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사업'을 내세우는데... 정작 '이용자'들은 싸늘한 이유

[게임플] "아이폰 등장하기 전의 스마트폰 시장 같다"

블록체인 및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종종 나온 말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P2E 게임, 여기서 이어지는 메타버스. 신사업을 향한 키워드는 작년부터 쉴 틈 없이 휘몰아쳤다. 한국 주요 게임사 중 과반 이상은 이미 여기에 총력전을 선언한 뒤다. 

\피처폰 판매가 한창일 시절부터 "PC에 있던 기능을 모바일에 넣는다"는 발상은 많은 기업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용자에게 큰 체감을 주진 못했다. 블랙베리, PDA폰 등 당시 스마트폰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물건이었다. 조금 더 기능이 들어갔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쓸 매력은 없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뒤에야 세상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피처폰은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모바일 시장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구도로 재구성됐다. 불과 몇 년 만에, 손 안의 작은 기기는 PC의 공간 제약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소비자 체감은 아직 그 '피처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무언가 엄청난 것이 온다고 말하는데, 무얼 만들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 채 1년이 지났다.

이 2개 키워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터치 한 번 접속만으로 또다른 세계의 활동이 펼쳐지는 메타버스 시대가 정말 온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그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대가 온다고 가정했을 때, 블록체인 P2E 게임이 지금의 시스템을 가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인지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재미와 유용성 양쪽 모두에서 그렇다. 그 정도로 진일보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기존 모바일게임 시스템에 P2E만 집어넣은 게임을 즐겨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모순이다. 

'메타버스' 단어는 아직 진화가 아니라 '오남용'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신기술을 동원한 메타버스 개표방송이라는 비장의 수를 던졌을 때, 유튜브에서 실제 발상과 품질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모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20년 전 온라인게임 같은 그래픽에, 상호작용 기능도 조악했다. 실제 기술 트렌드에 관한 경험 없이 어렴풋한 개념만 전해지면서 진정한 미래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뤄지는 흐름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이라고 일컫는 메타조차 메타버스의 구체적 청사진은 완성하지 못했다. 미래 형태를 지금 시점에 짐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메타버스는 분명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화두다. 적어도 지금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형태의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는 미래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메타버스 속 게임 콘텐츠는 이상적인 메타버스와 어울리는 방향으로 짜여질 필요가 있다. 힌트가 될 소재는 있다. 넷마블이 개발 중인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나 컴투스의 '거상M 징비록'처럼, 가상경제 그 자체가 게임성이 될 수 있는 종류다. 

물론 이것도 혁신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 결국 가상화폐 아닌 순수 인게임 재화로도 즐길 수 있는 부류다.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초기 형태로 떠오른 이유는 자유로운 창작, 콘텐츠 참여, 이용료 경제가 매끄럽게 순환됐기 때문이다. 

만일 메타버스에 아이폰 같은 혁신이 일어난다면, 오직 메타버스이기 때문에, 오직 블록체인 기술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개념을 오직 '돈'과만 연결짓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그랬듯,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이용자 경험'에서 나온다. 지금은 그 점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 투자 열기만 뜨겁고 정작 이용자들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게 형성된 메타버스가 반드시 꿈과 희망이 넘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예시로 흔히 사용되는 영화 '매트릭스'와 '레디 플레이어 원'은 긍정적 세계가 아닌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린다.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지금 기준에서 상상하기도 어렵다. 

가상자본이 움직이는 세계는 현실보다 제약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실질 자본과 연결된다면 모든 방향에서 위험해진다. 정책, 윤리, 문화적인 면에서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노키아가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처음 내세운 시기는 1997년이었다. 그후 아이폰의 등장까지 10년이 걸렸다. 긍정론자들이 말하고 있는 '혁신적 메타버스'가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내일 갑자기 나올 수도, 10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도 있다. 혹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투자를 위한 모델 과시가 아니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향한 진짜 연구가 필요하다. 그 연구는 이용자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3D 아바타가 돌아다니는 그래픽 맵이 아니다. 세계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그 세계를 이용하는 한 사람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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