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것’이 관건

정진성 기자

[게임플] 처음부터 10년 뒤, 20년 뒤를 바라보고 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 나라의 계획도 ‘국가개혁 5개년 계획’ 등 다소 짧은 기간의 계획을 짜며, 이 이후의 일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듯,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뒤에는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기획, 개발, 운영에 있어서는 게임사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한 뒤, 유저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획, 개발 혹은 이벤트라도, 유저들이 싫어하면 그건 실패한 게임이다.

요즘에야 “10년, 20년 가는 장수 게임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임사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긴 하다. 해당 게임만의 특징, 장점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10년이란 세월은 확답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게임사 대부분이 ‘장수 게임’을 희망하더라도 확률은 반반이다. 되거나, 안되거나.

지난 20일에는 넥슨의 ‘장수 게임’ 크레이지아케이드의 유저 간담회가 열렸다. 크레이지아케이드 출시 17주년을 맞이한 행사로, 유저들과 함께 소소한 이벤트를 즐기는 자리였다.

앞서 언급했듯 17년이란 세월을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에는 불과 출시 한두 달만에도 사라지는 게임이 허다하다. 그렇기에 마치 연인들이 셈을 하듯 100일 이벤트, 200일 이벤트를 하는 게임사들이 즐비하다. 물론 이는 분명 축하할 일이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은 바야흐로 ‘온라인게임 시대’라고 보아도 무방했기에, 2018년이 된 지금 10년이 넘는 장수게임은 다수 있다. 하지만 크레이지아케이드가 여기까지 온 것에는 끊임 없는 변화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온라인 상에서 하나의 ‘오락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난 10여년간 계속 되어왔다. 비록 테트리스, 디지팡, 오델로 등 크레이지아케이드에 등장했던 다수의 게임들이 사라지긴 했으나, 이 또한 혁신이었고 변화였다. 2013년에는 사라졌던 ‘히든캐치(틀린 그림찾기)’가 다시금 게임 내에 등장했다.

현 개발자의 마인드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재호 디렉터는 “크레이지아케이드를 ‘인싸’게임으로 만들어 PC방을 점령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17년이나 지난 게임으로 다시금 ‘메이저’ 자리를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될 확률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상술했듯이 ‘진인사대천명’이기에, 정말로 PC방을 점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드라마 대사였지만 38년 째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는 방송인 송해는 “처음부터 ‘이건 장수프로그램이다’라면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전국을 돌며 한주한주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지”라고 말했다.

게임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물론 그 하루하루에는 ‘최선’이 깃들어야 하며, 해당 게임에 대한 개발, 운영진의 믿음도 필요하다. 그저 버티기만 한다면 ‘장수’ 할 수는 있으나, 유저들의 기억에서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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