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준, AAA급 소울라이크 액션으로 갖출 미덕은 다 갖췄다

[게임플] 어렵다. 액션 판정이 굉장히 예민하다. 하지만 불합리한 점은 없다. 그렇다. 우리가 기대해온 바로 그 맛이다.

'P의 거짓'은 지스타 2022에서 가장 많은 궁금증을 유발한 게임이다. 국내에 보기 힘들었던 AAA급 콘솔 소울라이크를 들고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최고의 콘솔 게임들을 선보이는 게임스컴에서도 호평이 잇따랐고, 한국 최초로 게임스컴 기대작 수상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부분의 소울라이크를 다 즐겨본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만들기 까다로운 장르다. 단순히 어렵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트워크, 맵 구조, 촘촘한 전투 메커니즘과 사운드까지 모두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패키지 게임 개발 경험도 없던 개발진이 어떻게 이 과제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호기심을 안고 네오위즈 부스에서 시연 기회를 얻었다. 30분 동안의 감상을 요약하면, 프롬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 개발한 소울라이크 중 사상 최고가 될 잠재력이 보인다.

■ 액션 첫인상: 소울류 + 스타일리시 

시연 버전에서는 3종 무기 중 하나를 선택해 시작하도록 했다. 밸런스형, 속도형, 파워형 중 취향에 맞는 무기로 시연해보도록 배려한 듯하다. 짧은 고민을 거친 뒤 밸런스형 도검류 무기를 들었다. 플레이 지역은 챕터 2라고 적힌 곳이다.

PC 플랫폼으로 플레이했고, 시연 구간의 최적화는 깔끔했다. PC 개발작에서 당연하다는 듯 나오는 프레임 드랍 현상은 체감하지 못했다. 그래픽은 게임 트레일러에서 봤던 그 퀄리티 그대로다. 첫인상부터 일단 합격이었다.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대부분 엔딩까지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집중적으로 살핀 부분은 전투다. 소울라이크의 기본 문법을 따라가지만, 세세한 분야에서 다르다.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의외로 액션 그 자체다. 

스타일리시 액션에서 볼 수 있는 연출 감성이 곳곳에서 보인다. 갈고리를 발사해 적을 당겨오거나, 2개의 무기를 교차해가며 서로 다른 강점을 이용해 싸울 수 있다. 특히 무기마다 약공격과 강공격의 특성이 달라지고, 차지해서 사용하는 강공격이 또 다른 무기처럼 활용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 피하기만 하다가 피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리시 속에서 소울라이크의 난이도와 손맛이 살아 있다. 그것도 아주 합리적으로 치밀하게 구현됐다. 적의 공격력을 무식하게 올리거나, 체력만 높게 설정해서 지루하게 만드는 일이 없었다. 

맞았을 때 대미지는 적당하게 들어왔고, 내 공격도 꽤 괜찮은 효율로 보스 체력을 깎는다. 단지 맞지 않고 때리기가 까다로울 뿐이다.

'다크소울'이나 '블러드본'을 기억한 채 플레이한다면 공략법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었다. 다크소울은 구르기 판정이 좋아 일단 적 공격 타이밍에만 잘 구를 경우 웬만하면 피했다. 피하는 방향은 큰 상관이 없었다. 블러드본은 패링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마찬가지로 회피 판정이 나쁘진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구르기나 회피에 의지하는 플레이는 P의 거짓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타이밍에 맞춰 잘 굴러도, 적의 공격이 나를 향해 들어온다면 바로 얻어맞는다. 피격과 타격 판정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섬세하다. 대신 적절한 막기, 그리고 무엇보다 쳐내기(패링)가 중요했다. 

무기로 가드가 가능해 패링 시도에 대한 리스크가 적고, 정확한 타이밍으로 패링을 발동시켰을 때 얻는 공격 턴 효과는 크다. 패링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들어가느냐가 쉬운 클리어를 결정한다. 이 사실을 막 깨닫고 실행에 옮길 때쯤 시연 시간이 끝났다. 원통하다.

