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하나의 장르로만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장르의 융합으로 가능성을 엿보는 국내 게임업계

[게임플] 시간이 흘러 게임 개발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신작 게임 출시 속도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2021년 코로나19가 게임업계를 강타해 개발 작업에 영향을 미쳤지만, 수백 개가 넘는 PC·모바일 플랫폼 신작들의 출시를 막아서진 못했다.

수많은 게임이 시장에 쏟아지자 게임사들은 고민이 생겼다. 한정된 장르 속에서 다른 게임들과 차별성을 제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거 어디에서 본 게임인데?", "그 게임이랑 별로 다른 것이 없네", "굳이 이 게임을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등 아쉬운 평가가 자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해당 게임이 리그 오브 레전드(AOS), 배틀그라운드(배틀로얄), 파이널판타지14(MMORPG), 디아블로(핵앤슬래시), 스타크래프트(RTS), 오버워치(하이퍼 FPS)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들의 장르와 같다면 이러한 평가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는 '융합 장르'라는 새로운 시도를 도전했다. 단순히 하나의 장르만 선택해서는 더 이상 현재 인기 게임들과 차별성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융합 장르 개발의 선두주자는 넷마블이다. MMORPG와 배틀로얄 장르를 융합한 'A3: 스틸얼라이브'를 2020년 3월에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장르 융합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최근에 MMORPG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요즘 MMORPG만 출시하면 양산형이라고 한다"며 "MMORPG 자체가 양산형이라고 보여질 수밖에 없으므로 차별화를 위한 콘텐츠를 배틀로얄로 풀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게임은 MMORPG에서 획득한 무기를 배틀로얄에서 쓸 수 있고, 배틀로얄에서 획든한 수호정령을 MMORPG에서 이용하게 게임 간 연계도 해놓았다.

각 장르를 오가면서 게임을 해야 더 강해질 수 있고 더 강해짐으로써 최후에 살아남은 1인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론, 출시 당시 성적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장기적인 흥행세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게임이 융합 장르의 가능성을 시장에 알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후에는 라인게임즈와 엠게임이 융합 장르에 도전했다.

라인게임즈의 경우 서바이벌 배틀로얄 장르에 RPG 수집 및 채집 요소, MOBA의 재미를 융합한 신작 '로얄 크라운'을 선보였고 게임은 SLG와 RPG를 결합한 복합 장르 게임 '이모탈'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모탈은 자신만의 영지를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스쿼드(영웅)를 수집·육성할 수 있으며, 강력한 군대를 양성해 던전 탐험과 다양한 퀘스트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 게이머들에게 통해 구글 플레이 인기 1위에도 오른 바 있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게임사로는 '님블뉴런'이 대표적이다.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서비스 중인 '이터널 리턴'은 배틀로얄과 MOBA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터널 리턴의 효과는 대단했다. 글로벌 인기 장르를 융합한 덕분인지 특별한 홍보 없이 입소문으로 게이머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스팀 플랫폼 얼리 엑세스 당시 동시 접속자 수 5만 명을 훌쩍 넘었고 e스포츠 시장에서도 좋은 행보를 보여줬다.

다만, 융합 장르는 장르와 장르가 섞인 만큼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해 숙지해야 할 개념이 개별 장르에 비해 훨씬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터널 리턴을 예로 들면 이미 배틀로얄의 요소와 MOBA의 요소로 인해 튜토리얼이 복잡해질 정도로 게임 속의 개념이 다양했는데, 시즌4 '특성' 시스템 추가와 함께 2주마다 신규 캐릭터가 꾸준하게 출시되면서 그 진입장벽이 더욱더 높아지는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융합 장르가 아니라도 개별 장르 게임 속에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내포시키는 방식도 최근에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분위기다.

스마일게이트RPG의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로스트아크는 기본 핵앤슬래시 MMORPG이지만, 대항해 '섬'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로그라이트, 레이싱, 슈팅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구현했다.

처음에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론칭 초기 비슷한 의도로 구현한 '봄블링 아일랜드'는 허술한 조작 방식으로 점점 잊혀저 가는 콘텐츠로 전락했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RPG는 이를 포기하지 않고 '나루니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루니 레이싱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레이싱이라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템포가 느리지만, 긴장감과 박진감은 그 어떤 레이싱 게임에도 뒤지지 않았다.

나루니 레이싱의 성공 원인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주얼성과 비주얼 그리고 로스트아크의 개념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순한 방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최근 개최한 온라인 쇼케이스 로아온 윈터에서는 로스트아크 MOD라며 배틀로얄, AOS 등 그 영역을 확장한다고 발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스트아크 나루니 레이싱만 미뤄봐도 거창한 스케일과 복잡한 개념은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융합 장르를 계획 중인 게임사들은 장르의 융합에 집중하는 것보다 융합된 장르가 게이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제는 융합 장르의 탄생, 장르 속의 장르 등에 따라 사실 게임을 특정 장르로 지칭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융합 장르 신작들이 대거 출시될 거로 예상되는데, 2022년에는 어떤 장르의 융합이 게이머들을 흥분하게 만들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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