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손인춘 영입했는데, 게임 전문적 인물 영입은 없어

사진: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사진: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게임플] 위대한 프로게이머가 지상파 방송에서 게임중독자 취급을 받는 시절이 있었다.

2003년, 임요환 선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 게임중독 특집에 출연해 "사이버머니가 1억이 넘느냐",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진행된 방송이었다. KBS의 게임 관련 원죄이자, 기성세대의 왜곡된 게임 인식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2022년, 세상은 달라졌다. 정계는 일제히 게임산업 진흥책을 고심하고, 문화 트렌드의 중심으로 게임이 지목된다. 셧다운제 등 과거 부정적 인식에서 나온 규제도 차례대로 폐지됐다. 특히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게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책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게이머들의 힘으로 바뀌어가는 게임 인식이 퇴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후보들의 게임 정책 이야기 속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언행은 분명 지금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윤석열 총괄특보단에 합류한 신의진 전 의원
윤석열 총괄특보단에 합류한 신의진 전 의원

게임 이야기는 '패싱'... 신의진-손인춘 영입만 있었다

윤 후보의 입에서 게임 정책에 관한 비전이 직접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타 매체에서 제의한 서면 인터뷰는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답변서를 보냈고, 내용에 논란이 생기자 SNS를 통한 글귀로 수습에 나선 것이 전부다. 다른 후보들이 스스로 미디어에 출연해 어떤 방향으로든 게임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과 자연스레 비교된다.

게임과 연관된 움직임 역시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신의진 전 의원을 선대위 총괄특보단에 발탁한 것. 2013년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관리하는 '4대중독법'을 대표발의한 인물이다.

또한 손인춘 전 의원도 선대위 여성특보로 합류했다. 같은 시기 게임사 매출 1%를 게임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두 법안은 모두 국회 문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는 한편 게임문화 발전 계획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

게임 관련 조예가 있거나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 영입은 전혀 없었다.

총괄특보는 일반적 특보와 달리, 선대위에서 핵심 공약 준비에 참여하는 역할이다. 게임을 부당한 근거로 악 취급하던 인물들만 그 속에 보인다. 모든 행동을 종합했을 때 게임계에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침마당' 사건 시절로 인식을 퇴행시키진 않을까 

서면으로 노출된 게임 정책도 게이머 세대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책본부에서 후보의 내용 확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정책본부가 곧 정책에 큰 기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SNS에서 한 말처럼, "게임 폭력성 실험하겠다며 PC방 전원 차단기 내리던 시절의 선봉장들"이 기용되면서 사회 인식이 다시 퇴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게임산업 수출액 1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4위 규모의 게임강국이다. 단순 규모를 떠나 젊은 세대의 여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상적 문화가 됐다. 진흥과 동시에 과도한 결제 유도 등 개선해야 할 폐해도 산적해 있기 때문에, 차기 산업 정책 중에서도 높은 이해도로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후보가 반드시 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게임을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성의를 보의는 것, 게임을 이해해보겠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윤 후보에게서 게임에 대한 시선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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