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을 특정하기 까다로워지는 미래, 새로운 기준 고민할 시기

[게임플] "그런데, 이건 한국 게임으로 분류해야 할까요?"

지스타 취재 후 뒷풀이 자리에서 무심결에 흘러나온 말이다. 한창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화제에 올렸을 때였다. 이번 지스타 2022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게임이고, 크래프톤이 강력한 자신감으로 선보인 호러 생존 액션이다.

사실 관계로만 살펴보면, 한국 게임이라고 이름 붙이는 일은 타당하다. 크래프톤은 명실공히 한국 기업이다. 게임을 만든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크래프톤 산하에 있는 개발사다. 크래프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원했고, 글로벌 유통 역시 전담한다.

하지만 곧바로 이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스튜디오 대표 글렌 스코필드를 포함해 모든 개발진은 외국인이며, 스튜디오 역시 북미에 자리잡고 있다. 순수 개발 과정에서는 한국이 관여한 바가 없다. '한국인 없는 한국 게임'인 셈이다. 

단 한 가지 특징으로 인해 해외 게임으로 분류됐던 '가디언 테일즈'
단 한 가지 특징으로 인해 해외 게임으로 분류됐던 '가디언 테일즈'

■ '가디언 테일즈'의 정반대 형태, 그렇다면 한국 게임인데...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는 이미 정반대 사례가 있었다. 2020년 '가디언 테일즈'를 개발한 콩스튜디오코리아는 오직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셔로서 한국 및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했다. 

하지만 '해외 부문' 인기상으로 분류됐다. 콩스튜디오 본사가 미국 법인이기 때문. 본사의 석광원 대표 역시 한국인이지만, 단지 본사 국적 하나만으로 해외 게임으로 분류되고 본상 후보에도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다음 해부터 해외 부문 인기상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올해 인기상 항목은 '오버워치 2' 같은 해외 게임들도 한 곳에 포함됐다. 다만 '본상' 부문은 지금도 한국 게임에 한정되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만약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2023년 게임대상 본상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가디언 테일즈에서 생긴 기준에 일관성이 사라지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후보 접수에 구체적인 한국 게임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포함되더라도 그것대로 "한국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한쪽에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넥슨 스웨덴 산하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더 파이널스'
넥슨 스웨덴 산하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더 파이널스'

■ 국적이 '의미 없는 기준' 되어가는 게임계, 수상 기준도 재정립해야

앞으로 이런 질문은 더욱 자주 나오고, 그만큼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국적을 초월한 게임 개발은 점차 흔한 일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외에도 미국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인수해 '문브레이커'에 이어 '서브노티카2'를 준비하고, 오픈월드 FPS를 개발 중인 스웨덴 스튜디오 네오 자이언트를 최근 인수했다. 넥슨 역시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더 파이널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가명을 앞에 걸고 치르는 대형 시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게임 대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기도 수상작 논란이 있을지언정 타국의 게임을 후보에 굳이 빠뜨리진 않는다. 게임 내수시장이 워낙 크고, 세계 3대 콘솔 플랫폼 중 2종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어느 나라든, 게임의 특정 국적만을 한정해 벌이는 시상식은 권위를 찾기 어려워졌다. 여러 국적의 업체와 개발자들이 뒤섞여 게임을 만들게 됐으며, 플랫폼과 유통도 다변화됐다. 게임 시상식이 글로벌 전체 기준으로 체계화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굳이 'K-게임'이라는 말에 목매기보다는, 세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한국 게임계의 등을 밀어주는 것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담긴 정체성도 한 번쯤 다시 고민해볼 시기가 된 것 같다. 한국 게임 축제를 넘어, 세계의 축제가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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