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어반 판타지 속, 직장생활 애환 담은 이야기들 빛나 

[게임플] 카운터사이드가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여럿 있다. '클로저스'를 개발했던 류금태 대표의 인지도, 매력적인 캐릭터 비주얼 등이 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테스트 과정에서 불거진 장점이 있었다. 유저를 둘러싼 창의적인 배경, 그리고 생각보다 친숙한 감성이었다.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가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 개성을 살리는 비결은 설정의 힘에서 나온다.

카운터사이드 세계관 설명은 다른 어반 판타지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가상의 근미래 세계에 이세계 침식체들이 침공해오고, 다양한 캐릭터를 고용해 맞서 싸우는 설정으로 게임이 흘러간다.

하지만 아군의 주무대가 코핀 컴퍼니라는 이름의 블랙기업이고, 유저가 사장으로 취임해 기업을 다시 일으킨다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독특한 재미가 묻어났다. 

첫 출근부터 야근에 휘말린 유미나가 추가 수당을 물어보자, 안타깝게도 포괄임금제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등 현실 직장에 얽힌 풍자나 유머가 자주 등장한다.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을 비롯해 일을 겪어본 유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다.

미소년이나 미소녀뿐 아니라, 현실적인 직장인 캐릭터들이 나와 이목을 끌기도 한다. R등급이지만 국내외에서 컬트적 인기를 얻은 김철수가 대표적 캐릭터다.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는 샐러리맨 아저씨지만, 머리 벗겨진 중년 회사원이 극적으로 각성해 넥타이를 휘날리며 싸워나가는 모습은 수많은 유저들에게 영감을 줬다. '역삼동 주민회'라는 소속 팀명도 구수한 현실감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수집형 서브컬처 게임 세계관은 어느 정도 클리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기에 필요하고, 캐릭터를 다수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 그 범위 내에서 구도를 어떻게 비트느냐에 따라 설정 역량이 갈린다. 

카운터사이드는 '직장인 감성'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구도를 통해 역으로 개성을 부여하는 일에 성공했다. 비록 관련 설정이 게임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든든한 보험 같은 존재다.

카운터사이드는 게임 안팎으로 갖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2주년을 앞둔 쇼케이스 이후 여론을 되돌리면서 다시 유저들을 불러모으는 모습이다. 이 게임만이 가진 매력이 분명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특한 세계관에서 출발한 개성적 분위기는 이러한 매력을 대변한다. 진지하고 어두운 메인스토리 사이에 카운터들의 유쾌한 만담이 긴장을 풀어주고, 회사 생활이라는 친숙한 배경이 판타지풍 전개와 결합되면서 창의적인 사이드 스토리가 파생됐다. 아직 카운터사이드는 사장실을 말끔히 청소해놓고 유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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