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히 달랐던 메타, 이제는 도전자가 된 LCK

[게임플] 지난 11월 3일, 중국 LPL의 인빅투스게이밍(IG)의 우승을 끝으로 ‘2018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약 한 달간 진행된 롤드컵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다시 도전자가 된 LCK, 유럽-북미의 반란, 그리고 이번 롤드컵 우승으로 올해 모든 LoL 국제 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LPL까지. 지난해 롤드컵이 ‘페이커의 눈물’과 ‘앰비션의 드라마’를 남겼다면, 이번 롤드컵은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 심상치 않았던 플레이-인 스테이지

매년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하위 리그, 시드 팀들이 맞붙는 경기이기에 여타 메이저 팀들의 경기와는 달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상위 팀들과 큰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큰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달랐다. 롤드컵 한국 중계진들이 “누가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재미없다고 했나!”라고 말할 만큼, 역대급 경기들이 많이 속출했고, 심지어 북미의 클라우드9(C9), 유럽의 G2 e스포츠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그룹스테이지까지 뚫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경기가 모두 난전 양상이 되자, 모두가 “역시 하위권 팀들은 싸움밖에 모르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은 이러한 경기 양상이 현재의 메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LCK, 즉 국내 팬들 대다수 만이 이러한 성향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국내 중계진들도 처음에는 “버티면 우리가 좋은 조합입니다”, “후반으로 갔을 때는 질 수가 없는 조합이예요”라는 말을 했지만, 이후에는 이러한 조합 분석이 곧 ‘패배 플래그’라는 것을 그들도 인지했다. 메타는 후반으로 가기가 힘든 형태였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최다 킬은 44킬, 최단 기간 게임은 21분 55초였다. 심지어 최장 시간 게임도 43분 31초에 그쳤다.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이 30분에서 35분경이 넘어가야 힘을 쓰는 것을 생각했을 때 결코 길지 않은 경기시간이었다.

메타적인 측면외에도 하위 리그의 실력 반등 또한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눈에 띄었다. 일본 LJL의 데토네이션 포커스미(DFM)은 국제 대회사상 첫 1승과 더불어 카붐 e스포츠를 꺾으며 플레이-인 스테이지 2R까지 진출했다.

게다가 C9, G2, GRX 등 여러 상위 리그 팀들이 패배하는 경기도 다수 나오면서 하위 리그와의 격차가 그리 크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 ‘중국이 재패했지만’… 느낌은 달랐다

올해의 우승 후보 0순위는 누가 뭐라해도 중국 LPL의 로얄네버기브업(RNG)였다. ‘우지’를 필두로 한 RNG는 올해 초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리프트라이벌즈를 제패했고, 다수의 RNG 선수들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마치 예전의 SKT T1에게 ‘SKT라면 어떻게든 해줄거야’라는 믿음이 되려 중국 팀인 RNG에게 있었고, ‘페이커’가 그랬듯 ‘우지’는 그러한 믿음을 현실화 시켰다.

하지만 그랬던 RNG도 8강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올라온 G2에게 말이다. 이때부터 확실히 팬들에게는 지금의 롤은 ‘미드가 강해야 한다’라는 게 각인됐다. ‘퍽즈’의 르블랑, 아칼리 플레이는 ‘우지’를 보호하던 RNG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이윽고 RNG를 4강의 제물로 삼았다.

이후 8강에서 ‘LCK 안방 대참사’가 벌어지고 난 뒤, 인빅투스게이밍(IG)가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느낌은 달랐다. 중국이 우승했다기보다는 ‘미드 중심의 새로운 메타’가 승리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루키’의 플레이는 강렬했다. 비록 압도적으로 패배했으나, 그간 프나틱의 ‘캡스’가 보여준 플레이도 충분히 뇌리에 박혀있었다.

물론 중국의 LPL이 모든 국제 대회를 휩쓸고, 첫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LCK식 운영’, 기존 스노우볼 메타가 저물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남았던 롤드컵이었다.

 

# LCK는 다시 도전자가 됐다

KT 롤스터(출처: 리그오브레전드 플리커 제공)

2011년 롤드컵 이후 LCK 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 롤드컵이 처음이다. 그룹스테이지에서 젠지가 탈락하고, 8강에서는 KT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탈락했다. 그룹스테이지에서 KT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다전제의 LCK’임에도 불구,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계를 보면 지난 LCK 서머 시즌에서 팀들이 자주 활용했던 갈리오, 스웨인과 같이 다소 방어적인 챔피언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르블랑, 빅토르, 신짜오, 제이스 등 라인전에서부터 우위를 점하고, 교전이 벌어졌을 때 막강한 화력을 뿜을 수 있는 챔피언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 ‘비원거리딜러 메타’가 유행할 당시와 비슷했다. 당시에는 바텀에서도 이른바 ‘싸움꾼’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게임은 한번의 대규모 교전으로 승부가 갈리곤 했다. 하지만 다시금 바텀라인에 원거리 딜러가 등장하고, 안정감을 되찾자 LCK 팀들의 성향은 이전처럼 ‘버티면서 천천히 운영을 해가자’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은 계속해서 ‘싸움꾼’ 메타였다. 준결승전에서 아트록스, 르블랑, 빅토르, 이렐리아 등 잘 싸우는 챔피언들의 벤픽률(선택, 금지)은 100%였다. 모든 경기에서 등장을 한 것이다. LCK는 ‘승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오만했고, 이는 ‘참사’로 직결됐다.

아프리카 프릭스(출처: 리그오브레전드 플리커 제공)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 그들만의 리그로 ‘해외 리그는 우리와는 달라, 우리가 더 강해’라고 말할 수 없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좀더 트인 사고를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진도 지녀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갇힌’ 사고가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로 IG의 감독은 삼성 갤럭시(현 젠지) 소속이었던 김정수 감독이며, 미드는 ‘루키’ 송의진, 탑은 ‘더샤이’ 강승록과 ‘듀크’ 이호성이다. 4강전에 올랐던 C9의 감독, 코치진도 복한규 감독과 ‘빠른별’ 정민성이었으며, G2에는 서포터로 ‘와디드’ 김배인이 있었다.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이 해외로 넘어갔다기 보다는, 이번 사태는 ‘갇힌 사고’가 만든 참사였다. 충분히 LCK도 변할 수 있고,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 자명하다.

오는 12월에 개최되는 리그오브레전드 올스타전을 지나면, 올해의 국제 대회는 완벽히 끝이 난다. 내년에는 바뀐 모습의 LCK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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