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과 크게 관련 없는 질문,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 제시

[게임플] 지난 10월 10일부터 시작된 2018년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인물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국감 현장에 증인으로 불러낸 이후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국감에서 게임업계에 대한 비판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예측은 그대로 맞았다.
 
지난 10월 29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나선 김택진 대표와 마주한 손혜원 의원은 게임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시작은 호의적이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40년간 일하며 다양한 브랜드를 성공시킨 손혜원 의원은 리니지M의 성과를 칭찬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지 '리니지M'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질의대상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시작한 질의는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을 띄고 있으며, 모바일게임에도 온라인게임과 같은 결제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질의였음에도 증인으로 나선 김택진 대표의 답변과는 관계 없이 본인의 이야기만 이어가는 '국감의 고질적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기도 했다.
 
손혜원 의원의 질의가 더욱 아쉬웠던 것은 질문의 예리함이 떨어졌고, 증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했다는 점. 그리고 적절하지 못 한 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택진 대표를 향해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인가'를 물어본 손혜원 의원은 곧이어 사행성의 한자 뜻을 풀이하기 시작했다. 사행성 여부를 논하지 않고 갑자기 단어풀이를 한 것이 과연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여부를 논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절차인지 의아한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리니지M을 개발한 기업의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자리에서 타 MMORPG의 확률형 아이템을 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질의의 예리함이 다시 한 번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질의 초반에 리니지M을 칭찬하며 말한 '직접 게임을 즐겨봤다'는 대사의 진위도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슬롯머신이 돌아가는 속도와 확률형 아이템 구매 후 이를 개봉하는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 사행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로 적절한지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모바일게임 내 결제금액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예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질문이었다. 이는 게임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앱 생태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같은 플랫포머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택진 대표라는 게임업계의 거물을 국감 현장으로 이끌어내며 일어난 큰 관심은 싱겁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증인의 상징성과 업계의 관심에 미치지 못 하는 질문이 그 원인이다.
 
손혜원 의원은 이에 앞서 실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발 논란을 두고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도 해당 분야를 잘 알지 못한 질의를 이어가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서울시 소유인 고척 돔구장의 관리상태를 KBO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선동열 감독의 근무시간과 연봉을 지적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또한 아시안게임 우승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당시 국가대표 야구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지닌 이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도록 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대한 의혹'은 전혀 건드리지 않아 '무엇을 위한 증인 신청이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확률형 아이템' 국감에서도 손혜원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의 '헛스윙'을 이어간 셈이다.

관련기사

키워드

#국감 #게임 #규제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