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터무니 없는 분량에 실망하거나, 분량을 억지로 늘려 지루함을 유발하는 사례 빈번

"이게 전부야?" 터무니없는 분량에 게이머들을 실망시킨 콘솔 게임 [자료제공: 플레이스테이션]

[게임플] 2020년은 과거부터 콘솔게임 시장에서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인기 IP 신작들이 대거 출시해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이 한껏 제공된 해가 됐다.

페르소나5 더 로열, 바이오하자드 RE:3,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IP 신작들은 그 야성을 제대로 발휘해 메타크리틱 점수에서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평가는 평론가들의 평가와 다소 엇갈렸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격과 분량'이다. 콘솔 게임은 패키지 금액을 지불해 즐기는 만큼 만족시킬 정도의 분량은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물론, 판매가는 게임사에서 개발과 마켓팅 비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지만, 게이머 입장에선 지불한 금액에 비례한 분량이 아닐 경우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 중 대부분이 그 만족감을 충족시켜주진 못한 상황. 기대로 가득 채우며 수개월을 기다렸던 만큼 그 실망감은 증폭되기 때문에 게임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페르소나5 더 로열'이 있다. 이 게임은 개인적으로 100시간 넘게 플레이하고 지금도 꾸준하게 즐길 정도로 '인생 게임' 중 하나였다.

아마 페르소나 시리즈를 처음 즐기는 게이머들도 "JRPG가 이렇게 재밌었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그래픽과 초보 플레이를 배려한 편의성 제공 그리고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기존 '페르소나5 무인편'을 이미 즐겼던 유저들 사이에선 히로인 '요시자와 카스미'가 추가되고, 일부 편의성만 개선된 페르소나5 더 로열이 8,000엔이라는 확장팩급 가격을 형성한 것에 대해 불만으로 가득하다.

실제 리뷰 점수를 보면 평론가들 사이에선 94점이라는 'GOTY' 수준의 성적을 받아냈지만, 유저 평점을 추천 순서로 정렬하면 1점짜리 리뷰가 대부분이었고, '가격'이란 단어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8,000엔은 원작에서 완전 새로운 게임으로 탈바꿈한 '파이널판티지7 리메이크' 혹은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와 볼륨을 자랑하는 '몬스터헌터 월드: 아이스본'보다 비싼 가격이며, 해당 가격과 트레일러를 보고 확장팩 볼륨을 기대했던 유저들에게 결국 실망을 안겨준 셈이다.

물론, 신규 OST, 전투 패턴, 모드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된 것은 사실이며, 새롭게 등장한 요시자와 카스미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해당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면서, 전체적인 에피소드는 전작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유저들의 화를 돋군 요소로 작용했다.

4월에 출시한 '바이오하자드 RE:3'도 분량으로 혹평을 받았다. 일전에 바이오하자드 RE:2를 선보이면서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잔뜩 심어줬던 캡콤이 개발한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후반부가 엉성했다.

'재미가 전혀 없다?'는 분명 아니다. 2편의 공포감을 유지하면서 액션성을 증진시켰고 공포게임에 미숙한 게이머들도 재미를 느끼고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 편의성과 조작감 구현이 일품이었다.

원작을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도 물 속에서 진화한 네메시스를 상대하는 구간까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몰입해서 즐겼다. 하지만 점점 스토리가 엉성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이게 엔딩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작스럽게 시나리오가 마무리됐다.

91점으로 GOTY까지 수상한 2편과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은 바이오하자드 RE:3

원래부터 공포 게임을 좋아하고 특정 공포게임은 타임어택까지 공략해본 경험이 있어서 다소 진도가 빠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게임 시작부터 엔딩까지 4시간 22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혹시나 서브 요소를 놓친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공포 게임을 잘 못하고 바이오하자드를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지인에게 플레이를 권유했더니 엔딩을 보기까지 6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원작의 볼륨이 원래 작다는 정보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부실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임의 모든 개발력을 연출과 그래픽에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5점 만점에 2점도 주기 힘들 만큼 올해 최악의 작품으로 남았다.

페르소나5 더 로열과 달리, 평론가들과 유저 평가 모두 감점 요인이 대부분 분량이었다. 리뷰에서도 3~4만원 정도의 가격이었다면 평점이 훨씬 더 높았을 거라는 의견이 많은 것을 보면 가격 대비 분량이 많이 부실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게임사도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된 게임들은 기존 인기에 힘입어 적지 않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매출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게임사 입장에선 웃음꽃을 피웠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앞으로 출시할 신작에서도 그 웃음꽃이 시들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과감하게 'Yes'를 외칠 순 없을 것이다.

평론가 점수, 판매량 모두 중요하다. 다만, 아무리 장점만 내세우고 최고의 게임이라 홍보해도 결국 직접 플레이하면 가려졌던 단점이 주목될 수밖에 없고, 이어지는 게이머들의 평가에 따라 게임의 평판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렇듯 게임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가격과 분량이 적절한 합의점을 이루지 못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분량이 확보하기 위해 억지로 지루한 요소를 껴맞추면 최근 출시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처럼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게이머들은 무조건 싼 가격으로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격과 분량의 합의점' 게임사들은 어떤 방안이 본인들의 게임을 즐겨주는 게이머들을 정말로 만족시킬 수 있을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편,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해외 콘솔 시장을 저격해 다양한 신작과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게이머들의 추세를 잘 파악하고 가격과 분량의 완급 조절을 확실하게 잡아줘야 콘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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