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예선, 8강에서 모두 탈락한 LCK 대표팀

[게임플] 2014년에 이어 4년 만에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이 한국에서 열렸다. 하지만 4강부터는 한국 팀을 보지 못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젠지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떨어진 것에 이어,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서는 KT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떨어졌다. 2012년 한국이 롤드컵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오는 27일과 28일, 그리고 11월 3일에 열리는 롤드컵 4강과 결승에는 한국 팀이 없게 됐다.

올해 열린 국제대회, MSI(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와 리프트라이벌즈에서 이러한 상황을 예견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LPL이 워낙 강했고, 특히 로얄네버기브업(RNG) 선두에 서있는 ‘우지’ 지안즈하오의 벽은 꽤나 높아 보였다.

중국이 강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 코치진과 선수의 대거 영입은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주었고, 한국과 비등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롤드컵에 들어서자 그것은 엄청난 착오였단 것을 알게 됐다.

중국, RNG’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RNG 또한 유럽의 G2 e스포츠에게 패배해 8강에서 탈락했다. 모두가 강해졌고, LCK는 그대로였다. 중국도 변화했기에 한국보단 우위에 있었다.

국내 LCK 팀들이 자랑하는 ‘운영 메타’, 이른바 ‘드러눕기식 메타’는 교전을 최소화하는 메타이다. 초반에 얻은 이점을 기점으로 점차 큰 이점으로 불려나가며, 싸움을 먼저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싸움을 거는 것은 얻은 ‘이득’을 더 크게 불리기 위한 발판 정도였다.

이후에는 탑 라인 혹은 바텀 라인에서 한두 명의 선수가 끊임 없이 압박을 가하며 상대 또한 흩어지게 만들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메타가 ‘운영 메타’였다. 때문에 LCK 팀들은 초반 우위를 점하면 이후 눈덩이를 굴려 크게 만든 뒤 대부분 경기에서 승리했다. 경기 중간에 눈덩이가 깨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롤드컵에서 북미와 유럽, 중국은 달랐다. 눈덩이를 크게 만들기 위해 선수 한두 명이 눈을 가지러 가면, 이들은 순식간에 눈덩이를 파괴시켰다. 다시 눈덩이를 굴리기에는 눈과 체력 모두가 모자라게 됐다.

예전에는 이 눈덩이를 들고도 잘 피해 다녔다. 혹은 눈덩이로 상대를 밀어버렸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이 눈덩이가 가는 길목을 알고 있었고, 어디를 깨야 잘 부숴지는 지도 알았다. 그럼에도 국내 팀들은 계속 ‘굴리기만’ 했다.

OGN의 김동준, 이현우 해설위원도 처음에는 “버텨서 후반을 가면 좋다는 것이 다소 불안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LCK식 운영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LCK 팀들이 가진 ‘고집’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조별예선에서 젠지는 ‘고집’을 부리다가 사이온의 강제 이니시에이팅에 당해 쓰러졌다. 달려오는 헤카림에, 날아오는 녹턴에 당했다. 모두가 기습적으로, 강제 이니시에이팅으로 눈덩이를 부수는 조합이었다.

젠지가 이미 쓴 맛을 봤지만,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물론 KT롤스터는 적응을 하려 했다. 워낙 싸움도 잘하는 팀이었고, 이들이 하는 운영은 탄탄했다.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팀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8강에서 1, 2세트의 연이은 패배는 KT롤스터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혹여 게임이 끝날까 다시금 조심했고, ‘내줄 건 내어주자’라는 플레이를 하다가 결국 5세트. 넥서스까지 내어줬다. 상대적으로 아래로 보았던 인빅투스게이밍(IG)의 바텀 듀오가 살아나자 더 이상 KT롤스터가 유리한 라인은 없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우리의 스타일대로 운영을 연습했고,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승리한 뒤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보면 ‘지금 메타에 적응이 잘 안된다’라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아프리카 프릭스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기인’ 김기인이 3세트 내내 고군분투했으나 그뿐이었다. ‘쿠로’ 이서행과 ‘스피릿’ 이다윤은 같은 포지션의 클라우드9(C9) 선수들에게 압도됐고, 초반에 이득은 취했던 아프리카 프릭스였지만 후반에는 상대의 파상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결국 ‘한국 롤드컵’에 한국 팀은 없게 됐다. 롤드컵에 출전한 이래로도 4강에 한국 팀이 없는 것은 최초이다.

물론 2012년 한국이 출전한 첫 롤드컵에서 해외 팀들의 공세에 밀렸듯, 이번에도 그런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와는 받은 충격이 다를 것이다. 처음부터 도전자였던 입장에서의 패배와 왕좌에서 끌어 내려진 입장은 큰 차이가 있다.

이제 다시 LCK는 도전자의 입장이 됐다. 날개를 펼치는 ‘운영 메타’는 이제 더 이상 그대로 둬선 안된다. 대세를 따라 가거나, 좀더 변화 있는 ‘LCK식 운영 메타’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한국의 롤드컵은 끝났지만 LCK가 죽은 것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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