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저의 실수로 인해 재시작 반복하는 상황이 누적시키는 스트레스' 로스트아크는 어떤 해결책을 보여줄까?

[게임플] "유격 체조 8번 8회 시작!"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 "하나 둘 셋 여덟!"

"정신 못 차립니까? 유격 체조 5번 4회 시작!"

현역 군복무를 마친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유격 훈련.

최근 각종 MMORPG 장르에선 레이드 콘텐츠를 대상으로 '사이버 유격'이라 지칭하며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 유격'이란? 유격 훈련에서 체조를 진행할 때 누군가가 마지막 번호를 외치면 모든 인원이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레이드 콘텐츠에서 누군가가 기믹 처리를 실패하면 재시작 버튼을 눌러야 하는 상황과 비슷해 탄생한 단어다.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RPG의 핵앤슬래시 MMORPG '로스트아크'에서 사이버 유격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로스트아크의 레이스 콘텐츠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파이널판타지14' 등 글로벌 대표 MMORPG의 레이드 콘텐츠에 비해 기믹 자체 난이도가 높은지 묻는다면 해당 게임들을 모두 경험한 유저 입장에선 'NO'라고 말할 것이다.

다만, 로스트아크에서 유독 이 문제가 계속 떠오르는 원인은 '현대인의 게임 생활', '로스트아크 군단장 레이드 구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먼저 현실적으로 바쁜 현대인의 생활은 MMORPG의 볼륨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MMORPG를 제대로 즐기려면 레이드 콘텐츠 뿐만 아니라,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재화 및 재료를 수집하기 위해 생활, 던전, 퀘스트 등 흔히 '숙제'라고 불리는 일일 콘텐츠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레이드 콘텐츠 보상은 보통 주간 1회 한정으로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일일 콘텐츠를 끝내고 레이드 파밍을 진행하는데, 일일 콘텐츠 분량이 많다면 일일 콘텐츠와 레이드 보상의 기회 비용을 따지곤 한다.

일반적으로 MMORPG에서는 레이드 콘텐츠에서 높은 성능을 지닌 장비를 제공하는 동시에,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기본 콘텐츠는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장비를 제공하는 성장 방식을 동반한다.

레이드 콘텐츠를 즐길 시간이 없는 이용자들은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해당 방식을 택해 라이트하게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현재 로스트아크에는 레이드 콘텐츠 외에 다른 성장 방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반드시 레이드 콘텐츠를 공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바쁜 만큼 무엇이든 빠르게 끝낼 필요가 있는데, 최근 등장한 아브렐슈드 레이드의 경우 총 6관문으로 이뤄져 공략 시간이 크게 늘어난 상황. 누군가에 의해 시간이 지체된다면 스트레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군단장 레이드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린다. 앞선 정통 MMORPG에서의 레이드는 보통 각 기믹들이 고정된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유저들은 반복을 통해 각 기믹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지, 더 수월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면서 숙련도를 쌓는다.

로스트아크의 군단장 레이드는 이러한 구조에서 랜덤성을 확대해 공략 시 느껴지는 액션성과 긴장감을 부각시켰다.

주요 기믹들은 보통 보스의 HP에 따라 고정적으로 진행되지만, 보스가 주요 기믹과 주요 기믹 사이의 일반 기믹을 무작위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매 트라이마다 다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정적인 상황만 반복되는 정통 MMORPG의 레이드 콘텐츠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아낸 만큼 로스트아크 군단장 레이드만의 장점이자, 기존 레이드 콘텐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아브렐슈드 레이드처럼 설치형 기믹들이 다수 탑재되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리스크가 있다.

실제로 아브렐슈드 레이드를 즐기다 보면 2~3개의 설치형 기믹이 한꺼번에 쏟아져 유저 입장에선 '억(지로) 까(인다)'라며 대응하기 난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때 '시간 정지 물약'을 사용한다면 총 3회까지 수월하게 넘길 수 있지만, 25분 이상 배틀 타임을 자랑하는 아브렐슈드(하드) 6관문의 경우 시간 정지 물약 3회로도 부족할 수 있고 시간 정지 물약이 강제되는 공략 또한 미래를 내다보면 결코 긍정적이라 보기 어려워 확실한 해결책이라 보긴 어렵다.

이러한 직접적 스트레스와 더불어, 누군가의 실수와 실패로 본인의 숙련도와 관계 없이 같은 구간을 계속 반복해서 발생하는 간접적 스트레스도 간과해선 안된다.

숙련도 쌓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와 타인에 의해 누적되는 스트레스 문제가 겹치면서 레이드 공략 자체를 포기하고 불만을 표하는 유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즉, 엔드 콘텐츠니까 쉽게 클리어할 수 없다는 목적성은 제시하되, 유저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정도로 불쾌감을 주는 난이도 상승을 해소하는 것이 현재 로스트아크의 숙제라고 볼 수 있다.

관련해서 로스트아크 금강선 총괄 디렉터도 "군단장 레이드로 엔드 콘텐츠의 위용, 목적성을 과거보다 잘 정리됐다"며 "하지만 아브렐슈드(하드)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을 공감하고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 관련 패턴을 삭제·정비하겠다"고 전했다.

추가로 그는 "앞으로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정확도와 완성도에 집중해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보겠다"며 "유저들의 피드백에 따라 계속 발전해 나가는 로스트아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이버 유격에 대한 문제는 로스트아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모든 MMORPG가 걱정하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로스트아크는 이제 막 서비스 3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군단장 레이드는 로스트아크의 인기를 크게 상승시키고 국내 대표 MMORPG로 등극시킨 대격변이었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군단장 레이드. 첫 도전의 성공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에 로스트아크가 게이머들에게 남다른 기대감을 얻고 있는데, 앞으로 로스트아크가 사이버 유격에 대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서 레이드 콘텐츠의 센세이션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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