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살필수록 떠오르는 엔씨 게임이 하나 있다
[게임플]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TL(THRONE AND LIBERTY)'의 신규 영상이 화제로 떠올랐다.
엔씨는 지난 27일, 임직원 및 관계사 3천여 명이 참여한 'TL' 사내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UI까지 포함된 실제 플레이 모습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단일 전투뿐 아니라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플레이하는 보스 공략과 공성전 실황도 가감 없이 화면에 담았다.
TL은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는 MMORPG로, 내년 상반기 글로벌 시장 출시가 목표다. 엔씨에서 약 10년 만에 출시하는 PC MMORPG인 동시에, 리니지 IP를 탈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엔씨의 미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장이 됐다.
영상을 초 단위로 돌려보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살폈다. 얼핏 리니지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세부적 게임성은 다르다. 오히려, 엔씨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게임'의 향기가 살며시 풍긴다.
■ 그 '변신'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보인 화면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엔씨가 개발한 게임 중, 얼굴 세부 설정이 포함된 3D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 것은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이 마지막이었다. 좌측 아이콘으로 미루어볼 때 눈, 눈썹, 입술, 귀, 체형 등 상상 가능한 세부 신체를 모두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드에서 늑대로 변신해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변신'이라는 말에서 리니지M 시리즈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플레이에서 비춰진 TL의 변신은 성격이 다르다. 클래스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모습을 바꿔 인게임 용도에 따라 쓸 수 있는 형태다. 변신 뽑기를 향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이어서 눈에 띄는 장면은 '비행'이다. 공중에서 나는 탈것을 소환해 탑승하고, 거대한 비행 생물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또한 그 생물 위로 올라타 등에 자리잡은 또다른 지역을 살펴보기도 한다. 높이에 따른 상호작용도 방대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전투에서는 적 패턴에 반응하는 스킬 활용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디펜스 액션 스킬이 존재해 몬스터 공격을 방어하고, 여기에는 적의 모션에 맞춘 타이밍 시전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바뀐 만큼, 최근 모바일로 출시했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작이다.
■ 낮과 밤... 게임 규칙이 변한다?
PvP 시스템에서 특히 흥미로운 안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성 혹은 전쟁지역이 아닌 곳에서 싸울 의사가 없는 유저를 처치하면 악행 포인트를 받아 패널티가 쌓인다. 그런데, 밤 시간에 처치하면 포인트를 받지 않는다.
즉 TL은 필드의 낮과 밤이 계속 변화하며, 시간에 따라 세계의 규칙도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낮은 비교적 질서를 갖추고, 밤이 되면 무법 유저가 유리해지는 듯하다. 엔씨는 TL에서 낮밤과 날씨, 바람 등 환경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리니지M 시리즈처럼 동일 몬스터를 백여 마리씩 잡아야 하는 퀘스트는 영상에 노출되지 않았다. 필드에서 만나는 듯한 길드 지역 이벤트, 늑대 사냥 대회에서 순위를 가리는 길드 경쟁 이벤트 등 필드 중심의 이벤트 퀘스트가 화면에 잡혔다.
여기서 엔씨가 서비스하는 또다른 게임의 편린이 스쳐지나갔다. 바로 '길드워2'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아직도 활발히 서비스되는 장수 게임이며, 홀로 혹은 집단을 구성해 즐기는 필드 이벤트가 차별점이다. 오히려 '리니지' 시리즈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게임의 세부 디테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콘텐츠의 '기본 규칙'은 익숙... 콘솔 지원도 진행
필드 보스 전투는 영상만으로는 큰 특징을 찾기 어렵다. 공성전은 테스터들이 나누는 대화로 추측할 때, 기존 엔씨 게임들과 비슷하게 중심부에 있는 왕좌를 점령하는 것이 공격측의 승리조건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자사의 과거 게임을 계승한 흔적이 나온다.
다만 공성전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특징이 있다. 앞서 발견된 변신 시스템이다. 소수의 유저가 골렘과 같이 거대 몬스터로 변신해 앞장서고, 문을 파괴하거나 성벽을 짓밟고 오르는 등 다양한 공격 방식을 시도한다. TL은 전체적으로 매우 다양한 지형지물에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상에서 과금 모델과 관련된 힌트는 찾지 못했다. 다만 리니지M 시리즈 구조일 가능성은 낮다. 플랫폼과 공략 시장부터 다르고, 변신의 성격도 다르다. 펫 역시 리니지M 인형처럼 몸에 맴도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PC MMORPG와 같이 걸어다니며 따르는 방식이다.
특이사항은 또 있다. TL은 이미 콘솔 게임패드가 지원된다. 수많은 테스터 플레이 화면 중 잠시 스쳐지나가는 엑스박스 컨트롤러 UI가 있었다. 콘솔 플랫폼으로 플레이한 것인지 패드만 연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구권과 콘솔을 겨냥한 작업이 진행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 주목할 비교 대상은 '길드워2'?
이번 테스트 영상은 아직 개발 중인 버전이다. 정식 출시에서 변동사항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출시가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단서는 적지만, '길드워2'의 시장성을 계승하지 않을까 하는 추리도 가능하다. 북미-유럽 시장 공략, RvR을 중심으로 하되 다채롭게 마련되는 필드 콘텐츠, 적 공격에 따른 반응형 스킬셋 등 연결지을 만한 요소는 많다.
TL 테스트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광고와 연동되지 않은 순수 유튜브 노출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관심이다. 특히 영어권 유저들의 댓글 비중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면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신작임을 입증했다.
지금의 화제성이 출시 전까지, 그리고 출시 뒤에도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순수하게 결과물에 달렸다. 엔씨가 아직 가본 적 없는 콘솔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TL은 엔씨의 10년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