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화폐, 굴라그 시스템을 통해 배틀로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게임플] 액티비전의 산하 스튜디오인 인피니티 워드에서 개발하고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유통하고 있는 FPS 게임 ‘콜오브듀티: 워존(이하 워존)’은 지난 11일 출시한 이후 하루 만에 이용자 수 600만 명을 달성하고, 14일까지 총 이용자 수가 1,500만 명에 달하는 모습을 보이며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다.

워존은 19년 10월에 출시된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이하 모던 워페어)’의 멀티플레이어를 기반으로 제작된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최대 150명이 한 전장에서 전투를 벌인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최후의 1팀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전투를 치르는 ‘배틀로얄’, 전장에서 획득할 수 있는 현금을 서로 빼앗으며 목표치에 도달하는 ‘약탈’ 총 2종류의 게임 모드를 즐길 수 있다.

건설을 이용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포트나이트’, 각 캐릭터의 능력을 사용하며 전투를 벌이는 ‘에이펙스 레전드’, FPS 장르의 정통성을 이어간 ‘배틀그라운드’ 등 배틀로얄 게임들은 모두 배틀로얄이라는 하나의 규칙 아래 타 게임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각자 독특한 시스템을 추가해 자신만의 게임을 완성시켜왔다.

액티비전은 이전에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를 통해 ‘블랙아웃’이라는 배틀로얄 모드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배틀로얄 내에서 좀비 모드를 추가하거나, 속도감 있는 전투, 좁은 맵으로 매 게임이 빨리 끝나는 등 특색을 보였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워존을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게임 내에서 게임을 보다 유리하게 흘러가도록 해주는 화폐의 존재, 그리고 돈과 장비를 얻을 수 있는 계약, 승리하면 다시 한번 전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굴라그 시스템을 통해 워존만의 독특한 색깔과 함께 블랙옵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워존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계약 시스템은 RPG 게임에서의 퀘스트와 같은 존재로 전장 곳곳에 배치돼 있는 계약을 획득하면 보급품 획득, 암살, 정찰 등 다양한 임무 중 하나를 수행하게 되는데, 계약을 수행하면서 장비, 화폐를 파밍하거나, 똑같이 계약을 수행하고 있는 적들과 조우해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암살 계약의 경우, 자신이 암살해야 하는 상대 팀이 간접적으로 노출돼 상대와의 전투를 유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계약은 매 게임마다 어떤 계약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진행 방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계약을 우선시하다가 제대로 된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을 만나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보지도 못하고 죽거나, 반대로 계약을 수행하다가 파밍이 덜된 적들을 잡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배틀로얄 게임에서 늘 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인 전투보다 생존을 중시하며 버터기를 시도하는 이용자들도 계약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적들로 인해 한 장소에 오래 숨어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계약은 넓은 전장, 많은 플레이어 수를 이용한 적절한 시스템이었다.

게임 내에서 사용가능한 화폐와 상점의 여부도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진행하면 건물 안이나, 계약 시스템을 통해 임무를 완수하면 돈을 획득할 수 있는데, 충분한 돈을 모아 보급지점에 도착하면 생존에 필요한 방탄판, 소지하고 있으면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부활키트, 따로 파밍 할 필요 없이 바로 모든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무장 투하, 적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무인 정찰기 등 돈을 이용해 다양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돈만 있으면 아군을 살릴 수 있는 점이 화폐 사용의 큰 장점이다.

또한, 탈락자들끼리 일대일 전투를 벌이며 승리한 사람에게 다시 전장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굴라그 시스템도 게임 내에서 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굴라그 시스템은 다른 의미로 패자부활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대 팀의 탈락자 중 한 명과 전투를 벌여 승리하면 한 번 더 전장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굴라그에서 패배하는 경우,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기 때문에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과 일대일 전투라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배틀로얄 모드 속에서 즐기는 하나의 미니게임 같은 느낌으로 다른 배틀로얄 게임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스템이었다.

약탈 모드는 배틀 로얄 모드와 다르게 생존보다는 돈을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둔 모드로 계약을 수행하거나, 직접 돌아다니거나, 적들을 죽으면서 떨어뜨리는 돈을 줍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먼저 목표 금액인 100만 달러를 모으거나 제한 시간인 30분 안에 많은 돈을 모으는 팀이 승리하는 모드이다.

적에게 죽으면 가지고 있던 돈의 일부를 떨어뜨리는 만큼 많은 돈을 한꺼번에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높아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이 보유한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현금 수송 헬기 등을 통해 차곡차곡 돈을 쌓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약탈 모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금 수송 헬기를 통해 돈을 보내려는 사람들을 노리는 게이머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냥 쉽게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주변을 잘 경계하고 몰려오는 적들과 전투를 벌여야 했다. 

약탈모드는 배틀로얄처럼 죽으면 끝이 아니라 다시 부활해 게임을 속행할 수 있고, 전장에 가스가 살포돼 전장이 좁혀지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죽음에 대한 부담이 덜해 배틀로얄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워존이라는 게임에 익숙해지기에 가장 적합한 모드였다.

이처럼 다양한 모드와 시스템을 통해 점차 식어가는 배틀로얄 장르에 다시한번 불을 붙이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워존은 모던 워페어를 구매하지 않아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플랫폼 상관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전투를 벌이는 점이 더해져 초반부터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점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좋은 출발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워존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개선을 통해 모던 워페어가 추구하는 끊임없는 멀티플레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한 걸음씩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이후 행보가 기대되는 게임이다.

정준혁 기자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열심히 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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