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반영된 만들거리를 찾는 곳이 청소년기의 나 자신이라는 김동건 프로듀서

[게임플] 현재 모바일로도 개발되고 있는 마비노기는 국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저가 자연스레 상호작용하게 만들었던 ‘캠프파이어(모닥불)’는 마비노기의 대표적인 시그니처로 자리하고 있다.

넥슨 주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오늘(30일) 열린 ‘NYPC 2019 토크콘서트’의 무대에 오른 김동건 프로듀서(PD)는 이 캠프파이어가 자신의 청소년기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고양이, 마비노기 전설을 코딩하다’를 주제로 게임의 개발과 코딩에서 청소년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PD는 강연장을 찾은 청소년 관람객들에게 “여러분이 부럽다. 저도 중학생, 고등학생 무렵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늙어서라기 보다는 청소년기도 돌아가 게임을 만들 ‘재료’를 더 많이 캐내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는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현 개발자들의 20~30년 전 삶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지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지금 삶이 미래 게임의 재료다”라고 전했다. 알게 모르게 과거가 반영된 만들 거리를 찾는 곳이 바로 청소년기의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김 PD의 첫 게임은 1983년도에 출시된 ‘로드 러너’다. 게임의 스테이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해당 게임으로, 김 PD는 처음으로 게임 개발자의 꿈을 가지게 됐다. 청소년기에 많은 영향을 줬던 ‘로드 러너’는 이후 김 PD가 속한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공식 리메이크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상술한 마비노기에는 김 PD의 청소년기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캠프파이어는 김 PD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했던 캠핑의 기억이 담겨있는 콘텐츠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캠핑했던 기억이 비일상적인 체험으로 강렬하게 각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마비노기에 ‘죽음’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 인물들의 죽음을 빠르게 접했던 기억이, 게임의 개발에도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비노기에서는 ‘행동 불능’이라는 표현이 ‘죽음’을 대체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은 개발자의 지나간 체험을 재현한다고 김 PD는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체험한 삶이 가장 반복하고 싶은 그리운 체험이기 때문이다”라며, “게임은 체험을 전달해 공감하게 만드는 것에 있어 가장 뛰어난 미디어”라고 덧붙였다.

게임은 체험을 재현하고, 반복하며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체험을 플레이어 자신의 체험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김 PD이 설명이다.

게임의 특징으로 김 PD가 꼽은 두 가지는 ‘상호작용’과 ‘스토리텔링’이다. 삶과 체험이 스토리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코딩’이며, 여기에 스토리를 더하면 바로 게임이 된다.

김 PD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나의 스토리를 코딩하는 것이다”라며, “코딩을 배워 여러분의 삶을 표현하는 데 쓰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여러분의 삶, 그 중에서 청소년기의 삶과 체험이 게임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다”라며, “이를 소중히 하고 그 재료를 다른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게 게임으로 만들어봐라”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NYPC 토크콘서트에서 미래의 뛰어난 게임 개발자가 이 자리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해서는 “마비노기를 하면서 자란 세대가 마비노기를 만들고 있다”며, “어떤 삶의 이야기가 담길지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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