 연애 이야기에 이어, 8년차 게임 친구 사이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다. 

파격적인 스토리나 엄청난 게임성이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당일 판매량 1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통했다. '소수가 만들어 소소하게 버는' 것으로 알려진 이 장르에서는 이례적인 흥행이다. 유저들이 크리스마스에 가상 연애로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 미니게임으로 조작도 가능하고 성공 여부에 따라 호감도가 갈리지만, 무한으로 재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트루 엔딩에 자동으로 다다를 수 있다.

초중반 전개는 로맨틱 코미디의 왕도 같은 전개지만, 게임사와 게임 세계가 연결되면서 나름대로 개성을 가진다. 게임 회사에 주인공 권성현이 공모전 입상자와 계약을 위해 어떤 미녀를 만나고, 그녀가 남자인 줄 알았던 게임 속 절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작보다 발전하면서도 과감해진 일러스트다. 러브 인 로그인은 15세 이용가의 일반 버전과 19세 이용가의 '시크릿 플러스'가 따로 존재한다. 시크릿 플러스 노말 모드로 플레이하면, 개발사의 "한국 심의에서 가능한 최대 수위"라는 공언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전작 이상으로 성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여주인공 다혜 역을 맡은 장미 성우는 온갖 욕설과 음담패설 유머는 물론, 19세 버전의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불사르면서 프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중요한 공신은 이준엽 역의 홍승효 성우다. 그 대사들을 듣는 유저 모두가 진심을 다해 싫어할 수밖에 없도록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면서 완벽한 빌런을 탄생시켰다. 그밖에도 전작에 이어 적절하게 분위기를 달구는 음악도 좋은 역할을 한다.

각종 패러디도 재치 있게 사용된다. 러브 딜리버리를 플레이해봤다면 세계관이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방송 관련 밈이 뜻밖의 곳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혹여 그런 밈을 모르더라도 낯설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끔 대사 구성도 자연스럽다.

스토리가 마냥 웃기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러브 인 로그인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성장기다. 우울하게 방황하던 이들이 '게임'을 소재로 마음을 열고 교류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오랜 게이머라면 공감할 수 있는 대사도 곳곳에서 보인다.

전작에 이어 크게 해소되지 않은 단점도 있다. 대중적인 소재와 전개 방식을 가볍게 따라간 것은 안정적이면서 매력이 있지만, 그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이 지나치게 예측하기 쉬워지기도 한다. 이번 작은 루트가 권다혜 하나뿐이고 플레이타임도 5시간 안팎으로 길지 않은 만큼 이야기 체험 자체는 다소 아쉽다.

미니게임들은 단순하지만 적절하게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효과가 있다
미니게임들은 단순하지만 적절하게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효과가 있다

여전히 인물 대부분은 평면적이다. 이준엽 팀장은 세상 모든 혐오적 성격을 한 인물에 다 몰아넣어버렸고, 천수연과 원석이형 등 다른 주변 인물도 선악이 선명하게 그어진다. 이로 인해 이야기가 크게 전개될 때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거지가 나타나곤 한다.

한편으로는 인디 개발사의 사정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인물 하나를 늘리는 데 음성까지 포함해 들어가는 리소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 등장 캐릭터가 한정된다면 하나의 캐릭터는 똑같은 역할을 계속 맡을 수밖에 없다. 이번 흥행을 기반으로, 차기작에서는 더욱 풍성한 인물과 사건 묘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개발사 온파이어게임즈를 설립한 인원은 세 명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사실, 단점을 파고들기 미안할 정도로 인원 수에 비해 훌륭한 완성도를 갖췄다. 러브 딜리버리에 이어 게임 속 어필 포인트를 영리하게 짠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개발진은 일찌감치 스트리밍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게임 내에서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짜왔다. 러브 인 로그인 역시, 따로 마련된 스트리머 모드에서는 인터넷 방송 심의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그림들을 조정해 표현했다. 

누적 시청자 수만 명이 게임 플레이 방송을 지켜보면서, 엔딩 씬에서 '스트리머 모드에서 지원되지 않는 음성입니다' 등의 메시지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온리 스토리 게임이 스트리밍에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을 역으로 뒤집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방식은 차후에 등장할 다른 한국 게임들에게도 좋은 '전야제'가 될 수 있다.

러브 인 로그인을 뛰어난 게임이라고 섣불리 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성향 비주얼노벨 기준에서 유저 니즈를 똑똑하게 파악한 흔적이 보인다. 전작에서 보여준 안정적 재미를 계승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효율적으로 발전했다. 러브 딜리버리에서 만족했던 유저라면 주저 없이 플레이해도 후회하지 않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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