■ 어디서 못된 건 또 배워가지고

소울 시리즈의 매력이자 난관 중 하나가 '악랄함'이었다. 유저는 쉴 새 없이 고난을 겪으면서 시험받는다. 살살 약을 올리면서도 유저가 포기하지 않고 "이건 꼭 깨부수고 말겠다"고 동기부여를 느끼도록 자극하는 줄타기가 필요하다.

P의 거짓은 그 점에서도 지나치게 잘 배웠다. 야비하고, 황당하고, 조금은 유쾌한 방식으로 화나게 하는 법을 안다. 그런 장치들이 레벨 디자인과도 잘 녹아들어 있다.

난간 쪽으로 나가는데 적의 등 찌르기에 당해 낙사하거나, 다리를 건너려는 순간 사각에서 화살이 박히거나, 닿지도 않는 옆 건물에서 화염병이 떨어지거나, 등을 보이는 적이 있어서 접근했더니 숨어 있던 한 마리가 옆에서 튀어나오거나... 기타 등등.

단 30분간의 시연에서 겪은 화나는 상황만 이 정도다. 여기에 보스급 적이 사용하는 절묘하고 아슬아슬한 엇박자 공격도 하드코어 게임으로서 미학이 살아 있다. 앞서 말한 액션 판정과도 잘 섞인다. 타이밍만 엇박이 아니라, 공격을 해오는 타격점도 날카롭다.

물론 잘 된 것도 많이 배웠다. 소울라이크 필수 덕목인 레벨 디자인이 각 구간마다 촘촘하게 얽혀서 전개된다. 사다리를 내려 '숏컷'을 내리거나 하는 기본 탐험 구조도 비슷하다. 명목상 있는 것이 아니라, 맵 짜임새 전체가 정교하다.

■ 그밖에...

음악은 소울라이크 보스전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시간 관계상 제대로 듣진 못했다. 다만 P의 거짓에서 음악은 믿어도 될 요소다. 플레이 트레일러에서도 이미 훌륭했고, 사운드팀이 다른 게임도 아닌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맡은 팀인데 무슨 걱정이 더 필요할까.

P의 기관 시스템은 캐릭터를 원하는 방향으로 강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세키로'의 스킬 트리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 인형 특성을 살려 파츠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방식이라 활용법이 다르다. 

시연에서는 가벼운 파츠 두 개만 선택해 달아볼 수 있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극적인 강화가 나타날지는 본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최대한 강력하게 세팅한다고 해서 시시하게 적을 부수는 일만 없으면 될 것 같다.

■ 이대로면, 2023년 5대 시상식에서 얼굴은 확실히 비춘다

소울라이크에서 30분 플레이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장기적 플레이의 근간이 될 성장 디자인은 제대로 체험해볼 틈도 없었다. 그래도 소울라이크로서, 또 콘솔 대작 액션으로서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췄는지는 측정할 수 있었다.

P의 거짓은 그 기본기 분야에서 합격선을 가볍게 넘었다.  

굳이 다른 게임과 비교하자면 소울 시리즈 액션이 묵직해진 버전, 여기에 스타일리시 액션 시스템을 조금 더 가미했다고 할까. 특정 게임만을 고민 없이 모방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기존 다양한 액션 게임에서 나온 영감이 체계적으로 조립되어 또 하나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기대 많이 했다. 다만 그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지 걱정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수많은 게임이 소울라이크를 새로 계승하겠다며 나타났다. 하지만 타율은 매우 낮았다. 실제 플레이에서 이 정도를 보여준 게임이 해외에서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만일 시연 구간과 같은 퀄리티와 밀도가 게임 전체에서 완성된다면, GOTY 수상은 몰라도 후보 노미네이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한국 게임 띄워주기가 아닌 냉정한 예측이다. 이미 기존의 국내 신작들 기준으로 평가할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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