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스포츠와 다르게 '패치'라는 존재로 강자 리스트가 매번 바뀌는 e스포츠 시장

월드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한 FPX 도인비 선수

[게임플] 최근 개최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진출팀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e스포츠 팬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 리스트에 2018년, 2019년 월드 챔피언인 LPL 소속 인빅터스 게이밍(IG)과 펀플러스 피닉스(FPX)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LCK의 강자 T1도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그간 열렸던 국제 대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이렇듯 리그오브레전드를 포함한 각종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강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이유를 살펴보면 간단하다. 축구로 예를 들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모하메드 살라 등 유명 축구 선수들은 팀을 이적한 시즌이 아닌 이상 꾸준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e스포츠에선 1시즌 세계 최고로 꼽힌 선수가 다음 시즌에 예상치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축구는 매 시즌마다 공의 모양, 경기장 형태, 규칙 등을 변경하지 않는 반면, 게임은 게임사가 직접 캐릭터 성능, 지형, 판정 등 각종 환경 요소를 수시로 바꾸는 패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FPX 미드 라이너 '도인비' 선수는 자신의 주력 챔피언인 '라이즈'와 '노틸러스'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줘 전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라이즈와 미드 노틸러스는 다음 시즌 하향 패치를 피할 수 없었고 이와 동시에 도인비의 전투력도 힘을 잃기 시작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이용자라면 자신이 고른 챔피언이 성능의 차이로 극복하기 힘든 상성 챔피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초반 라인전에서 나서스에게 너무나도 강한 티모가 블라디미르에겐 9레벨 이후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힘든 절대적 구조를 의미한다다.

이때 만약 라이엇게임즈가 블라디미르를 하향해 티모가 상대하기 편하게 만들거나 상성 관계를 뒤엎어버리면 플레이어의 실력 구도는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국내 팬들에게 가까운 선수로는 젠지 e스포츠 '비디디' 선수를 찾을 수 있다. 비디디 선수는 아지르의 장인으로 유명하다. 아지르가 한창 좋았을 시기에 그는 초반 라인전부터 후반 교전까지 상대를 압도해 한국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꼽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라이즈처럼 아지르도 하향 패치가 적용됐고 이와 비례해 비디디 선수도 기량 폭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비디디 선수가 다른 챔피언으로 플레이 기량을 끌어올린 덕분에 젠지 e스포츠가 선발전에서 T1을 압도하고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해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을 팬들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이렇듯 선수들은 패치에 따라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다른 챔피언으로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도인비 선수처럼 패배의 길을 걷게 지만, 비디디 선수처럼 보존할 수 있다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페이커' 선수를 떠올릴 수 있다. 약 10년간 최정상 자리에 군림한 페이커 선수는 특정 챔피언을 잘한다기 보단 리그오브레전드 자체를 잘하는 선수로 평가된다.

T1은 비록 이번 월드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실력을 여전히 녹슬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e스포츠는 나이, 팀 호흡, 건강상태이 따라 기량이 달라지는 여타 스포츠의 조건과 함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임사의 패치가 있어 매번 강자 리스트가 달라진다. 이는 e스포츠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일 수 있다.

팬들 입장에서도 늘 같은 팀이 최정상에 군림하면 다소 지겨울 수도 있는 반면, 지난 14~15시즌 T1처럼 과연 어떤 팀이 T1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최강자가 페이커, 장재호, 무릎, OGC처럼 한국 게이머라면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으로 적용돼 국익도 자연스럽게 챙길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에는 TES, 징동 게이밍, 담원 게이밍, G2 e스포츠 중에 누가 최고라고 불릴 수 없을 만큼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최정상에 오르는 팀은 어디가 될 지 궁금증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LCK 지역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고 페이커 선수처럼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펼치는 슈퍼스타도 발굴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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