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게이밍에게 완패한 DRX "꾸준한 성적 상승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돼"

[게임플] "담원 게이밍에겐 축하를, DRX에겐 응원과 격려를... 결과보다 e스포츠 팬들의 발전된 문화 의식 돋보였던 2020 LCK 서머 결승전"

지난 5일, 2020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라아(LCK) 서머 스플릿 결승전에서 담원 게이밍이 DRX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뒀다.

사실 많은 팬과 관계자들은 담원 게이밍의 승리를 예견한 만큼 이변은 아니었다. 정규 시즌 2라운드에서 담원 게이밍은 LCK 모든 팀들을 30분 내로 승리를 거두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당연히 나타난다. 하지만 DRX 팬들 입장에선 DRX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밴픽과 전략을 그대로 가져와 패배했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표식 선수의 3연속 '릴리아'에 의아함을 가졌다. 표식 선수가 LCK 내에서 릴리아를 가장 잘 사용한다는 것을 담원 게이밍 측에서 인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담원 게이밍은 분명 그에 대한 대응책을 무조건 준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RX는 3경기 연속 릴리아를 꺼내들었다. 

물론, 냉정하게 말해 표식 선수는 캐니언 선수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불리는 정글의 차이를 그나마 좁히려면 표식 선수에게 가장 잘하는 릴리아를 건네주는 방법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경기나 뒤쳐진 상황에서 '킨드레드'와 '그레이브즈'로 변화를 줬다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지 않았겠냐는 피드백이었다.

사실 표식 선수가 다른 정글 챔피언을 골랐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여러 팬들은 미드 라인을 맡은 쵸비 선수 외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패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쵸비 선수가 쇼메이커 선수를 이겼을까?

지금까지 DRX가 이긴 경기에서 쵸비 선수의 플레이를 생각해보면 라인전에서 주도권을 가져간 후 다른 라인에 개입해 경기를 풀어갔다. DRX의 메인 전략이자, 쵸비 선수의 경기력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는 DRX의 가장 큰 약점이다.

결국 쵸비 선수는 젠지e스포츠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4경기에서 BDD 선수를 상대로 펼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이번 담원 게이밍과의 대결에선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 말은 쇼메이커 선수가 라인전 단계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쵸비 선수가 다른 라인으로 떠나지 않게 비등한 라인전을 보여줬고 후반에는 그를 압도했다는 의미다.

결국 누구 하나 탓할 것 없이 DRX 모든 선수들이 담원 게이밍 선수들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해 패배한 결승전이다.

하지만 DRX의 멤버를 생각해보자. 쵸비와 데프트 선수를 제외하면 그리핀 시절 서브 멤버였던 '도란' 선수,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 처음 오른 '표식'과 '케리아' 선수는 이제 막 주전 자리에서 두 시즌을 보냈다.

이들이 페이커, 기인, BDD, 스피릿, 클리드 등 수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포진된 타 팀을 이겨내고 결승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기록이다.

억지로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해석하면 다른 팀들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을 보유했는데 우승은 커녕, 결승전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DRX 김대호 감독은 DRX 팀원을 구성할 때 현존 최고의 선수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만약 탑 라인 '칸' 선수, 정글 '카나비' 선수, 미드 '쵸비' 선수, 원거리 딜러 '데프트' 선수, 서포터 '리헨즈' 선수로 DRX를 만들었다면 소년 만화 자체가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신인들을 선발했고 결과는 스프링 시즌 3위, 서머 시즌 2위, 월드 챔피언십 진출로 나름 성공적이다. 

김대호 감독과 쵸비 선수 입장에선 4번째 우승을 놓쳤기에 다른 팀원보다 더 아쉬울 수도 있다. 특히, 쵸비 선수는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을 포기하고 DRX를 선택한 거라 우승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크다.

지금까지 쵸비 선수의 경기력으로 보면 어느 팀에 가서도 잘할 거로 예상되지만, 반대로 다른 팀으로 갔을 때 쵸비 선수가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해외 축구로 예를 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버풀에서 에이스였던 '그리즈만'과 '쿠티뉴' 선수는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팬들에게 비난을 받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같다.

하지만 만약 DRX가 다음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다면 쵸비 선수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승할 수 있기에 다른 팀원들과 함께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김대호 감독도 고작 두 시즌 만에 우승까지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두 시즌 만에 결승전 무대를 밟은 것에 본인이 놀랐을 수도 있다.

진정한 DRX 팬들도 마찬가지 생각인 거로 보인다. DRX 공식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는 담원 게이밍에겐 우승을 축하하고 DRX에겐 결승전 완패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 상황과 경기력이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팬들은 등을 돌릴테지만, 현재까지 경기 데이터와 결과를 보면 선수들이 경험치는 점점 쌓이는 중이다.

이제 김대호 감독과 선수들이 그토록 꿈꾸던 월드 챔피언십이다. 그곳에는 G2, TES, 징동 게이밍, LGD 등 담원 게이밍보다 더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전 세계 강자들이 기다린다.

각종 소년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처음부터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다. 여러 강자들에게 뚜드려 맞고 패배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성장한 후 다시 도전해 그들을 이기면서 끝내 최강자로 거듭난다.

많은 사람들이 DRX가 우승을 못해 소년 만화가 끝났다고 말하지만, DRX의 소년 만화는 이제 막 클라이막스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과연 이 소년 만화가 해피 엔딩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배드 엔딩으로 아쉬움을 남길 것인지는 선수들 손에 달려있다.

팬들도 일방적으로 숙소에서 쫒겨나거나, 허리 디스크 고통을 참으며 경기를 펼치는 등 각 선수들마다 눈시울을 적시는 스토리를 가진 만큼 DRX의 소년 만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기원하는 분위기다.

한편, DRX 뿐만 아니라, 담원 게이밍, 3시드 LCK 팀이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보인다면 각 팀의 영광뿐만 아니라, 그간 무너진 LCK의 위상도 되찾을 수 있다.

담원 게이밍 선수들은 LCK 우승에 자만하지 말고, DRX 선수들은 결승전 완패에 너무 기죽지 말고 9월 25일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2020 월드 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LCK 팀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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