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토리

[게임플] 게임에서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대전 격투게임에도 그 뒤에는 나름의 세계관과 캐릭터마다의 설정이 있듯이, 여느 게임에서나 스토리는 빠져서는 안될 요소이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는 없는 것만 못하다. ‘마왕을 물리친 이후, 왕국에 혼란이 와 나라가 두 개의 세력으로 갈라져 분쟁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한 모험가가 등장했다’라거나, ‘신과 악마의 싸움에서 신은 1명의 대리자에게 그 힘을 주어 혼란을 다스리게 했다’라는 진부한 스토리는 되려 다른 부분에서는 잘 만든 게임인데도 유저들이 외면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문에 스토리를 배제하는 게임도 종종 나타나곤 하는데, 최근 작품으로 보자면 조이맥스의 윈드소울 아레나가 그런 게임이다. 시작하자마자 ‘기억을 잃으셨네요?’라는 문구가 나오고 튜토리얼을 진행한 이후에는 일절 스토리 요소가 개입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빠른 진행으로 인해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요소가 없던 게임 산업 초기에는 이러한 스토리가 더욱 중요했다. 혼자서 선형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처럼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없었던 만큼 게이머들을 이끌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곤 했다.

대한민국 게임 시장의 전성기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창세기전’ 시리즈는 그러한 스토리의 중요성이 가장 크게 드러났던 게임이다. ‘국내 최초의 시뮬레이션 RPG’로 화제를 모았던 ‘창세기전’은 발매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스토리와 볼륨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리메이크작, 후속작을 표방하는 게임들이 나올 만큼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이다.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세계관,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90년 대 당시 유저들이 밤을 새며 게임에 빠지게 만들었다.

오는 25일 출시되는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도 창세기전 시리즈를 계승했다 말하는 만큼, 원작시리즈의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원작 시리즈 1편과 2편의 주요 인물인 G.S.와 이올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출시 시점에는 창세기전2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6막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등장인물로는 상술한 캐릭터 이외에도 듀란, 라시드 등 80여 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전투, 모험 콘텐츠를 제외하고라도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내세운 것도 눈에 띈다. 직접 스토리를 제작하는 ‘커스텀 스토리’ 기능은 유저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배치하고 대사를 입력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엔드림 측은 이를 위해 실제 스토리 개발에 사용된 툴을 게임에 적용해 유저들이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창세기전’ 팬들을 끌어들임은 물론이거니와 새롭게 창세기전을 접하는 이들도 스토리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좋은 콘텐츠라고 하겠다.

게임의 스토리는 비단 후속작, 내부 콘텐츠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의 경우 그 스토리가 매우 탄탄한 경우가 많고, 소설의 팬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앞서 상술한 창세기전과도 관련이 있는 포리프(4Leaf)는 2000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서비스했던 게임이다. 처음에는 채팅 클라이언트였지만, 추후 창세기전이 기반이 되는 ‘주사위의 잔영’이 들어오며 게임으로 변모했다.

포리프에서는 특징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데, 이를 기반으로 2001년 전민희 작가가 소설 ‘룬의아이들’을 집필했다. 이는 다시 넥슨의 테일즈위버 세계관으로 이어졌다. 여담이지만 ‘룬의아이들’ 집필이 포리프 서비스 이후에 되었음에도, 스토리가 탄탄하다 보니 소설의 소개에 ‘포리프의 원작 소설’이라는 문구가 실리기도 했다.

스토리텔링 온라인 RPG를 내걸어 시작한 테일즈위버는 넥슨의 클래식 RPG 중 하나로, 현재까지도 다수의 유저들이 플레이 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 테일즈위버가 최근 다시금 관심 받게 된 계기가 바로 ‘룬의아이들’ 3부 집필이다.

전민희 작가는 1부 ‘룬의아이들: 윈터러’, 2부 ‘룬의아이들: 데모닉’을 마무리한 2007년 2월 이래 11년 만에 3부의 집필을 시작했다. 오를란느 대공국의 공녀 이스핀 샤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소설은 ‘룬의아이들: 블러디드’라는 제목으로 현재 연재되고 있다.

이는 테일즈위버가 지난 6월 시작한 ‘세컨드 런(Second Run)’ 업데이트와도 맞물리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당시 1차 업데이트의 부제는 ‘오를란느의 봄’으로 이스핀 샤를 캐릭터에 관한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 이 같은 관련 업데이트와 11년을 기다린 소설의 재연재가 맞물리며 현재 게임은 다시금 옛 유저, 소설의 팬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오래된 게임들이 스토리를 중시했다지만, 현재도 이러한 행보는 많이 보이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웹툰을 일찍이부터 연재 중이며, 엔씨소프트 또한 블레이드앤소울의 스토리가 담긴 웹툰을 자사 홈페이지의 ‘서고’나 타 플랫폼을 활용해 연재 중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게임은 하나의 ‘복합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을 활용한, 영화를 활용한, 혹은 반대로도 활용되는 이러한 게임 산업의 행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과연 이후에는 어떤 스토리를 가진 게임들이 유저들의 심금을 울릴 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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