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시기에 매몰되지 않고 피드백 끝까지 수렴한 정성 돋보여

[게임플] 기다림은 길었다. 그만큼 '명작'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겠다는 노력도 길었다.

라인게임즈가 '대항해시대 오리진' 개발 소식을 처음 밝힌 시기는 2018년 11월이었다. 자사의 개발 관계사 모티프와 코에이테크모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며, 대항해시대 시리즈 30주년 기념작이라는 의미도 달았다. 

이어 12월 간담회 'LPG'에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됐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평가가 좋았던 '대항해시대2'를 원작으로, 16세기 중세시대의 복장 및 건축 등 다양한 문화와 함선을 높은 퀄리티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출시 목표는 정확히 3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이었다. 

당시 모티프 이득규 대표는 "중학교에 다닐 때 대항해시대로 수도와 나라 이름을 외운 기억이 있다"고 회상하면서 "과거 게이머라면 누구나 향수를 가진 대항해시대2의 명예를 지키는 오픈월드 게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2020년 도쿄게임쇼(TGS) 공개 트레일러 당시 화면
2020년 도쿄게임쇼(TGS) 공개 트레일러 당시 화면

다만 개발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5년도 훌쩍 지난 옛 명작의 모든 리소스를 새로 제작하면서 그 게임성을 살려야 했고,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 오픈월드로 다시 소화하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했다. 

개발사는 급하게 30주년 주기를 맞추기보다는,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최대한 게임을 다듬는 방향을 택했다. 거기에 CBT 이후 쏟아진 각종 피드백을 해결하는 시간도 추가로 소요됐다.

첫 CBT는 2021년 1월 말 실시됐다. 평가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테스트 과정에서 공개된 콘텐츠가 많지 않았기 때문. 특히 핵심인 모험 콘텐츠가 테스트에 빠져 있어 게임의 뼈대 말고는 보기 힘들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테스터들의 피드백이 활발하게 적용되면서 게임의 본격적인 완성도가 갖춰지기 시작한 기점이었다. 게임 속 확률형 BM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특히 박수를 받았다. 전투와 교역 모험 등 핵심 콘텐츠도 완성하면서 이후 테스트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2022년 초 진행된 2차 CBT는 평가를 반전시키는 계기였다. 재료를 확정적으로 제공하는 BM은 합리적이었고, 자신의 함선을 성장시키는 재미가 인게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콘텐츠가 완성되면서 유저에게 창의적으로 머리를 쓰게 만드는 전략성도 선명해졌다.

비주얼과 연출 감성에서도 기대감은 드러난다. 대항해시대4 이후 등장한 시리즈 게임들은 기본 품질에서 연이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반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현 세대에서도 준수한 그래픽과 깔끔한 인게임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과거 개발이 지연될수록 게임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최근 게임계에서는 그 법칙이 사장되고 있다. 개발 규모 확대와 코로나19 등 각종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개발 기간 연장이 흔해졌기 때문. 현재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임 대부분은 몇 차례 출시 일정 연기를 겪은 공통점이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시리즈 30주년 기념작 타이틀은 여전하다. 명작 '대항해시대2' 세계관 복원이 먼 길을 돌아온 끝에 눈앞으로 다가왔다. 능동적인 피드백 반영을 통해 우려를 기대로 바꿔낸 이 게임을 3분기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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