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로 드물게 초반 과금부담 해소 나선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게임플] "어차피 리세마라 할 거잖아요?"

2017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시노앨리스'를 처음 실행하면 이런 대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첫 뽑기를 보여준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곧바로 초기화 후 재차 시도할 수 있다. 

파격적 시도인 동시에 현 트렌드를 반영하는 시스템이었다. 뽑기가 모바일에서 자연스러운 BM으로 자리잡으면서, '리세마라' 역시 유저들에게 기본 문화로 정착됐다. '리셋'과 '마라톤'의 합성으로 탄생한 용어로, 원하는 뽑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계속 재시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리세마라는 조금이나마 확률형 아이템 과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저들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게임 캐릭터나 장비의 모든 쓰임새가 비슷할 수는 없다.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시작한 유저와 그렇지 못한 유저의 차이는 과금이 없다는 전제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 게임 초창기, 게임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리세마라를 향한 시선이 곱진 않았다. 모든 유저가 필수 캐릭터를 가지고 시작하면 매출에 손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튜토리얼을 길게 하고, 뽑기 메뉴를 비교적 늦게 오픈하는 식의 방지책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챠 종주국'으로 꼽히는 일본이나 신흥 강국 중국을 중심으로 인식은 급격히 변화했다. 초기 매출 욕심을 다소 버리더라도, 역으로 리세마라를 편하게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게임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

업데이트로 추가되며 신규 유저들에게 호응을 받은 '카운터사이드' 선별 채용
업데이트로 추가되며 신규 유저들에게 호응을 받은 '카운터사이드' 선별 채용

리세마라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유저 대부분은 무과금 혹은 소과금이다. 이들에게 억지로 뽑기 과금을 강요해도, 게임에 추가 지출을 하기보다는 흥미를 잃고 이탈하는 현상이 누적되어 왔다. 과금 부담을 줄여 전체적인 유저 풀을 늘리고 긴 시간 게임에 애정을 붙이도록 하는 것이다.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월드 플리퍼', '우마무스메'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게임 실행부터 튜토리얼을 스킵할 수 있게 하고, 뽑기를 곧바로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지원해 리세마라가 매우 빠르게 가능해진다. 물론 리세마라를 공식으로 권장하진 않으나, 암묵적인 배려를 통해 유저 불만을 최대한 줄이는 모습이 보인다.

국내 신작 중 튜토리얼을 길게 만들고 스킵을 막아 리세마라를 최대한 어렵게 구성하는 게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유저들의 직설적인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미 '편한 리세마라'가 게임사와 유저간 합의점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국내에서 등장한 대안 중 하나는 '선별 소환'이다. 유저마다 한 번 시도할 수 있는 뽑기 시스템으로, 특정 횟수 제한까지 계속 다시 뽑기가 가능해 최대한 원하는 결과에 빠르게 근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넥슨의 카운터사이드가 이런 시스템을 채용한 사례다. 

선별 소환을 지원하더라도, 리세마라를 최대한 거친 후 선별 소환까지 노리는 유저는 많다. 하지만 최소한 리세마라의 최소 컷은 내려가는 현상을 보인다. 실질적인 시간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16일 출시를 앞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이하 크로니클)'은 선별 소환을 지원하는 신작이다. 최대 30회의 소환수 뽑기를 실행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멈춰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크로니클의 발표가 주목을 받는 근본 이유는, MMORPG에서 선별 소환을 적용하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모바일 지원 MMORPG는 1인당 평균 과금액이 비교적 높다. 다양한 분야의 확률형 아이템도 당연시된다. 그만큼 리세마라 없이 초기 패키지 구매를 유도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성향을 주로 보였다.

그만큼, 컴투스의 문법이 수집형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호평이 나온다. 과금 유도가 심한 장르라는 인식을 벗기고, 최대한 많은 유저가 확률에 얽매이지 않고 부담 없이 플레이하게끔 하려는 의도는 선명하다.

이런 선별 소환 기법이 성공적으로 작용할 경우 게임 속 생태계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소수의 대량 과금 유저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저가 조금씩 지출하면서 게임으로서 건강하게 즐기는 구도가 마련되는 것.

순간 과금 대신 게임 접근성을 강화할수록 더욱 큰 실적이 돌아오는 추세다. 크로니클의 이번 시도가 MMORPG의 트렌드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출시일인 8월 16일 그 단서를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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