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야 할 정체성, 추가해야 할 트렌드를 드디어 제대로 짚었다

[게임플] 그 시절 감성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 역시 매력적이다.

'마비노기'는 많은 유저들에게 울림이 있는 이름이다. 2004년 출시해 획기적인 자유도와 감성 넘치는 모험 이야기를 담은 MMORPG다. 아기자기한 생활 콘텐츠, 낭만적인 소셜 활동, 실제 판타지 라이프를 살아가는 듯한 몰입감은 아직도 서비스를 이어가는 원동력이다.ㄷ

마비노기 모바일이 처음 시연을 공개한 시기는 지스타 2018이었다. 원 터치로 조작하는 과거 감성의 비주얼, 세로 화면과 가로 화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뒤 오랜 기간 소식이 없어 팬들의 애를 태운 바 있다.

그리고 지스타 2022, 넥슨 부스에서 4년 만에 마비노기 모바일이 돌아왔다. 4년이나 더 걸린 이유가 있었다. 원작과 초기 버전의 기본 장점은 그대로 남겼다. 그 핵심만 빼고는 모든 면에서 새로 개발이 진행됐다. 

지스타 시연은 막힘 없이 진행한다면 15분 정도 걸린다. 전사, 궁수, 마법사와 같이 게임의 기본 직업 틀을 정하는 캐릭터 중에서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었다. 새로고침하면 완전히 다른 외형의 프리셋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차후 서비스에서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나오는 것은 확실하다.

전체적인 모델링은 과거 시연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고, 세로 모드와 가로 모드가 전환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화풍이 비슷할 뿐 그래픽은 확연하게 업그레이드됐다.  게임의 UI와 시스템, 전투 방식 등 전반적인 내실은 완전히 바뀌었다. 더욱 모바일 친화적으로 조작이 배치됐고, 성장 방식도 직관적으로 정비됐다.

시연 초반 나오와의 만남 이후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첫 전투를 위해 알비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입장 장소를 고르고 동전을 던져넣는 씬에서 특히 반가움이 느껴졌다. 이건 역시 '마비노기'였다.  

변화한 전투 UI는 매우 마음에 든다. 기본적인 공격과 행동은 터치 드래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스킬 터치 후 액션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다. 타격감, 연출, 상호작용 모션 등 게임 전투의 기본기도 지금 눈높이에서 밀리지 않는다. 

원작 가위바위보 전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고, 원작 유저 가운데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절 전투 시스템을 그대로 살리기에는 게임 밸런스 디자인에서 어려운 점이 많을 만도 하다. 현세대 유저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체험한 전투는 지금 방향대로 다듬어나갈 가치가 있다.

채팅에 '/춤'을 입력하면 그 자리에서 춤을 추는 전통의 감정표현도 그대로 살아 있다. 가방에서 악보를 선택해 연주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년 모험가'를 연주해볼 때는 왠지 모를 뭉클함이 전해지기도 했다.

2018년 시연은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점이 있었다. 원작 그래픽과 감성적인 분위기를 옮겨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단독 게임으로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를 명확히 설명하진 못했다. 반면 지금은 마비노기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원작 시스템을 탈피한 독립 게임성을 명확하게 완성시키고 있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차이는 게이머들에게 상식과 같다. 과거 게임을 그대로 옮겨 현세대에 플레이만 가능하게 가져오느냐, 게임을 완전히 다시 만들어 현대 트렌드로 재해석하느냐.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형적인 리메이크다. 그리고, 꽤 훌륭한 리메이크를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과거 게임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경험하길 바란 유저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8년이나 지난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 재정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2018년 버전이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 마비노기 모바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정했다. 마비노기 IP를 최대한 살린다는 전제에서, 2022년 전후 모바일 환경에 맞는 게임성으로 재무장을 마쳤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3년 출시 예정이다. 던전 탐험, 채집과 아르바이트, 악기연주, 캠프파이어. 우리가 마비노기에서 그리워해온 장면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재료를 2020년대 버전 리메이크로 만들어간다. 완성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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