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르의 개척을 노렸던 블리자드의 개발력과 아이디어가 한껏 돋보였던 흥행작

[자료 및 이미지 제공: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게임플] 수년전부터 사람들은 카드를 사용해 오락을 즐겼다. 대중적으로 이용됐던 '포커' 카드는 단순히 포커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규칙을 도입한 새로운 게임이 점차 등장해 그 영역을 넓혔다. 

시간이 흘러 카드 게임은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포켓몬스터, 디지몬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내세운 능력치 카드와 규칙이 하나씩 등장했고, 이후에는 '유희왕'이라는 카드 게임 자체를 코믹스 IP 소재로 사용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냈다.

이후 유희왕을 모티브로 삼아 게임 시장에는 여러 카드 게임들이 나타났다. 카드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인기 장르에 올라섰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발전해 지금은 카드 게임의 특징을 감미한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볼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글로벌 최고의 게임 회사로 성장한 블리자드는 MMORPG, RTS와 같이 개발 코스트가 높은 장르가 아닌 자사의 IP를 가벼운 장르로 재구성한 작품을 원했다.

투자 비용이 낮으면서 인기가 많은 게임이면 다소 모순된 말이긴 해도 블리자드를 성장시킨 게임들이 워낙 볼륨이 큰 게임이라 신규 업데이트와 차기작 개발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한 영역이 바로 '카드 게임'. 이러한 목표와 실험정신 끝에 태어난 작품이 바로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캐릭터들을 카드로 재구성해 대전을 펼치는 CCG 장르 '하스스톤'이다.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2 등 신작 프로젝트의 일정이 바빠질 때마다 개발 과정 도중에 개발자들을 그쪽으로 투입해 정말 소수의 개발자들이 남아 우여곡절 끝에 완성시킨 하스스톤은 처음 공개했을 당시 CCG가 매니아층만 즐겼던 장르라 큰 관심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블리즈컨 행사에서 시연하거나 CBT를 통해 직접 즐긴 해외 게이머들은 '이 게임 생각보다 꽤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때부터 하스트톤의 인식이 달라져 '역시 블리자드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2014년 1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OBT가 진행됐을 때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하스스톤에 관심이 없었던 게이머들은 각종 개인 방송을 보면서 하스스톤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하스스톤의 성공 이유를 낮은 진입장벽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하스스톤의 카드들은 직관적이면서 단순한 능력을 보유해 카드 게임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게이머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단순히 상대 HP를 0으로 만들면 끝나는 구조라 익숙해지기도 쉬웠다.

카드가 캐릭터를 공격했을 때의 찰진 타격감과 카드를 꺼냈을 때 그 카드에 담긴 캐릭터의 목소리가 나타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판단력으로만 승부하는 여타 카드 게임들과는 달리, 하스스톤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가 나뉘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매 턴마다 무작위로 1장씩 뽑는 카드에 따른 운도 필요했기에 초보 이용자가 고수들을 이기는 경우도 가끔 등장했고 그만큼 성취감도 꽤 쏠쏠했다.

과금 요소도 카드팩이나 황금 카드 외엔 존재하지 않았다. 필요한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재료를 통해 만들 수 있어 과금에 대한 부담감을 적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하스스톤의 흥행 원동력이기도 했다.

과금에 여유로운 이용자들은 자신이 정말 아끼는 덱을 황금 카드로 구성해 다른 이용자와 차별성을 둘 수 있었는데, 황금 카드도 테두리와 일러스트 퀄리티만 다를 뿐이지 능력치는 달라지지 않아 불만이 제기되지 않았다.

즉, 무과금 이용자도 쉽게 구성할 수 있는 덱 중에 승률이 꽤 준수한 것들이 존재해 이러한 덱을 만들어 게임의 재미를 느낀 후 심도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하스스톤이 가진 장점이었다.

유명 CCG 중 하나인 매직 더 게더링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했다

이렇게 인기를 얻어낸 하스스톤도 CCG 장르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카드 게임은 업데이트가 누적될 때마다 신규 카드가 나타나고 그만큼 새로운 능력치와 개념이 쌓인다.

결국 신규 및 초보 이용자에게 다양해진 카드의 능력치와 상성구조를 전부 파악하는 시간을 요구하고 이는 갈수록 진입장벽을 높게 형성했다.

게다가 카드가 다양해지면서 사기 카드, 사기 덱이 나타나서 랭크 게임을 점령하는 일이 발생해 기존 이용자들도 해당 덱을 구성하거나, 게임을 포기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카드를 쉽게 구하고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된 상황이었고, 이에 이용자들은 밸런스 패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라는 불만을 표하기 시작해 블리자드는 완벽한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블리자드가 해결책을 강구할 동안 신규 카드팩을 꾸준히 추가하면서 틈틈히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고, 신규 카드팩이 발매될 때마다 사기 카드가 등장해도 메타 자체는 계속 변동됐기에 지루하진 않았다. 

2016년 2월 블리자드는 고심 끝에 '정규전'과 '야생전'이라는 시스템을 발표했다. 정규전은 최근 2년 동안 등장한 카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야생전은 모든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드였다.

예를 들면 정규전에선 '박사 붐'과 같은 사기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대회와 등급전을 정규전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있었지만, 신규 이용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정규전이라는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사기 카드들이 사용될 수 없게 되자, 메타가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덱이 나타나면서 직접 플레이도 더욱 재밌었지만, e스포츠 대회에서의 보는 재미도 한층 더 상승했다.

결국 야생전에선 여전히 무상성 덱이나 사기 카드가 즐비했지만, 메인 콘텐츠로 정규전을 선택한 것은 구조와 개념이 점점 복잡해지는 하스스톤에서 블리자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2018년에는 '벤 브로드'를 포함해 주요 개발자가 퇴사하면서 하스스톤도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에는 사기 카드를 새로운 사기 카드로 막아냈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팩이 등장할 때마다 메타가 변했지만, 이런 시스템이 바뀌기 시작해 기존 사기 카드가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였고 메타가 고착화됐다.

정규전의 밸런스가 붕괴돼 다양한 덱을 구성할 수 있는 야생전에 활기가 되찾기 시작했지만, 블리자드가 메인 콘텐츠로 선택한 정규전의 인기가 줄어든 만큼 하스스톤의 이용률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블리자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밸런스 패치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정규전 생존 기간이 남은 카드 중에 사기 카드들도 기간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야생전으로 방출시켰다.

밸런스 패치 외에도 신규 카드팩을 추가하고 패키지 개념이라 볼 수 있는 싱글 모드까지 도입해 메타가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조정해 사그라들었던 정규전의 인기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블리자드는 이 기세를 몰아 2019 블리즈컨에서 '하스스톤 전장'이라는 신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스스톤 전장은 영웅 24명이 8인 오토 배틀러 장르 게임 모드로 이용자는 각자 하수인을 모으고 배치해 겨루는 방식이다.

하스스톤 전장은 별도로 카드를 수집하거나 덱을 구성할 필요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무료 팩, 게임 내 재화, 유료 결제 등 어떤 방식으로든 카드 팩을 얻으면 전장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근 '오토체스'를 시작으로 오토 배틀러 장르가 인기를 얻은 것도 있었지만, 하스스톤의 전장은 과거 하스스톤의 인기 포인트를 잘 캐치해 각자 하수인을 모으고 전략적으로 배치해 싸움을 펼치는 오토 배틀러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하스스톤은 안정기를 되찾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신규 영웅 '아라나 스타시커'가 등장할 예정인데, 전장의 등장으로 하스스톤의 분위기가 한껏 끌어올라간 것처럼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등장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 기대가 되는 게임이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