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버추얼이었기 때문에, '게임'은 오히려 늦었다

[게임플] '버튜버',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할 만하다. 해외는 이미 광풍이 된 지 오래다. 

버튜버는 '버추얼 유튜버', 즉 가상 캐릭터로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를 뜻한다. 실제 어떤 인물이 몸을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담당하는지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오직 가상의 인물만 등장해 콘텐츠를 진행하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고 퍼진 계기는 2016년 데뷔한 키즈나 아이였다. 이전부터 가상 캐릭터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는 소수 존재했으나, 키즈나 아이의 세계적 흥행으로 인해 단체 제작팀을 통한 상업적 프로젝트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채널들의 난립과 시장 도전이 이어졌다. 서브컬처 캐릭터의 본산지인 일본의 반응은 당연하게 읽혔지만, 북미 시장을 비롯한 서구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유튜브 통계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올해 6월 전세계 슈퍼챗 1위부터 10위까지를 버추얼 유튜버가 싹쓸이하는 수준이 됐다. 매달 다른 계열의 채널이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있으나, 최상위권을 버추얼 유튜버가 석권하는 구도는 이어지고 있다. 작년 전세계 슈퍼챗 1위를 기록한 '키류 코코'가 거둔 수익은 17억원에 육박한다. 

버추얼 유튜버의 글로벌 흥행 이유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한 가지 선명하게 감지되는 것은, 미디어 속 소통에서 반드시 현실이 매개체로 필요하진 않다는 점이다. 

버추얼 캐릭터는 늙지 않는다. 스캔들이나 사생활에 휘말릴 위험도 없고, 해당 채널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과 행동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목소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길 수는 있으나, 목소리 구현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향후 이러한 것까지 위화감 없이 가상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모습은 중요하지 않고, '가상 아바타'로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읽힌다. 이는 아바타를 자아로 한 가상세계와 메타버스 개념과 연결된다. 기존 인터넷 세대와 신생 인터넷 세대가 미디어를 바라보는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1020 세대의 특성으로 분석되는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가 이와 관련된 대표적 개념이다.

해외의 선풍적 인기에 비해, 한국 스트리밍 시장은 버튜버보다 실제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채널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버추얼 캐릭터'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와 있다.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는 실제 사람과 구별이 힘들 만큼 유사한 외모의 버추얼 유튜버로 등장해 충격을 줬고,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로지'는 TV 광고모델까지 출연하며 영향력 높은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았다.

스마일게이트의 새로운 버추얼 셀럽 '한유아'
스마일게이트의 새로운 버추얼 셀럽 '한유아'

게임계 역시 가상 캐릭터 매개체로 한 소통의 필요성이 커진다. 처음부터 가상 캐릭터를 써온 매체인 만큼 활용 기회가 많았지만, 오히려 후발 주자로 따라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버튜버 콘텐츠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온 게임사는 스마일게이트다. 과거 에픽세븐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캐릭터 '세아'는 이제 독립 채널로 확장해 유튜버 겸 스트리머로 팬을 끌어모으고 있다. 받은 후원금은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를 통해 전액 기부되는 등 사회환원과도 연결된다.

새로운 버추얼 셀럽 한유아 역시 이목을 끌고 있다. VR게임 '포커스 온 유'의 등장인물로,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을 통해 더욱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것. 각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비롯해 연기, 음반 발매 등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버추얼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모델링과 기술력이 아니다. 콘텐츠와 캐릭터성을 극대화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인간적 매력을 조성해 소통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으로 꼽힌다. 가상 캐릭터를 자아화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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