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게임을 즐긴다"는 특징이 과연 '공통 문화'일까?

[게임플] 언제부터였을까. 기성 미디어에서 'MZ세대'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디지털에 익숙한 계층을 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고, 온갖 마케팅에서 "MZ세대의 마음을 잡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게임 바깥 산업에서 게임계와 협업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였다. 

MZ세대는 M(밀레니얼)세대인 1980~2000년생과, Z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14세에서 42세까지다. 한 세대로 묶기에 지나치게 넓은 단어다. 오직 한국에서만 쓰인다는 것도 특징이다.

게임뿐 아니라 모든 상품 마케팅에서 집중 관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전 세대에 비해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고 구매력이 높기 때문. 광고업계에서 TV 프로그램의 전체 시청률보다 2049 시청률을 더 중요시하고 따로 떼어 계산하는 이유다. 

그런데 게임 유저 공략을 살펴볼수록 MZ세대가 가지는 뜻에 의문이 생긴다. 이 연령대가 게임 유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게임'이 가지는 의미를 절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게임'만으로 공통점을 설명하기에 게임은 너무 거대하고 다양해졌다
'게임'만으로 공통점을 설명하기에 게임은 너무 거대하고 다양해졌다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 하나가 '같은 문화'는 아니다

앱애니의 2021년 상반기 모바일게임 결산에 따르면, 국내 인기 상위 게임의 이용자 중 75%는 만 16~24세의 Z세대였다. M세대(25~44세)는 19%였다. 이를 'MZ세대'로 합치면 총 94%에 달한다. 사실상 게임 유저를 대변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을 즐기는 세대라고 해서 성향이 공통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10대 초반과 후반, 20대 초반과 후반으로만 나뉘어도 생활 양식과 유행 게임은 완전히 달라진다. 성별에 따라서도 선호 장르는 제각각으로 나뉜다. 

반면 게임을 향한 마케팅에서 이런 고찰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쿠키런:킹덤'과 협업할 때도, '배틀그라운드'와 콜라보할 때도 외부 기업들은 MZ세대를 노린다는 말을 사용한다. 둘의 유저층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제 MZ세대를 공략한다는 말은, 마치 명확한 타게팅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는 게임문화를 향한 시선이 지나치게 막연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로블록스에서는 힐링게임을 할 수도,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힐링게임을 할 수도,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할 수도 있다

기성세대는 현재 10대 유저들이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를 즐긴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단순히 플레이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어떤 '콘텐츠'를 즐기느냐에 따라 세대 구분은 천차만별로 나뉜다.

게임 속에서는 연령에 따른 세대 구분부터 모호해질 수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즐기는 30대 초반 남성 'A'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의 또래보다 게임에서 우연히 매칭되는 10대 초반 여자아이가 더 공통적 성향을 가질 수 있다.  

같은 30대 초반 남성이라도 '블루 아카이브'를 즐기는 유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즐기는 유저는 모두 같은 세대로 묶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큰 간극을 보인다. 차라리 게임에 전혀 관심 없이 넷플릭스 감상을 취미로 하는 사람과 A의 공통점이 더 많을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세대 구분은 더욱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임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가 이어지면서 여가문화의 하나로 오래 전 정착됐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한 MZ세대 공략이라는 말이 그저 마케팅 용어에 그칠 뿐, 실제 유저에게는 공허하게 들려오는 이유다.

게임 세대는 나이로 나누지 못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많은 언론에서는 선거 정국에서 게임정책과 공약을 "MZ세대 공략"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어떤 게임을 즐기냐에 따라 원하는 정책 방향도 다르다. 

같은 나이라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 금지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집형 게임이 가장 취향에 맞다면 그에 반대하는 대신 '천장' 의무화나 컴플리트 가챠 금지를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내놓을 것이다. 

MZ세대라는 말은 그 자체로, 기성세대가 젊은 계층에 대해 깊이 이해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단어다. '게임을 좋아하는 세대'는 더 이상 '하나의 세대'가 아니다. 게임문화가 방대해진 만큼, 그 속에서 게임 성향은 무한히 세분화된 지 오래다. 

세대 구분은 사회적 분석에서 여전히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다만 게임은 더 깊이 다가가는 분석이 필요하다. 나이를 초월해 장르와 플레이 성향에 따라 나뉘는 세계다. 이를 파악할 때 진정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스타 세대', 'LoL 세대'와 함께 '로블록스 세대'로 이어지는 심층적 세대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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