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에 맞지 않은 운영으로 최악으로 접어든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린 개발팀의 반성과 노력

[게임플]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면서 만족감을 제공하는 '수집형 RPG'는 현대인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모바일 플랫폼에 가장 잘 적절하다고 봐도 손색이 없는 장르 중 하나다.

모바일 수집형 RPG는 일본 '페이트 그랜드 오더'와 '밀리언 아서'를 시작으로 인기가 급속도로 상승했고, 중국도 이러한 인기를 기반으로 모바일 수집형 RPG를 적극 개발하면서 강자 반열에 올랐다.

국내 게임 중에선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와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가 국내 게이머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어내면서 다른 게임사는 점차 모바일 수집형 RPG보다는 전통 MMORPG 개발에 발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상황 속에서 2015년에 설립된 슈퍼크리에이티브는 2차원 모바일 수집형 턴 방식 RPG 개발에 도전했고 Full 사양 애니메이션 연출로 무장한 '에픽세븐'을 탄생시켰다.

에픽세븐의 세계관은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우주 중 '아이트라'를 배경으로 대지의 신 '오르비스'가 죽고 생명의 여신 '디체'가 그의 육신을 사용해 세계를 창조하면서 시작된다. 

둘의 형제이자 태양의 신인 '일리오스'는 오르비스를 죽인 다른 우주에 복수하기를 원했다. 허나, 디체는 전쟁보다 세계의 수호를 선택해 이를 거부했고, 이에 분노한 일리오스는 마신을 보내 세계를 파괴한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디체는 자신의 권능을 나누어 '성약의 계승자'와 '신수'를 만들었다. 이때 탄생한 성약의 계승자가 바로 주인공 '라스 엘클레어'다.

라스 엘클레어는 동료들과 함께 마신을 쓰러뜨렸지만, 일리오스는 새로운 마신을 연이어 출격시켰다. 세계가 황폐화될 때마다 디체는 세계를 부활시켰는데, 이렇게 반복되는 무한의 굴레를 '마신전쟁'이라 부른다.

게임의 배경은 세계가 6번째로 멸망한 후 7번째로 부활해 20여 년이 지난 시점이며, 여기서 플레이어는 주인공을 비롯한 영웅들로 다음 멸망을 막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스토리로 게임을 진행한다.

참신한 세계관과 독특한 게임성 그리고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만한 비주얼을 가진 에픽세븐을 높게 평가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에픽세븐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맡게 된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테일즈위버, 창세기전 등 유명 게임을 담당한 소프트맥스 출신 작가들이 맡은 시나리오 구성은 중국과 일본 2차원 수집형 RPG보다 큰 볼륨과 퀄리티를 자랑했고, 캐릭터도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큼 작화와 모션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에픽세븐은 최상급 캐릭터를 획득하지 못한 이용자도 2~3성 캐릭터를 육성하면 충분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고, 과금 유도의 단점을 상쇄시킨 이러한 캐릭터들을 조합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는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인정받아 2019년 4월에는 북미 애플 앱스토어 매출 6위에 진입하면서 국내 서브컬처 수집형 RPG의 전성기를 열게 될 게임이라는 평가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이렇게 첫 데뷔전을 멋지게 치른 에픽세븐은 초기 캐릭터의 밸런스 조정을 시작으로 예상과 다르게 아쉬운 행보를 걷게 된다.

수집형 RPG에서 이용자들은 캐릭터를 마치 자신인 것처럼 애정을 담아 성장시킨다. 즉, 성능이 좋은 캐릭터는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한 후 패치를 적용해야 불만이 증폭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픽세븐은 특정 캐릭터가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과감하게 하향했고, 이후에는 무과금 이용자의 희망이었던 3성 가성비 캐릭터도 콘텐츠에서 활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하향했다.

후반 콘텐츠가 최상위 이용자들에게 다소 쉽게 클리어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콘텐츠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켰는데, 최상위 이용자에게도 힘들어진 콘텐츠는 나머지 이용자들에겐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됐다.

무한 버그가 발생했을 때도 에픽세븐은 버그로 생긴 재화는 모두 회수했지만, 버그를 악용한 이용자는 제재하지 않았다. 이후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커져 개발팀은 버그 악용자를 제재했다.

또한, 과거 에픽세븐의 아이템 옵션은 모두 무작위로 설정됐는데, 이에 부담감을 너무 제공한다고 판단한 개발팀은 장비 기본 옵션만은 최대치로 적용되도록 수정했다.

