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자리하는 날을 기대하며

[게임플] 게임 산업이 영혼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유비소프트의 CCO 서지 헤스콧(Serge Hascoet)이 북미 게임웹진 게임인포머와 인터뷰에서 남긴 이야기다.

사실 이 인터뷰는 '게임산업의 영혼 유무'를 논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유비소프트의 핵심 IP인 어쌔신크리드, 스플린터 셀 시리즈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으니 본 기자는 해당 인터뷰에서 전혀 엉뚱한 면에 감명을 받은 셈이다. 

유비소프트 CCO가 저런 이야기를 남긴 것은 다름아닌 게임이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는 작금의 세태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게임을 단순한 여흥이 아닌 배움의 일종으로 규정했다. 배움은 즐거움이 따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대로 즐거움만 좇게 되면 무언가를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게임을 통해 유저가 실생활과 관련된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인상적인 부분이다. 실제로 유비소프트는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에 이러한 부분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어쌔신크리드를 개발하며 당대의 시대상을 살려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결국 유저들에게 '유적 복원' 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특히, 작년에 발매된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은 고대 이집트의 각 지역별 특색을 완벽에 가까운 고증으로 그려내며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당대 이집트의 풍경을 알 수 있도록 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서구권에서는 비디오게임, PC게임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긍정적이라고는 그만큼 강한 부정적 여론도 함께 공존한다. 서지 헤스콧 CCO의 이야기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그의 개발철학은 이런 부정적 의견에 대한 좋은 '반격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며 한국 게임산업의 거물들이 국정감사 현장에 증인으로 자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좋은 소식으로 자리하는 것이라면 마냥 흐뭇한 일이겠으나, 확률형 아이템, WHO ICD-11 게임장애 코드 등재,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등의 이슈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이야기는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도 이제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산업이 됐다. 물론 그 수십년의 역사가 영광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닌다. 대부분 지탄의 대상으로 가득한 시간이었고, 이는 산업 규모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성장한 지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1980년대 '오락실' 시절부터 존재했다. 이런 시선 속에서 꾸준히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실질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반대로 그 과정에서 시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나날이 개선되는 게임성이 있었다면 이번 국정감사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자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한국 게임산업은 그릇된 선입견에 의한 피해자다. 듣지 않아도 될 나쁜 소리를 듣고,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게임을 즐기는 대중들의 한국 게임업계를 향한 비판을 듣고 있으면 과연 한국 게임산업이 오롯히 피해만 입은 완벽히 무고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 한국 게임산업과 이 산업에서 출시되는 게임에는 '영혼'이 담겨 있을까? 게임을 통해 현실에 도움되는 무형의 이득을 같이 주는 게임이 얼마나 있을까? 매출지표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한국 게임산업은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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