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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 한국 게임계, '도전'이라는 이름의 심장이 뛴다도깨비, 프로젝트 이브, P의 거짓... 콘솔 도전은 '미래' 향한 준비
길용찬 기자 | 승인 2021.09.14 14:20

[게임플] 긴 시간, 한국게임의 창의성 공급은 미약했다. 멈춰 있던 맥박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주말에 '울트라 에이지'를 플레이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부산의 작은 개발사 넥스트스테이지가 만들어 9일 출시한 콘솔 액션게임이다. 볼륨이나 디테일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보였지만, 인디게임이 PS4와 닌텐도 스위치에서 액션의 기본기를 모두 갖춰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이례적인 점은, 넥스트스테이지가 모바일에서도 한번 자리잡았던 개발사라는 것이다. 2017년 출시한 다이스 이즈 캐스트는 플레이스토어 유료게임 순위 최대 2위를 기록하면서 누적 다운로드 5만건을 넘겼다. 하지만 안정적인 성공의 길 대신 콘솔 도전에 뛰어들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그밖에도 크고 작은 게임사들이 시작한 콘솔 프로젝트가 조금씩 제 형상을 갖추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주인공은 역시 펄어비스다. AAA급 싱글플레이 오픈월드 '붉은사막' 트레일러를 공개했고, 지난 8월 공개한 '도깨비'는 트레일러 영상만으로 전세계 게임계의 눈을 집중시켰다.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가 개최된 9월 10일, 또 하나의 한국게임이 해외 콘솔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시프트업이 발표한 '프로젝트 이브'는 PS5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AAA급 오픈월드 액션게임이다. 김형태 대표의 화풍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주인공 캐릭터와, 기괴하면서도 정교한 디테일을 가진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트레일러에서 빛난다. 유명 게임작곡가 박진배(ESTi)가 대표로 있는 에스티메이트가 모든 OST와 사운드를 담당한다.

이번 도전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시프트업의 기존 대표작은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였고, 최대 강점으로는 캐릭터와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꼽힌다. 소위 '캐릭터 장사'를 위한 모바일게임만 집중적으로 개발해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재미와 품질로 글로벌 게임사들과 겨뤄야 하는 차세대 콘솔에 뛰어든 것이다. 김형태 대표가 말한 "시프트업의 게임은 누군가에 의해 드랍되는 일 없이 분명 완성될 것"이라는 발언은, 프로젝트 이브에 모든 정성을 들일 것이라는 각오를 표현한다.

네오위즈도 PC-콘솔에 도전해온 주요 개발사 중 하나다. 지난 5월 최초 트레일러를 공개한 'P의 거짓'은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던 소울라이크 싱글플레이 RPG다.

고전동화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극으로 각색했고, 음산하면서도 화려한 트레일러 연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부터 디제이맥스 시리즈와 블레스 언리쉬드, 각종 인디게임 퍼블리싱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완성될 대작의 모습에 기대가 모인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빠질 수 없다. 크로스파이어 중국 수익에 힘입어 거대 게임사가 됐지만, '크로스파이어X'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Xbox 플랫폼을 선택하며 서구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디게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내부 플랫폼 '스토브'도 조금씩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심장이 뛰어야 하는 이유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게임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 빠르게 변하는 분야다. 게임계가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새로운 영역을 향한 도전이다. 인간에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에 비유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게임계의 심장은 오랜 시간 미약했다. 모바일 시대가 정착되면서 플랫폼과 장르는 획일화됐고, 신선한 IP를 만나는 일도 드물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심화와 그에 따른 운영 논란은 유저들이 한국게임을 어두운 인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부분유료화 모바일게임은 높은 매출을 보장한다. 세계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게임계 역사에서 무분별하게 한 방향으로만 유사 게임이 양산될 경우 장기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었다. 국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바람이 거세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다.

콘솔게임 개발자들에게 개발 상황을 물으면 매번 비슷한 답을 듣는다. "노하우가 없어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고.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기존 경력은 대부분 모바일과 MMORPG였다. 다양성을 미리 갖췄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이제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혈액 공급이 시작되는 셈이다.

콘솔게임이 반드시 우월하거나, 모바일게임이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계가 발전하고 순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 시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한국게임에서 콘솔 도전 활성화는 그 다양성을 충족하는 중요 해답이다. 

글로벌 콘솔 도전이 기업 입장에서 실익이 없는 행위도 아니다. 당장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실리로 돌아올 잠재력이 충분하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은 중요한 계기였다. 국내 게임계의 성공 공식이 MMORPG나 모바일게임만 존재하던 시기, 크래프톤은 한국에서 '스팀게임'을 만들어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이후 스팀 플랫폼은 물론, 콘솔을 이용하는 게이머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주력 소비자인 20~30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가족 단위로 콘솔게임을 함께 즐기는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콘솔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갈 길이 멀지만, 분명 심장은 뛰고 있다. 자본과 개발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 노하우와 창의력을 키워나간다면, 글로벌 얼리어답터 유저들이 한국게임을 다시 돌아보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길용찬 기자  jery7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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