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의 실시간 소통을 바라보며 

[게임플] 흔들렸던 신뢰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2021년, '메이플스토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위기였다. 2월 불거진 확률 논란은 유저들의 트럭 시위를 넘어 정계의 확률형 아이템 법안 쟁점으로 번졌다. 이후 간담회를 통해 뼈를 깎는 개선을 약속하고 실천해나갔지만, 12월 쇼케이스 발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시 불만이 커졌다.

1월 5일, 넥슨은 특단의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녹화 방송으로 진행했던 쇼케이스와 다르게 실시간 방송으로 유저 질의에 답하는 'DESTINY 라이브 토크'를 긴급 개최한 것. 

유저들은 반신반의했다. 온라인 실시간 답변은 메이플스토리가 사용한 적 없는 방식이었고, 본래 예정에도 없었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짧았다. 내용이 부실하지 않을까 걱정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강원기 총괄디렉터와 김창섭 기획팀장은 세 시간 동안 유저들의 민감한 질문에도 조리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추가된 개선안도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커뮤니티 의견은 급격히 반등했다.  

긴 서비스 기간 동안 커다란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게임은 극히 드물다. PC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게임 역시 점차 수명이 길어지면서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매달 수천 개씩 쏟아지는 상반된 건의 중에서 다수를 만족시킬 만한 답은 극소수다. 계속 정답을 고르다가 잘못된 업데이트 한 번만으로 그동안 쌓은 것들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인력이나 투자 비용에서 신작 개발 당시의 규모를 기대하기 힘든 점도 난관이다.

지금 칭송받는 게임 중 하나인 '로스트아크'도 거의 모든 소가 떠나버린 적이 있었다. 가끔씩 회자되는 시즌1 중후반기가 그랬고, 시즌2 하드리셋 시기도 혼란기였다. 위기 극복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았다. 몇 년에 걸친 개선 노력과 진심 표현, 그리고 파격적인 피드백 반영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넥슨의 또다른 게임 '던전앤파이터'도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왔다. 여러 사건으로 게임이 휘청일 때가 있었고, 게임을 향한 근본 이미지가 악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금 부담을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로 완화하고, 낡은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등 눈에 띄는 노력을 장기간 기울이자 여론은 다시 개선됐다.

최선의 방법은 따로 있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 유지보수를 미리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그 최선을 실패했다고 해도, 차선책으로 정성을 다해 집을 고치는 일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성이 길어지면 마음은 돌아온다.

메이플스토리의 변화는 운영진이 틀을 깨고 표현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게 된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개방형 소통을 이루어냈고, 형식뿐 아니라 진심으로 유저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다. 

메이플스토리는 흔한 외양간이 아니었다. 거대 팜에 가깝다. 게임에 10년 넘게 애정을 바쳐온 '진심 유저'들이 아직도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많은 게임이다. 유저들은 게임이 미운 것이 아니라 정 붙일 계기를 더이상 찾지 못한 것이었다. 그 정은 결국 수리공들의 오랜 정성에서 나온다.

"너 아직 그 게임 하니?" 라는 말은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모두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다시 자랑스러운 게임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메이플의 2022년이 '진심'으로 완성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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