얼핏 보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패치 내용이었으나, 기존 아이템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용자들은 장비 파밍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필요가 있어 논란이 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팀은 기존 아이템에도 적용했다.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강구했던 슈퍼크레에이티브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시간이 계속 지연됐고, 더 늦어지지 않도록 패치를 감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래 에픽세븐의 개발팀은 출시 전에 모든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비주류 캐릭터가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이용자들의 호감을 샀는데, 이 부분도 점점 의미가 사라졌다.

결국 기존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신규 및 한정판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3성 캐릭터와 상위 캐릭터의 격차가 점점 더 커졌고 개발팀의 약속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용자들은 에픽세븐을 떠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도 콘텐츠 진입의 과금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후 2019년 7월에는 특정 이용자가 메모리 에디터 툴인 '치트오매틱'을 사용해 게임 내 신규 콘텐츠인 '오토마톤 타워'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정상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도에 달하는 사건이었으며, 에픽세븐은 이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개최한 '에픽 페스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다.

에픽 페스타에서 개발팀은 화제로 떠오른 프로그램은 치트오매틱이 아니었으며, 제재된 이용자들이 불만을 품고 악의적으로 루머를 퍼뜨리는 중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치트오매틱 이슈 전에도 에픽세븐 내에서는 월광 소환과 신비 소환 등의 다양한 이슈가 초창기부터 발발했었던 지라 치트오매틱 이슈는 에픽세븐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아울러, 에픽 페스타 이후 미디어 간담회에선 글로벌 행사 계획 관련 질문에 북미와 국내 매출을 비교해 커뮤니티에선 에픽세븐의 국내 이용자 홀대론이 빠르게 번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 사태로 국민 청원까지 오른 에픽세븐은 2019년 7월 15일 경기도 판교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인근 W스퀘어에서 '에픽세븐 계승자 간담회'를 개최했고,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공동대표, 강기현 공동대표, 김윤하 기획실장,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이상훈 사업실장이 참석해 이용자들과 대면했다.

당시 강기현 대표는 치트오매틱 논란에 대해 "이용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을 상황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평소에도 공지를 잘하고 이용자와 신뢰를 쌓아온 상태였다면 소통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나 엔진 자체 문제를 거론한 질문에는 "유나 엔진은 보안과 관련된 엔진이 아니다"라며, "저희가 보안의 효율성만 생각한 것, 초반에 대처를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치트오매틱 논란 이전부터 꾸준하게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월광 소환에 대해 김형석 대표는 "월광 소환은 워낙 가치가 높은 소환 기회이기에 개인적으로도 불만스럽다"며, "월광 소환과 함께 불만이 많이 제기된 신비 소환도 혁신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답변을 7월 31일까지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에픽세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9월 개최된 1주년 행사 'EPIC BIRTHDAY'에서는 캐릭터 육성 피로도를 줄이는 방향의 업데이트와 출석 보상 상향, 행동력 및 골드 수급 확대 등 편의성 중심의 개편을 약속했고, 역대급 보상과 맞물리며 많은 이용자들은 다시금 에픽세븐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개발팀은 이전에 보였던 행보와는 달리,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유심히 듣고 그것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운영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규 업데이트 전후로 개발팀은 이용자와 격식없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도 개설했다. 방송에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도 많았지만, 적어도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낄 때 하소연을 할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냈다.

이렇게 신뢰를 회복한 에픽세븐은 Re:Birth 업데이트로 부활의 기점을 확보했고 기세를 몰아 '길티기어 이그저드 레브 투'와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콜라보레이션 이벤트의 결과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5월 기준 일본에선 애플 앱스토어 매출 12위, 구글 플레이 매출 7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에서도 5월 8일 양대 마켓 매출 순위 5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 캐나다와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에서도 10위권까지 순위가 오르는 등 글로벌 전 지역에서 전성기를 펼쳤다.

국내 매출 또한 이용자 소통 강화를 약속한 지난 1주년 간담회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콜라보레이션 진행된 5월에는 줄곧 10위권을 유지했고, 5월 22일에는 구글 플레이 매출 14위에 올라 정식 서비스 직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우여곡절'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정도로 에픽세븐은 출시 이후 '나락'과 '극락'을 경험했다. 간담회에서 서비스 종료가 언제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게이머들의 취향을 저격한 게임성으로 형성된 팬덤이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와 실수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현재 진행형은 '극락'인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발전시킨다면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관련해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이상훈 실장은 "에픽세븐 팬 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조금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이번 글로벌 시장에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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