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잘못이 아니었다, 게임-영화의 미디어 이해도가 올랐다

툼 레이더(2001)
툼 레이더(2001)

[게임플]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는 필패 공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첫 시도였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부터 시작해 던전앤드래곤,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철권, 히트맨, 어쌔신 크리드 등에서 졸작이 양산되며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안겨왔다. '워크래프트'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혹평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실패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됐지만, '게임 소재'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영화 제작에 큰 공을 들인 경우가 별로 없었다. 감독 및 스태프의 역량 미달,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몰이해, 게임과 영화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해석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성공작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툼 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오락 영화로 대성공을 거뒀고, 과거 '모탈 컴뱃' 영화는 흥행과 평단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했다. 부정적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게임 원작 영화가 계속 시도되는 이유였다.

문화콘텐츠에서 게임의 존재감이 커지고 연구가 누적되자, 흥행 타율은 점차 올랐다. 분기점으로 평가받는 시기는 2019년이다. 유명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인식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교: 디텐션(2019)
반교: 디텐션(2019)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것은 아니지만, '반교: 디텐션'은 게임을 영화의 내러티브로 완벽하게 소화한 사례였다. 원작은 동명의 대만 인디 호러게임으로, 대만의 과거 38년간 계엄령 시기를 다룬 스토리 연출을 통해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역시 원작에 못지않은 작품으로 거듭났다. 스토리라인은 비슷하되, 영화 특성에 맞는 연출과 플롯 재구성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22회 타이베이 영화제에서 대상을 포함해 6관왕을 거머쥐었다. "게임 원작 영화는 오락 영화"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집고 가슴을 울리는 작품으로 소화해낸 것이다.

반면 '명탐정 피카츄'는 철저하게 가족영화의 오락성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법으로 흥행작을 만들었다. 실사와 CG의 결합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 위화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핵심 주인공 캐릭터 '피카츄'를 매력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재미 기반을 마련했다.

'수퍼 소닉'은 개봉 전 우려를 딛고 피카츄를 뛰어넘는 평가를 받았다. 최초 예고편에서 소닉 캐릭터 모델링이 지나치게 괴리감이 심해 거센 혹평을 받았으나, 원작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디자인을 전면 개선한 것이 호재였다.

결과는 누구나 즐겁게 보는 오락영화였다.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람객도 장벽 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원작 팬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팬서비스 요소도 가득하다. 특히 닥터 로보트닉 역을 맡은 짐 캐리의 열연은 흥행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수퍼 소닉(2020)
수퍼 소닉(2020)

최근에도 졸작 사례는 있었다. 국내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와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몬스터 헌터'는 원작 팬들을 넘어 모든 영화팬을 실망시킨 사례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저예산 B급영화였거나, 원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주목할 영화는 '언차티드'와 '수퍼 소닉 2'가 있다. 2월 개봉을 앞둔 언차티드는 원작부터 영화 같은 연출로 마스터피스에 오른 만큼 어드벤처 장르에서 기대가 높다. 특히 원작 감성을 십분 반영한 액션 연출을 예고편에서 공개해 오랜 제작 지연으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OTT 영상물 제작이 보편화되면서 게임 원작 드라마 제작도 늘고 있다. 영화보다 긴 호흡에서 이야기 줄기를 풀어낼 수 있고, 흥행에 따라 시즌제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 시나리오의 패턴에 잘 맞는다.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는 그중에서도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문화 콘텐츠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게임의 영상화 이해도는 급격히 올랐다. 이제 게임 IP는 영상계에서 '사약'이 아닌 '금광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게임에서 느꼈던 감동과 짜릿함을 새로운 화면에서 느낄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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