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게임사를 믿어도 될 것인지를 증명하는 기회

[게임플] 한국 배틀로얄 장르에서 배틀로얄이 벌어지고 있다. 말장난으로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 포트나이트와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4(이하 블랙 옵스4)의 각축전이 벌어질 형국이기 때문이다.

배그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배틀로얄 장르의 문법을 정립한 게임이다. 시간에 따라 좁혀지는 전장 개념은 기존 배틀로얄 게임의 단점이었던 '지루한 게임진행'을 극복하는 장치가 됐다.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개념 역시 기존 FPS 게임들의 기본 개념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하나의 게임이 큰 인기를 얻으면 그 후발주자가 뒤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그의 성공으로 사업성이 확인된 시장에 다양한 게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 시점에서 포트나이트와 블랙 옵스4는 이런 게임 중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세 게임은 같은 배틀로얄 장르임에도 조금씩 다른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 배그는 교전보다는 생존에 중점을 더 둔 것 같은 느긋한 게임 진행 템포와 긴장감을 강조하는 게임성을 택하고 있으며, 포트나이트는 건설 콘텐츠와 함께 매 시즌마다 다채로운 콘셉트를 게임에 녹여내며 유저들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블랙 옵스4의 블랙아웃 모드는 콜오브듀티 시리즈 특유의 빠른 템포의 게임 진행과 배그와는 정반대로 생존보다는 교전에 중점을 둔 게임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임에도 확연히 다른 게임성을 갖춘 이 세 게임들에도 공통점이 있다. 비인가 프로그램. 통칭 '핵'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오래 전부터 FPS 장르에서 핵은 만악의 근원이었다. 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조준해서 적보다 내가 먼저 명중시킨다는 FPS 장르의 재미요소를 근원부터 파괴했기 때문이다. 

특히 실력과 실력이 맞붙어야 하는 PvP 장르에서 핵은 게임의 기본 전재를 파괴하는 존재였다. 배틀로얄 장르에서 핵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번에 다수의 유저가 게임을 즐기기에 한 게임에 핵 유저 한 명만 있어도 수십명이 한번에 피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핵에 대한 대응 정책이 이들 세 게임 각각의 향방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저가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은 게임사가 유저와 소통 의지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포트나이트다. 출시 초부터 핵 이용자에 대한 '머신 밴' 정책을 선언할 정도로 강도 높은 입장을 유지한 에픽게임즈다. 그 덕분에 포트나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을 거두는 와중에도 핵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 PC방 시장 진입이 늦어졌다는 단점도 있다. PC방에 '머신 밴'을 그대로 적용하면 PC방 사업주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에픽게임즈는 PC방에 맞는 솔루션을 별도로 개발 중이다.

배그는 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식 출시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핵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특히, 중국發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두고 중국 서버 분리를 요구하는 이들을 인종차별에 비유한 것은 많은 유저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대표적인 사례다. 

배그를 개발한 있는 펍지는 그간 미온적이었던 핵 문제에 대한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머신 밴' 정책을 선언한 것이 이런 입장 변화를 증명한다. 단, 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적용이 신속히 이뤄져야 '배틀로얄 장르' 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 옵스4를 한국에 서비스 중인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아직까지 핵 대응에 대한 방향성을 아직까지 명확하게 공개한 바 없다. 다른 게임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블리자드코리아 역시 핵 문제에 대한 대비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매년 출시될 때마다 핵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전례 때문에 유저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블리자드코리아가 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대응은 유저들의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보장한다는 면과, 유저들에게 자사의 운영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믿을만한지를 증명하는 기회가 된다는 면에서 무척 중요하다. 과연 유저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배틀로얄 게임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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