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PC방 점유율이나 스팀 동시접속자 수치는 물론, 게임 출시 후 드러났던 게임에 대한 여론이나 기세처럼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은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배그의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90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인상적인 수치이기는 하지만 배그 출시 후에 폭발적으로 동시접속자 수가 늘어나며 한때 32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1/3 미만으로 동시접속자 수가 떨어진 것이다.

국내 PC방 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점유율 하락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기준 배그의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기준)은 16.78%. 20% 선이 붕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약 1주일만에 드러난 수치다.

배그의 흥행 원동력이 됐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위치 순위 집계 사이트에서 최근 1주일간 배그의 평균 시청자 수는 2만 5천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의 평균 시청자 수가 약 14만 명,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4의 평균 시청자 수가 약 2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보면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배그의 입지가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그 스트리머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인물 중 하나인 '슈라우드'(Shroud)가 최근 배그 스트리밍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스트리밍 시장에서 배그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슈라우드'는 배그 초창기부터 스트리밍을 꾸준히 진행하고,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배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인물이다.

인기를 얻은 게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세가 꺾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배그의 경우 그 속도가 매우 빨랐으며, 이런 하락세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막지 못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펍지의 대응이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정식으로 출시된 게임에 여전히 버그가 많으며, 콘텐츠 업데이트는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여기에 유저들의 피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최근 게임시장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소통' 역시 원활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과 서버 관련 문제다. 실제로 이 두 문제는 배그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불편을 겪었을만한 문제이며, 배그의 인기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배그에서 핵을 사용하는 이들의 수가 부쩍 늘어났고, 이에 따라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수도 늘어났지만 게임 내 핵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안티치트 솔루션이 몇 차례 업데이트 되기는 했으나, 효과는 유명무실. 심지어 안티치트 솔루션 적용 후에도 기존 핵 프로그램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이야기까지 떠돌 정도였다.

핵 문제로 고생을 하는 유저들은 '중국 서버 분리'와 '핵 이용자 머신 밴'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것은 중국 서버 분리 요구를 인종차별로 결부시키는 개발자의 반응이었다. '머신 밴'은 올해 10월 들어서야 펍지가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으나, 유저들은 '왜 이제서야' 라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한 서버 통합 역시 유저들에게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샀다. 서버 통합 패치 이전에 유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중국 서버와 분리를 꾸준히 요구해 온 유저들의 요청과 완전히 상반된 패치여서 유저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배그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게임사와 유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다. 상술한 일련의 사례가 지난 1년간 꾸준히 이어졌으니 유저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선을 택해야하는 지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e스포츠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시간 동안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엄청난 글로벌 성장을 거듭했고, 콜오브듀티와 같은 기존 FPS 강자들은 배틀로얄 문법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이 배그에서 눈을 돌려 향할 다른 경쟁작이 잔뜩 생겨났다. 

그 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배그의 유저풀은 수십만 명 단위로 남아있다.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일방적 운영으로는 이 수가 수십만 명이 아닌 수만 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해법은 나와있다. 문제는 의지다. 과연 펍지는 소를 다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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