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 있어

[게임플] 세상을 살다 보면 가정에서부터 단체, 직장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들을 살펴보면 각자 자신 있는 분야를 담당해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를 기획하는 기획팀, 게임에 필요한 그래픽을 만드는 그래픽팀, 주어진 재료들을 통해 게임을 만들어 내는 개발팀, 게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수익을 얻기 위한 홍보팀 등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데, RPG 게임의 경우 다른 파티원들보다 먼저 앞장서 적들의 주의를 끌고 공격을 버텨내는 ‘탱커’, 탱커에게 주의가 끌린 틈을 타 적들을 공격하는 ‘딜러’, 탱커와 딜러의 체력을 회복시켜 지원하는 ‘힐러’ 3종류가 대표적이다.

각 역할마다 맡고 있는 임무가 다르다 보니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어 게이머들은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역할을 선택해 육성하며 이후엔 던전이나 레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략하며 자신이 수행한 역할에 대한 재미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 클리어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는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주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딜러를 많이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부담이 큰 탱커는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RPG에서 인스턴스 던전이나 레이드같이 각 역할이 힘을 합쳐야 하는 전투 콘텐츠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4명이서 공략하는 인스턴스 던전이 있다. 해당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선 4명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고 최소 탱커와 힐러, 딜러가 1명씩 필요하며, 여기에 보통 딜러 1명을 추가해 4명을 채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딜러를 선택하기 때문에 딜러의 자리는 늘 없어서 파티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인 반면 탱커는 없어서 데리고 가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으로 파티에 탱커가 오지 않아 콘텐츠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탱커를 육성하는 일이 있었는데, 막상 부족하다고 느껴서 키우면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은 것인지 육성 구간에선 오히려 탱커가 넘치는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도 있었다.

결국 어느 한 역할이 부족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역할 부족으로 인해 콘텐츠 진행이 되지 않아 답답한 사람들이 나서서 육성하며 해소되는 식으로 역할 불균형이 조금은 해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역할 불균형은 비단 RPG뿐만 아니라 대부분 역할군으로 나뉘어 있는 게임들이라면 모두가 겪고 있는 상황인데, 대표적으로 오버워치가 있다.

오버워치도 게임 내에서 다른 팀원들보다 선봉에 서서 높은 체력과 자기 보호 스킬들을 이용해 아군을 보호하는 돌격 영웅과 후열에서 힐로 아군을 지원하는 지원 영웅, 다양한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공격 영웅이 존재한다.

지원 영웅은 아군을 지원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미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공격 영웅은 팀의 승패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고, 적들과 직접적으로 싸우는 역할이다 보니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돌격 영웅은 공격 능력이 높은 편도 아니고 적의 공격을 버텨내는 역할이다 보니 재미가 반감돼 인기가 없다.

그래서 역할 고정이 도입되기 이전 경쟁전은 돌격 영웅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게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결국 해당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버워치는 역할 고정을 도입해 게이머가 원하는 역할을 선택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했다. 해당 방식이 도입된 이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공격 역할은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지만, 다른 역할들은 공격 역할보단 빠르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게이머들에게 짧은 대기 시간과 긴 대기 시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많은 게임들이 역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오버워치처럼 시스템을 통해 해소하려는 모습들을 보면 역할 구분 자체는 게임의 재미 요소 중 하나로 분명 나쁘지 않은 부분은 맞지만, 역할 불균형으로 인해 특정 역할에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게임 진행이 불가해지는 경우를 보면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할 구분을 통해 즐기는 게임들의 재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에서 이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그 게임만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해결법을 고민할 가치가 있다.

우선, 사람들이 탱커를 기피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전투 진행 중에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눈에 띄어 느끼게 되는 부담감과 다른 역할들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운용으로 인해 재미가 떨어지는 점이다.

그래서 통상적인 탱커의 이미지인 한손검과 방패를 벗어나 좀 더 공격적인 무기들을 사용하고, 다채로운 공격 스킬들로 딜러가 탱커의 역할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예전에 블레이드앤소울에서 느꼈었는데, 권사로 플레이했을 때 적의 공격을 반격으로 막으면서 싸우다 보니 그저 보스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게 플레이했었다.

테라에서도 검투사에게 무기 막기가 없던 시절엔 회피 스킬 사용 시 발생하는 무적 시간을 이용해 위험한 순간들을 회피하고, 시전 중에 데미지 감소하는 스킬을 통해 피해를 감소시키는 등 색다른 탱커를 플레이해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처럼 탱커라는 역할이 그저 아군을 위해 희생한다는 느낌보단 탱커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을 수만 있다면,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균형 잡힌 역할군으로 인해 보다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준혁 기자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열심히 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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