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고증과 아이디어로 시각화한 '눈마새'

[게임플] 방대한 원작 소설을 시각화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과 섬세한 제작을 덧붙일 경우 예술적인 작품의 시작점이 된다.

크래프톤이 제작하고 발매한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가 화제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연재 20주년을 기념했으며, 게임화를 위한 비주얼 R&D의 정수이기도 하다. 아트북의 높은 퀄리티로 인해 관심이 집중됐으며, 출시 직후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걱정으로 시작했던 원작 팬층 역시 아트북 내용을 확인한 뒤 일제히 호평으로 돌아섰다. "아트북을 보면서 깊이 있는 연구에 감탄했다", "크래프톤이 '눈마새'를 연구하는 시도가 감동적",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멋진 재해석" 등의 댓글이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높은 추천을 받았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 게임 프로젝트는 아직 기획 초기 단계다. '프로젝트 윈드리스(Project Windless)'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캐나다 스튜디오를 설립해 새로운 게임 개발을 착수할 게획이다.

아트북은 대형 프로젝트로서 원작의 이미지와 세계관을 먼저 확립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크래프톤은 "원작 독자와 여러 창작자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자 만들었으며, 소설에서 받은 추상적 영감을 손에 잡히는 현실적인 이미지로 만들고자 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케이건 드라카
케이건 드라카

크래프톤이 공개한 아트북 비하인드 씬은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원작 속 유명한 문구와 함께, 이야기 초반인 구출대의 출발 장면에서 시작한다. 눈마새 이야기는 한 명이 이끌지 않는다.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보여주고 그들이 가진 몰이해와 약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구출대의 길잡이 역할인 인간 '케이건 드라카'는 잔혹한 면과 동시에 선하고 친절한 면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면서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 아트북 디자인은 그런 복합적인 면모와 노련함이 얼굴에서부터 드러나길 바라면서 만들어졌다.

원작에서 케이건의 인종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동서양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외형을 찾아가야 했다. 상징성도 필요했다. 케이건의 정체성을 의상에 반영해, 긴 세월 여행자로 살며 옷을 묶어 수선하는 버릇을 들였다고 설정했다. 

길잡이로서의 특징은 원작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북부와 키보렌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여행자이자,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가를 잘 알고 있는 생존 전문가다. 륜 페이에게 철혈이라고 비난을 들을 만큼 냉정하게 합리와 효율을 근거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 독특한 성격을 바탕으로 케이건의 설득력 있는 외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비형 스라블
비형 스라블

요술쟁이 역할의 '비형 스라블'은 유쾌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는 도깨비 종족이다. 우연히 구출대에 선발된 그는 항상 농담과 장난으로 여정에 웃음을 더하기 위해 노력한다. 도깨비는 장난스러운 예술가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는 종족이다. 

아트워크 제작 과정에서는 이런 두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도깨비 기와 무늬도 반영했고, 우둘투둘한 피부는 붉게 물드는 피부를 가진 물고기 아라파이마에게 영감을 받아 구현했다. 

의상 역시 한국의 전통 특색을 살렸다. 마치 인간이 면도를 하듯 도깨비들은 만들어낸 불로 뿔을 다듬는다는 방향으로 뿔을 표현했고, 동곳과 비녀를 다는 방향도 연구했다. 

레콘 '티나한'은 직접 전투에 특화된 대적자다. 단지 닭의 외형과 비슷한 종족이 아니라 그 성격에 맞는 현실적 모습을 갖추려 했다. 그래서 레콘의 실루엣과 성격을 반영할 특징을 찾아 나갔다. 몸집이 강조되고, 몸을 크게 부풀릴 수 있다는 설정을 녹여냈다.

또한 콘셉트 원화를 통해 볏을 레콘들의 개성으로 활용하려 했다. 그 결과 티나한 외 다른 레콘을 표현할 때 볏과 주변 깃털의 형태를 변형시켜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었다. 또 티나한의 얼굴 표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말이나 닭처럼 목과 머리의 움직임으로 그의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방한복을 입은 륜 페이
방한복을 입은 륜 페이

구출대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륜 페이'는 나가 종족이며, 유약하면서도 내면에 폭발적이고 강인한 면모도 가진다. 

지나치게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소설 설정을 기반으로 설득력이 있는 나가 외형을 찾으려 했다.  극을 이끄는 나가 캐릭터들이 표현하는 감정에 보는 사람이 깊게 공감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인간과 닮아 보이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채택했다. 

특히 허물 벗기를 하고 남은 외피로 일종의 헤어 스타일을 만들어 각자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용인이 된 륜 페이는 북부에 적응하기 위해 방한복을 입는 등 처음 모습보다 변화하지만, 여전히 나가의 정체성도 살려 표현했다. 표정에서도 특유의 예민한 성정이 드러나도록 했다.

캐릭터는 사실적인 묘사를 위주로 설정했다.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로 제작될 때 영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눈마새'가 지닌 독창적 판타지 세계관과 새로운 종족, 아름답고 처절한 서사를 게임 경험으로 담아 전 세계 게임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목표다. 

눈마새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크래프톤이 낸 아트북은 혼을 다해 원작을 연구한 흔적,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설정을 살려낸 포인트가 돋보인다. 시각화가 어렵기로 소문난 이영도 소설을 원작 팬들이 인정할 만큼 살렸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아트워크는 말 그대로 예술적 가치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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