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난이도 제공? 청양고추에 매운 맛 빼달라는 것과 같다"

[게임플] "어디까지나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P의 거짓'은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 동화 소울라이크 액션이다. 고전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동화로 재탄생시킨 독특한 콘셉트부터 주목을 받았고, 이달 인게임 영상을 공개한 뒤 해외에서도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의 최지원 PD와 노창규 AD를 만났다. 최지원 PD는 자신이 쓰고 나온 가면에 대해 "특정 인물을 모방한 것이 아니며, P의 거짓에 등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P의 거짓'은 중세 고딕풍 양식과 잔혹한 분위기 묘사로 인해 'K-블러드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지원 PD는 "감명 깊게 즐긴 게임인 만큼 영광"이라고 답하면서도 "블러드본을 포함해 여러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콘텐츠와 시스템에서 'P의 거짓'만이 가진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창규 AD(왼쪽), 최지원 PD(오른쪽)
노창규 AD(왼쪽), 최지원 PD(오른쪽)

Q. 트레일러 발표 이후 반응이 뜨겁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최지원: 5월 시네마틱을 처음 공개할 때도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는데, 최근 플레이 영상 공개 이후 정말 놀랐다. 특히 해외 반응이 뜨거워서 전세계가 기다리는 프로젝트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좋은 게임으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노창규: 흥미롭게 봐주셔서 늘 감사드린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Q. 피노키오를 잔혹동화 소재로 삼은 이유는?

최지원: 기획 단계부터 이야기와 설정,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많은 고민을 했다. 대중에게 쉽게 각인되도록 잘 알려진 이야기를 차용하되, 흥미를 위해 피노키오의 모험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색하게 됐다.

Q. 미래 이야기겠지만, 동화를 활용한 차기 시리즈를 제작할 계획도 있나?

최지원: 물론 있다. P의 거짓을 개발하면서 원작을 읽을 때 우리가 몰랐던 요소를 발견하는 취미도 생겼다. 또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 

Q. 영상 분위기에서 프롬 소프트웨어의 '블러드본'이 생각난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 게임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최지원: 정말 많이 본 반응인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블러드본을 너무나 재미있고 감명 깊게 즐겼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느낀다. 근대 시대 배경을 차용하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벨에포크 시대를 다루며 당시 프랑스 도시 이미지를 그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시대 설정부터 고민이 많았다. 중세 시대는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어 매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고, 미래 역시 인간과 기계간의 내적 갈등을 다룬 작품이 이미 많다. P의 거짓은 철제 양식과 상점, 식당 등 인간이 생활하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각적
벨 에포크 양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기 역시 유사성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무기 콘셉트는 태생적인 무기가 아니라 다양한 일상 목조도구를 무기로 사용하는 형태를 보인다. 톱 역시 그렇다. 무기조합 시스템도 외형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실제 플레이에서 전혀 다른 무기 콘셉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창작활동은 감명 깊었던 작품의 흔적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솔직히 블러드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도 맞고, 바이오쇼크나 디스아너드 등 다른 작품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다만 콘텐츠 시스템은 'P의 거짓'만의 정체성이 아주 많이 들어갔다. 

노창규: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극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블러드본과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콘셉트 아트 제작시에는 블러드본을 참조하지 않았다. 원작 설정 방향에 따라 설득력 있고 독창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고, 차후 공개에서 게임만의 특징은 더 드러날 것이다.

Q. 벨 에포크 시대를 선택한 이유와, 그 시대를 어두운 분위기로 그린 이유가 궁금하다.

최지원: 근대 유럽을 표방한 시기를 찾아보다 벨 에포크를 발견했다. 19세기 말 혁명부터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과학 기술을 향한 만능주의가 팽배했던 아름다운 시기였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정 반대의 이미지인 어둠과 광기를 드러내려 했다.

노창규: 기괴하지만 아름다워야 한다는 콘셉트로 강한 대비를 줄 수 있었다. 벨 에포크 중에서도 로마네스크, 네오바로크 양식을 차용했다. 에펠탑 같은 금속 구조물과 아치의 고전적 베이스가 대비되는 부분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Q. 피노키오의 거짓말이 중요한 요소일 것 같은데, 게임 플레이 및 스토리와 엔딩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가?

