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 국제 e스포츠 대회 '월드 사이버 게임즈(이하 WCG)'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종목 결승전에서 장재호가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장재호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 오크 '루웨이량(Fly100%)'였다. 장재호는 WCG에서 은메달만 2번 획득했기에 금메달이 절실했던 상황, 반대로 루웨이량도 장재호와 같이 은메달만 2번 획득해 두 선수 모두 남다른 각오를 하고 이번 결승전에 임했다.

1세트는 루웨이량의 기량이 뛰어난 것보다 장재호의 실수가 잦았다. 교전에서 그는 특유의 포지션 설정과 마이크로 컨트롤을 보여주지 못해 루웨이량의 블레이드마스터에게 아처를 쉽게 내줬으며, 필수 업그레이드도 다소 늦은 타이밍에 올렸다.

멀티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2티어에 머물러 병력을 쏟아내 맹공을 펼쳤고 블레이드마스터도 쉽게 잡아내 역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병력 충원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3티어 조합의 오크 병력에 점점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블레이드마스터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 치명타를 입히지 못해 1세트를 내주게 됐다.

2세트는 승리의 여신이 루웨이량에게 손을 든 느낌이었다. 장재호는 빠른 멀티를 통해 물량전으로 오크를 압도할 계획을 세웠다. 반대로 루웨이량은 블레이드마스터를 통해 장재호의 빠른 멀티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3티어를 올려 조합의 힘으로 이길 전략을 선보였다.

장재호가 멀티를 만들 때마다 블레이드마스터로 견제해 취소시키게 만들었는데, 이때 루웨이량은 자칫 한 대만 맞아도 블레이드마스터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포탈과 힐링 스크롤을 아끼는 대담함을 보여줬고 블레이드마스터도 결국 살려내면서 장재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장재호는 가까스로 멀티를 성공시켰으나, 이미 아처를 조합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 헌트리스만으로 게릴라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루웨이량은 장재호의 노림수를 간파해 장재호의 본진을 역으로 공격했다. 오크 버로우와 와치 타워의 방어로 장재호의 병력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반면, 루웨이량은 편하게 장재호의 주요 건물을 파괴하고 포탈을 사용할 수 있었다.

불리한 상황 속에도 장재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교전을 회피하면서 루웨이량을 괴롭혔다. 하지만 헌트리스 외에 다른 유닛을 사용할 수 없어 조합 밸런스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루웨이량에게 헌터스 홀이 파괴되자 2세트도 패배를 선언했다.

3세트는 달랐다. 블레이드마스터의 지속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장재호는 안정적으로 초반 멀티를 가져갔고 사냥도 무난하게 진행했다.

무엇보다 알케미스트의 '프로텍션 링' 2개가 힘을 발휘했다. 방어력이 낮은 알케미스트는 몸집과 다르게 블레이드마스터에게 집중적으로 노려질 수 있는 영웅인데, 프로텍션 링으로 쉽게 죽지 않은 것이다.

초반부터 자원 수급이 원활해진 장재호는 인구수에 연연하지 않고 병력을 생산하고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연구해 루웨이량을 압박했다.

그는 1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 아처, 헌트리스의 완벽한 포지션으로 교전에서 매번 승리했고 상대가 노린 회심의 영웅 사냥을 절묘하게 흘려보내 3세트 승리,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4세트는 루웨이량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초반에는 서로 이전 세트와 같은 전략을 선보였고 장재호가 조금은 앞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루웨이량이 '브릴리언트 오라'와 '마기 로브'를 획득해 마나 수급량이 굉장히 원활해져 후반으로 갈수록 장재호에게 다소 어려운 싸움이 예고됐다.

서로 아슬아슬한 줄타기 플레이를 보여주는 와중에, 루웨이량은 자원 싸움으로 이어지지 전에 장재호를 공격했다. 그 타이밍이 완벽했던 탓에 장재호의 병력이 속수무책 당했다.

장재호는 한타 도중 루웨이량의 멀티에 프로텍터를 건설해 견제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루웨이량이 블레이드마스터를 텔레포트 스태프로 이동 시켜 저지했다.

결국 역전의 기회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은 루웨이량은 마지막 러시를 감행했고 '알케미스트'와 '키퍼 오브 더 그로브'를 모두 잡아내면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개인전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차지한 장재호는 팀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지금까지 획득하지 못했던 WCG 금메달의 한을 풀어냈다.

이에 장재호는 "오크전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루웨이량 선수가 워낙 잘했다"면서 상대를 칭찬했고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