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방치형으로 편하게, 전투는 개별 공략으로 몰입 넘치게
'애정캐'와 싸우는 감성을 어떻게 줄 것인지가 관건

[게임플] 높은 퀄리티와 편안한 플레이, 두 방향이 모두 게임 속에 녹아들었다. 

시프트업 신작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11월 4일 글로벌 출시됐다. 미소녀 일러스트 품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김형태 대표 사단 신작이라는 점, 글로벌 원 빌드로 제공되는 모바일 건슈팅이라는 독특한 포지션 등으로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퍼블리셔인 레벨 인피니트 역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게임 알리기로 화제몰이를 했다. 유튜브를 통해 캐릭터별 영상과 게임 정보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공개했고, 지스타 2022에서도 부스를 통해 팬들을 위한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지스타와 올해 CBT 체험을 통해 퀄리티는 이미 확인한 뒤다. 라이브2D는 예전보다 훨씬 진보했고, 건슈팅 연출도 기대 이상으로 손맛이 있었다. 이제 게임 내실인 콘텐츠의 재미와 스토리 몰입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과제였다.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운 흔적이 보인다. 꽤 흥미로운 초반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연출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프롤로그 하이라이트 부분에 애니메이션을 따로 제작해 추가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세세한 부분에서 컷신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멸망한 지구 속에서 펼쳐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인 만큼, 이야기의 큰 줄기는 무겁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속에서도 캐릭터 개성이 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분위기 밸런스가 잘 유지된다. 

만담 콤비로 초반 분위기를 이끄는 아니스와 네온, 영혼의 취향 조합인 유니와 미하라, 5지역부터 등장하는 앨리스와 루드밀라 등 주로 짝을 지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콤비 형태가 매번 다양하고 추구하는 분위기도 달라 게임을 환기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다.

화려한 슈팅 액션만큼 귀에 들어오는 것이 강렬한 음악이다. 총기 사격 사운드는 조금씩 아쉬웠는데, 그만큼 BGM이 강조되는 점이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다. 중요한 전투마다 강렬한 전자음이나 장엄한 밴드 음악이 훌륭한 품질로 몰입을 만들고, 탐험 중에 얻는 주크박스 곡들도 하나같이 귀를 즐겁게 한다. 

기자는 운이 지독하게 없었다. 7일 오전까지 튜토리얼 제외 총 100뽑기를 돌렸고, SSR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4% 확률에서 이런 현상을 겪기도 지극히 어렵다. 사전예약 보상 디젤, 첫 확정에서 나온 밀크, 몰드에서 하나 나온 루피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모두 성능 좋은 캐릭터로 평가받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답 없이 막히는 일은 아직 없다. 결국 긴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콘텐츠를 돌면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방치형 시스템을 도입한 순기능이다. 

니케 다섯 명만 레벨을 올리면 싱크로 시스템을 통해 다른 니케들에게 레벨을 공유할 수 있고, 시간에 따라 누적되는 성장 재화를 받아 레벨과 장비를 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캐릭터를 쓰더라도 합리적인 조합을 통해 결국 스토리를 진행할 만큼의 부대를 만들어낸다.

방치형 시스템으로 성장 스트레스를 완화하되, 전투는 화려한 연출과 함께 수동 조작으로 공략하는 맛을 살린다. 자동 전투에서 클리어하지 못하는 보스도 엄폐 명령이나 미사일 요격, 스킬 타이밍 등을 조정한다면 충분히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과금 모델이 순한 편은 아니다. 현재 일반 모집에는 '천장'으로 불리는 확정 획득 시스템이 없다. 주얼을 그냥 사려면 10회 뽑기 기준 6만원 가량으로 매우 비싸다. 다만 게임을 파고들수록 여러 완충 시스템이 유저 부담을 낮춘 모습도 보인다.

시프트업에 따르면 차후 추가될 픽업 뽑기부터 천장이 추가될 예정이며, 위시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들로 대상을 좁힐 수 있다. 앞서 언급된 방치형 시스템으로 인해 뽑기의 절실함이 크게 높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또 패키지나 패스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매하면 주얼 효율이 크게 오르며, 구매 가능한 패키지 분량도 많다. 수백만 원을 한 번에 쏟는 유저가 아니라면 주얼을 정가 구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는 무료 주얼 역시 많은 편이다. 초반 감상으로는, 최소한의 과금만 결제한 뒤 느긋한 마음으로 키워나가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도 제발... 뽑기에서 한 장만 얻어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제발... 뽑기에서 한 장만 얻어봤으면 좋겠다

다만 시작 보상으로 니케 선택권 한 장 정도는 추가로 제공됐다면 어땠을까 싶다. 서브컬처 게임 유저들은 마음 가는 캐릭터와 함께 싸우고 싶은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 지금은 가장 애정하는 니케를 지정해 얻을 가능성이 매우 적다. 유저 피드백을 통한 BM 개선도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니케'는 방치형 성장과 전술적인 건슈팅 전투를 조합한 게임이다. 이제 첫 출발을 넘었고, 플레이 스트레스가 적다는 장점이 재접속을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쌓아나갈 콘텐츠 역시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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