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하락하는 국내 게임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답은 글로벌 흥행작 속에 있다"

[게임플] 근 10년 동안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흥행 게임을 살펴보면 장르 대중화에 성공한 게임이 대부분이다.

먼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인기 게임 자리를 차지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는 FPS 장르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FPS는 플레이어의 피지컬에 따라 그 역량이 크게 나뉘는 장르다. 보통 머리를 잘 맞추거나 소리를 잘 듣거나 지형지물의 변수를 잘 이용한 숙련 플레이어가 있을 경우 게임을 일방적으로 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펼쳐진다.

오버워치는 각 영웅들의 스킬과 역햘군으로 FPS 초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에임 조준에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는 바스티온, 토르비욘과 같이 조준이 쉽거나 자동 공격을 펼치는 영웅으로 조금 극복하기도 하며, 치유 영웅을 통해 공격보다는 아군을 조력하는 플레이로 팀에 도움을 주곤 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치유 영웅의 중요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메타에서는 라인하르트, 송하나와 같은 돌격형 영웅들을 선택해 허무하게 죽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오버워치가 숙련도의 메리트가 없진 않았다. 숙련된 플레이어들은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돌파하면서 게임을 지배했고 같은 클래스라면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분명히 달라졌다.

이러한 강약 조절을 잘 해냈기에 오버워치가 대대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현재까지 이 부분에서 오버워치를 뛰어넘은 FPS 장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과연 오버워치2가 전작의 아성을 이어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FPS 게임이 오버워치 IP를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가 떠오른다.

공포 액션 게임의 대명사인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길을 찾거나 적을 섬멸하는 난이도 외에 탄 수급, 회복 아이템 관리 난이도가 높은 거로 유명하다.

특히,' 바이오하자드 RE:2'는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를 수상했지만 원작의 게임성을 온전히 보존한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바이오하자드4의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공보보다는 액션에 비중을 높이고 탄, 회복 아이템을 자유롭게 수급할 수 있는 상점 NPC '듀크'로 접근성을 크게 올렸다.

이러한 변화로 공포감과 긴장감은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특유의 초반 공포감에 입문을 꺼려했던 게이머들이 소문을 듣고 대거 몰렸다.

바이오하자드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으나, 게임사 입장에선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흥행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알아냈다는 부분에서 어느 작품보다 의미가 크다.

세 번째는 '엘든 링'이다.

다크소울, 세키로, 블러드본 등 '소울라이크' 장르는 세밀한 컨트롤로 적을 제압하는 만큼 마이너 장르의 대표 중 하나다.

주변에서도 엘든 링 출시 전에 어떤 게임냐고 묻는 질문에 '소울라이크 게임이야'라고 말하자 고민을 하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프롬소프트도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고민했던 모양인지 엘든 링의 난이도와 접근성은 다른 소울라이크 게임에 비해 대중적이면서 편하게 구성됐다.

기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탈것 위에서 전투를 펼칠 수 있고 영혼들을 통해 직접 공격 외에 추가 피해가 가능하면서 마법으로 부족한 컨트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버그와 최적화 부분에선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장르적 접근성을 끌어올렸다는 부분에선 전체적으로 'Yes'라는 답변을 받았다.

덕분에 출시 당시 엘든 링은 스팀 플랫폼 동시 접속자 수 2위에 등극했고 게임 전문가들의 평가인 '메타크리틱'에서도 역대급 긍정 평가를 받아냈다.

엘든 링으로 소울라이크 게임이 어떻게 해야 흥행할 수 있는지 파악한 프롬소프트는 다음 작품에서도 대중화를 위해 추가적인 요소를 반영할 거로 예상한다.

장르의 대중화를 생각했다고 모든 게임이 흥행한 것은 아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가령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CDPR의 '사이버펑크 2077'를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는 워낙 콘솔 플랫폼에서 대중적이라 진입장벽이 높거나 마이너한 장르는 아니다.

그래픽 기술적으로는 최고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사이버펑크 2077의 흥행 실패는 잦은 버그,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 온전한 플레이를 방해하는 최적화 문제 등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즉, 완성도 높은 상태로 대중화를 노린 작품이 전 세계 게이머들의 간택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향성은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기조 중 하나다.

근 5년간 국내 게임업계에서 이를 가장 잘 수행한 게임은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다. 레이싱 게임이 마이너 장르 중에서는 조금이나마 메이저 부류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AOS, RPG 등과 비교하면 마이너 장르가 분명하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캐주얼한 그래픽과 손쉬운 조작을 통해 레이싱 난이도를 크게 낮췄고 그 결과 글로벌 서비스 지역에서 가족 단위로 즐기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최근 국내 게임주 분위기가 냉정히 말해 처참하다.

이에 대해선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엔씨소프트에게 역대급 성공을 가져다 준 '리니지M'을 너도나도 따라한 결과라는 의견도 간과할 수 없다.

리니지M 흥행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어떤 게임들이 출시됐는지 생각해보자. 게이머들 사이에선 "리니지랑 다를 것이 없네", "또 MMORPG야?", "BM도 발전이 없네", "왜 게임이 다 비슷해 보이지"라는 평가가 줄을 이엇다.

리니지M을 개발한 엔씨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시한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는 게이머 입장에선 리니지와 다를 것이 없어보일 정도로 비슷한 구조를 보였고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도전 정신'. 같은 장르의 게임이 셀 수 없이 나온다면 결국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이 출시되든 질릴 수밖에 없다.

장르적 한계는 게임사의 도전 정신이 멈췄을 때 생기는 것이다. 이미 오버워치, 엘든 링을 포함한 여러 흥행작들이 도전 정신과 대중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통해 장르적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증권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가 하락에 겁을 먹고 과거의 영광에 계속해서 얽매인다면 그 하락세는 계속해서 피할 수 없을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 넥슨, 넷마블, 엔씨를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도전 정신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게임사 기술력은 최고 수준이다", "한국 게임을 즐겨보면서 정말 놀라웠다" 등 흔히 보일 정도로 기술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이머들이 많은데, 2022년을 시작으로 한국 게임사가 혁신을 보여줘 IT와 함께 게임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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