최지원: 퀘스트의 수단이자 엔딩을 결정하는 이야기 핵심 소재다. 거짓말을 하면 인간성 포인트가 누적되고, 이에 따라 인간이 되는 정도를 결정한다. 결말 역시 분기되며, 결과뿐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도 이벤트를 분기하게 된다. 

거짓말 여부에 따라 NPC가 적이 될 수도, 아군이 될 수도 있다. 보상 정도도 결정된다. 거짓말을 할 때 잠긴 장소가 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진실을 말해야 열릴 때도 있다. 유저간 플레이 변별력을 주기 위한 요소다.

Q.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울라이크 게임인데, 장르 선택 계기는?

최지원: 다크소울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는 어렵고 마니악한 장르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분석해볼수록 기획적으로 아주 뛰어났고, 이제는 전세계가 열광하고 기다리는 대중적 장르가 됐다. GOTY 타이틀을 여럿 수상할 정도니.

우리가 양질의 PC게임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가진 스튜디오인 만큼 자연스러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소울라이크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으로 입체적 레벨 디자인이 꼽힌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나?

최지원: 아주 중요시하고 있다. 유저가 레벨을 진행하며 겪는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양해야 하고, 목적지 도착을 위해 다양한 동선이 제시되어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챕터별 보스 사이 연속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저가 가진 호기심이나 모험심을 해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테마의 스테이지를 제작 중이다. 한편 너무 새로우면 거부감이, 새로운 게 없으면 지루함이 들 수 있다. 밸런싱과 레벨 디자인에 모두 공을 들이면서 우리만의 참신한 방식도 준비하고 있다.

Q. 소울라이크 게임 다수가 캐릭터 사망시 거점으로 귀환 후 얻은 재화를 잃어버리는 시스템을 가진다. 'P의 거짓'도 비슷한가?

최지원: 그렇다. 소울라이크는 어느정도 로그라이크의 운영 요소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 후 다시 모은 재화를 찾으러 가는 룰은 장르적 필수요소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나 구체적인 룰은 기존 소울라이크와 많이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Q. 액션 부분에서 기존 소울라이크와 다른 점도 있을까?

최지원: 소울라이크는 액션 장르면서도, 동체시력이나 순발력보다는 선택에 대한 신중함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장르다. 그래서 유저의 레벨이 오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정통성을 고수하면서도 선택 요소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P의 거짓만이 가진 재미가 있을 것이다.

Q. 난이도 옵션을 나누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계획에 있나?

최지원: 옵션은 제공하지 않는다. 소울라이크에 쉬운 난이도를 넣으면 '매운맛을 뺀 청양고추를 만들어달라'는 것과 같다. 다만 유저 숙련도가 오르고 우리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충분히 난이도가 내려갈 수도 있다. 

Q. 기계팔 종류는 어느 정도인지, 왼팔 외에도 다른 신체에 개조가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최지원: 슬레이브 암은 기존 무기로 하는 전투 패턴을 확장한다. 8종 이상의 암을 선보일 예정이고, 강화할 수도 있다. 스킬 패턴이 진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유저 스타일에 맞는 암 장착이 중요하다.

'P의 기관'이라는 피노키오의 내부 시스템이 있다. 패스 오브 액자일의 스킬과 같이 유저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빌드업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각종 전투 스타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해진다. 

프로토타입에서 밸런스를 이탈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했다. 신체의 너무 다양한 부분이 개조될수록 변수가 곱셈으로 늘어나더라. 난이도가 너무 무너지지 않게, 소울라이크의 정통적 난이도를 지키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

Q. 조합 가능한 무기 종류와 공격 방식은?

최지원: 30여종 이상의 순정 무기를 제작하고 있다. 무기를 조합할 경우 수백 가지의 무기가 나온다. 외형뿐 아니라 성능이나 모션, 패턴도 달라진다. 

Q. 분기가 많다면 온전히 즐기기 위해 다회차 플레이가 요구되나?

최지원: 3가지 이상 엔딩 분기를 계획 중인데, 다회차는 플레이타임을 많이 벌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다. P의 거짓이 담은 이야기가 그만큼 방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플롯에 많은 부분 깔려 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해도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가능하고, 엔딩뿐 아니라 수집욕을 자극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Q.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로 계획하고 있나? 

