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늘어나는 게임의 지상파 진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e스포츠 선수들

[게임플]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등)가 시범 종목으로 진행됐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을 조명하기 바빴고, 이후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는 지상파들이 정규 편성으로 경기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지상파 채널로 e스포츠 경기를 지켜본다는 경험은 굉장히 신선했다. 케이블 채널, 인터넷 방송으로만 접하던 e스포츠, 게임을 KBS, SBS, MBC로 접할 수 있었고,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는 한 걸음이 됐다고 모두들 평가했다.

그동안 지상파 채널은 게임과 크게 친하지 않았다. 약 15년 전인 2003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前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게임중독자, 백수 취급을 받으며 무시당했으며, 2011년에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게임이 가지는 폭력성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PC방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게임은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요소였고, 사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존재로 지상파 채널에서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9월 23일 종영된 MBC '두니아~ 처음만난세계'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러한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지난 6월에는 넥슨의 야생의땅: 듀랑고를 활용한 예능 드라마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가 MBC 일요일 저녁이라는 황금 시간대에 전파를 탔다.

비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획기적인 시도로 인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물론 가족 단위 시청자들이 많은 일요일 저녁이었기에 ‘낯설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신선하다’라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와 게임과 예능의 접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11월 4일에는 ‘e스포츠 매거진 GG’가 SBS에서 첫 전파를 탔다. e스포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매거진 프로그램으로 이현우, 김동준, 홍민기 등 e스포츠 전문 해설위원과 권이슬, 방송인 김기열, SBS 김선재 아나운서가 출연한다.

축구를 다루는 ‘풋볼 매거진 골!’, 야구를 다루는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나 ‘베이스볼 투나잇’ 같은 프로그램은 있었으나, e스포츠를 다루는 지상파 매거진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기존 e스포츠, 게임을 좋아하던 이들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됐는데, 이는 기존 LCK 해설위원인 김동준과 이현우, 홍민기 등을 섭외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PC방의 전원을 내려버렸던 MBC도 액토즈소프트와 협업, ‘비긴어게임’이라는 게임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지상파 채널들이 너도나도 게임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취지를 보자면 모두가 ‘게임에 대한 편견을 바꾸겠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다.

‘비긴어게임’의 출연진인 김희철은 “비긴어게임으로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오는 19일 KBS2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는 '페이커'(출처: SKT T1 공식 페이스북)

오는 19일에는 KBS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페이커’가 패널로 출연한다. 임요환이 아침마당에 출연한 지 꼭 15년이 되는 해에 출연하는 ‘정상급 프로게이머’이다. 물론 홍진호, 기욤 패트리 등의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제 ‘방송인’에 가깝기 때문에 ‘페이커’의 출연은 느낌이 사뭇 남다르다.

15년이 지난 지금, 지상파에서 게임을 보는 인식은 바뀌고 있다.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는 게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이로 인식되고,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 아닌 모든 사건에 게임을 원인이라 지목하는 기성 세대를 나무라고 있다.

임요환과 이상혁, 프로게이머가 지상파에 출연한다는 것은 같으나 지금과 15년 전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여담이지만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함께 출연하는 레드벨벳에게 “페이커와 방송에 출연하다니 레드벨벳 부럽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 관련 프로그램의 지상파 진출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 게임을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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