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적 묘사 가운데, 독자 입장의 상상으로 여백을 그리다

[게임플] 방대한 판타지 원작을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일은 어렵다. 그대로 옮기면 부자연스러워지며, 과한 해석은 원작 훼손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유연한 상상력이었다.

크래프톤이 제작하고 발매한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의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는 이 과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영도 작가의 소설은 세밀한 묘사를 하지 않는다. 숨가쁜 이야기 전개 속에서 환상적인 존재들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눈마새 게임 및 영상화를 준비하는 윈드리스 팀은 원작 고증에 상상력을 더해 여백을 채웠다. 게임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 단계지만, 영상화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던 원작의 팬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한 비주얼이었다.  

윈드리스 팀은 원작에 등장하는 대비 요소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극명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트를 과장하거나 생략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시각화 과정에서의 오리지널리티 역시 중요한 작용을 했다.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제작 과정은 케이건의 무기 '바라기'다. 두 칼날이 하나의 손잡이에 붙어 있는 쌍신검이다. 본래 고대 아라짓 왕국의 전설적 인물인 영웅왕의 검이었으며, 이전에 본 적 없는 느낌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검의 외형을 찾으려 했다.

바라기 초기 디자인은 작가가 소설 연재 당시 설명한 도해를 충실히 구현했으나, 칼날 두 개가 떨어져 있을 때 현실적으로 생길 문제를 보완해야 해서 새롭게 디자인됐다. 칼날 연결부가 충분히 힘을 받아낼 수 있게 하면서도 새롭고 기묘한 칼이라는 느낌을 구현했다.

원작의 용도 기존 세계관 속 용과 크게 다른 특징을 가졌다. 식물로 태어나 식물을 불태우는 존재로, 눈마새 속에서는 예로부터 모순의 상징으로 불렸다.

원작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스화리탈은 그 탄생부터 최후까지 용의 운명을 타고났다. 용은 식물로 취급되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데, 아스화리탈은 무시무시한 뇌룡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 

이에 시각적으로 식물처럼 자랐다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동물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표현했다. 특히 날개가 평소에 봉오리 형태로 접혀 있다가 번개가 치면 화려하게 날개가 피어나는 광경을 상상한 끝에 작업물이 탄생했다.

나가의 얼굴 표현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거쳤다. 인간과 뱀의 느낌을 동시에 살리되 본능적인 혐오감이 들지 않는 나가의 얼굴을 찾아갔다. 입 주변 비늘은 다른 부분과 달리 늘어날 수 있는 유연한 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보다 큰 먹이를 삼키는 설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두억시니의 도시는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피라미드 실루엣을 접근했다. 최후의 대장간과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한 의도다. 소설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이 피라미드가 사실 빛이 되어버린 종족의 거대한 무덤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기반으로 도시 내부 구조를 만들어냈다.

하늘치 위에 세워진 이동수도 하늘누리의 건물들은, 이동하며 생기는 바람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벽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또 기둥이 높아질수록 구멍이 숭숭 난 부분이 조형에 드러나도록 했다. 

비행기의 제트 엔진을 담은 구조물은 도깨비가 설계한 장치다.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밑에서 바람을 흡입해 장치를 돌려, 건물을 돌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상상해 하늘누리 전체 풍경을 만들어냈다.

윈드리스 팀은 "눈마새 캐릭터와 배경은 사실적 묘사를 위주로 설정했지만, 독자들의 입장이 되어 상상력과 생각을 더해 아름다운 세계를 구현해봤다"면서 "이 여정은 우리에게도 크나큰 기쁨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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