최지원: 1회차 플레이 30시간 이상이 목표다. 최근 사내 FGT에서 초반 2개 스테이지를 테스트했는데, 5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도 많았다. 난이도보다는 다양한 전투 시스템 체험과 연습 시간이 크게 작용했다고 들었다.

Q. 멀티플레이, 혹은 다른 유저가 난입해 협력하거나 대결하는 플레이도 생각 중인가?

최지원: 멀티플레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싱글 플레이에서 재미가 충실히 전달되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멀티로 인해 생길 변수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간접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만들 계획이 있다.

Q. 세계관과 캐릭터, 배경을 표현하기 위해 아트 측면에서 어떤 점에 집중했나?

노창규: 피노키오의 비주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현재 개발 과정도 즐겁다. 벨 에포크 시대에 유저를 직접 초대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현장감을 주기 위해 많은 분량의 자료를 구해 역사를 공부했고 고증도 꼼꼼하게 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 분위기와 컬러가 유저에게 최대한 흥미롭게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리얼한 그래픽뿐 아니라 캐릭터 개성과 욕망이 여러 방향으로 뿜어져나오는 표현을 만들려고 한다.

Q. 게임에서 탐험 가능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심리스 오픈월드인지도 궁금한데.

최지원: 15종 이상 다양한 테마를 가진 매력적 챕터를 선보인다. 로딩 없는 심리스 방식이고,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장치를 준비했다. 실시간 날씨 변화 같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Q. AAA 콘솔게임 개발이 국내에 드문데,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

최지원: 오히려 온라인 게임보다 수월하다. 온라인게임 개발은 운영이나 최신 트렌드처럼 게임 바깥 부분도 많이 고민해야 했다. 지금은 순수하게 우리 입장에서 재미있게 느끼는 게임성을 만들면서 즐겁게 개발하고 있다. 블레스 언리쉬드 등으로 콘솔 프로젝트 경험도 갖춰져 있렀다. 우리 스튜디오 인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기대 성과는?

최지원: 구체적 판매량보다는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갈 만한 결과만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재미있는 차기작을 만들 기반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물론 대박 나면 더 좋고.

Q. 출시 일정과 지원 플랫폼은?

최지원: 프로젝트 시작은 2년 남짓이지만, 정식 개발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대신 개발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올해가 지나면 담고자 하는 분량에서 50% 이상 완성이다. 내년 하반기쯤 사전 예약판매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출시일은 진행하면서 판단해야 할 듯하다. 차세대 콘솔 보급률이 아직 원활하지 않아서 현세대 콘솔 플랫폼도 긍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Q. 네오위즈 '디제이맥스' 팀의 음악 참여도 흥미롭다. 

최지원: 음악을 잘 만드는 스튜디오를 찾아보니 바로 옆에 있었다. 팀장님을 찾아가 부탁드렸고, 기꺼이 승낙해주셨다. 그래서 즐겁게 만들고 있다.

Q. 디제이맥스 팬이라면 놀랄 만한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힌트를 더 줄 수 있나? 'P의 거짓' 음악이 향후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업데이트되는 것인가?

최지원: 자세한 언급은 어렵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예상하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OST 외에도 보이스 등의 사운드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PC 기준 권장사양은 어느 정도로 계획 중인가?

최지원: 권장사양이 GTX 기준 20시리즈에서 10시리즈 중반 사이 되게끔 제작이 목표다. 

Q. 최근 NFT 게임으로 게임계가 화제다. 관련 기술도 고려하고 있나?

최지원: 순수 재미 요소 외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게임 개발자가 된 계기는 재미있는 작품을 즐기면서 느낀 쾌감이나 재미를 다른 유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수익성이나 현실을 생각했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튜디오 모두 그런 마음으로 개발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최지원: 개발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 NFT와 P2E 등이 뜨면서 순수 게임적인 면을 좋아하는 분들은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으면 기회는 올 거라 생각한다. 

포기하지 말고 기회를 잡았으면 하고, 우리나라가 다양한 플랫폼과 게임 방식을 통해 질적으로 성장하는 게임 강국이 되도록 하고 싶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노창규: 다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열과 성의를 다해 만들고 있다. 유저들에게 납득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보습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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